제조 교육부터 상품성 진단까지··· 진화하는 제조 창업 지원 현장
[IT동아 남시현 기자] 통계청이 집계하는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GDP(국내 총 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1%로 18.8%인 일본이나 17.8%인 독일, 8.4%인 영국 등에 비해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은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발표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에서도 전 세계 152개국 중 독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할 정도며, 우리나라가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도 비교적 원활한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제조업이 국가 경제의 버팀목인 이유는 오늘날 전 세계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으로 엮여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는 각국이 특화된 산업만 육성할 수 있지만, 반대로 각자가 자립하기가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코로나 19로 인해 국경이 폐쇄됐을 때 각국의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통한 내수 진작과 고용을 기반으로 서비스 업종이 유지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 위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 및 기술기반 창업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제조 창업 지원,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주목
우리 정부는 지난 18년 12월에 제조창업기업에 대한 부담금 면제 종류를 기존 12개에서 16개로 늘리고, 세제 부담 완화와 연대보증 폐지, 창업비자 제도 확대와 공공구매제도 도입 등 중소·중견 기업의 제조업 활성화의 길을 터준바 있다. 덧붙여 2018년부터 창업기업 지원을 위해 예비창업패키지를 시작하고, 2019년에는 예비·창업·도약기 등 창업 단계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등 창업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2017년부터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토대로 혁신창업에 대한 친화적 환경 조성과 벤처투자자금의 획기적 증대, 그리고 창업 및 투자가 선순환하는 체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해당 사업의 핵심은 제조업 기업 지원으로, 제조 기업의 아이디어 구현 및 상업화를 위해 개발 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해 제조 창업 기업의 발단부터 자립까지 돕는다. 전국 193개 일반랩(Lab)과 20개의 전문 랩 중 올해 전문랩에 선정된 서울과학기술대학교를 통해 제조 창업 기업의 지원 현황을 살펴봤다.
열 단계 프로그램으로 교육부터 성과까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창업진흥원이 전담하는 2022년 메이커스페이스 구축 운영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창업 문화 확산과 (예비)창업자 육성을 위해 창업교육센터, 창업사업화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창업메이커지원센터 등 창업 전담 조직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지난 7월 메이커 제조창업 교육을 시작으로 현재 열 단계의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체 프로그램은 크게 △ 혁신형 제조창업 환경 조성 △ 제조 창업기업 지원 시스템 구축 △ 그린제조 창업 생태계로 나뉘는데, 현재 진행 중인 혁신형 제조창업은 제조창업 교육과 제조 스타트업 정기 세미나, 상품성 진단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그 다음 진행 예정인 제조 창업기업 지원 시스템 구축은 제품 개발 바우처 프로그램과 양산 PM 지원, MD 컨설팅 지원, 퍼블리싱 프로그램, 그리고 판로 개척까지 실무 중심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그린제조 창업 생태계 조성 단계에서 스마트메이커 심포지엄과 성과공유 페어 등이 예정돼있다.
지난 7월 시작한 메이커 제조창업 교육은 누구나 제조 창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반과 정보를 제공하고,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한 현장 중심의 교육을 진행한다. 지난 7월 진행된 첫 교육에서는 제조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방법이나 벤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실전 노하우, 시제품 및 양산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 및 노하우, 기업 대 기업(B2B) 제조업 제조 창업 실무와 사례 등에 대해서 교육했다.
오는 9월 23일 진행 예정인 제조스타트업 정기 세미나에서는 제조 창업 기업에 대한 아이디어 구현과 제조 창업 교육 전문가와의 네트워킹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100억 매출 스타트업과 뷰티 IoT(사물 인터넷) 스타트업의 연쇄 창업 및 브랜드 이야기, 고급 제품의 감성 브랜딩과 판로개척 노하우 등에 대한 세미나가 진행된다. 신청의 경우 지난 14일 시작해 오는 20일 화요일까지 진행된다.
커리큘럼에서 가장 최근 진행된 프로그램은 상품성 진단이다. 상품성 진단이란, 시장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 등이 나서서 제품화 검증이 가능한 창업 아이템 혹은 제품 개발 검증이 가능한 제품의 시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제조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이 될 뿐만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히 수익 실현은 물론 제조품의 품질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지난 8월 시작해 오는 10월까지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 발굴 △ 사전 진단 △ 상품성 진단 △ 창업 지원까지 네 단계를 거친다. 발굴 과정에서는 기술기반 제조 창업자를 발굴하고, 사전 진단에서는 전담 실무 매니저가 제품 기획 시장성과 기술 난이도를 점검한다. 핵심인 상품성 진단 과정에서는 상품 진단 전문기업의 입회하에 전문가를 매칭해 제품 맞춤형 컨설팅이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창업 지원 단계에서 창업 성공을 위한 인프라 지원에 나선다. 이미 상품성 진단은 선정이 완료돼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지원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대 천만 원가량의 시제품 제작 지원과 창업지원 프로그램 지원 시 우대 선발하고 있다.
제조업 창업, 지원 바탕으로 효율화
한국은행이 진단한 우리나라 산업 구조는 약 60%가 서비스업, 30%가 제조업, 나머지 10%에 건설업과 기타 업종이 포함돼있는 구조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자영업자가 증가하면서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꾸준히 줄고 있고, 이제 민간 부문의 서비스업 1인당 노동 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40%에 불과한 상황이다.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비교적 높은 제조업 비중을 바탕으로 견딜 수 있었지만,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서비스업이 지속할 경우 경제 전반의 효율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상황임에도 더 제조업 비중을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시장 견인은 한계가 뚜렷한 만큼, 제조 창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정부의 그림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제조 창업 기업 지원 사업은 그 자체로는 스타트업에 대한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전국 모든 창업지원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창업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고, 기업들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을 이끌어낸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를 바꿔놓는 힘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