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뉴미디어, 블록체인…경기아트센터가 그리는 공연예술의 미래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경기아트센터의 대극장은 최대 1541명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던 시간 동안은 객석을 비워둘 수밖에 없었다.

비록 관객을 받을 순 없었지만, 공연이 완전히 멈춘 건 아니었다. 객석이 비어 있어도 무대에서는 여전히 공연이 진행됐다. 관객을 대신해 극장 곳곳에 자리 잡은 스탭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공연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촬영된 공연은 영상 콘텐츠로 재탄생해 왓챠를 비롯한 OTT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경기아트센터 뉴미디어팀의 ‘우수공연 영상화 사업’의 결과다.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1541석 규모 공연 시설이지만 코로나 시기 관객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공연예술 영상 제작의 장으로 활용됐다. 제공=경기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1541석 규모 공연 시설이지만 코로나 시기 관객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공연예술 영상 제작의 장으로 활용됐다. 제공=경기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 뉴미디어팀은 지난 2020년 10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경기도 소재 공연예술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2년 동안 700여 편의 공연이 영상으로 제작됐다. 관객과 만날 기회도, 생계 수단도 하루아침에 잃게 됐던 경기도 소재 공연예술단체들은 뉴미디어팀 덕분에 숨통을 트게 됐다. 윤준오 경기아트센터 뉴미디어팀 팀장은 “공연 촬영을 마친 후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계셨다”고 전했다.

공연을 그저 정적인 카메라에 녹화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촬영 기법과 연출을 적용해 새로운 영상 콘텐츠로 재탄생시킨다. 드론을 촬영에 활용하는가 하면, 연출을 위해 아티스트와 협업도 한다. 지난 5월 진행된 경기도무용단의 ‘순수 - 더 클래식’ 촬영에는 비주얼 아티스트인 박귀섭 작가가 연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경기아트센터의 공연예술 영상화 제작 현장. 제공=경기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의 공연예술 영상화 제작 현장. 제공=경기아트센터

현장에서 공연을 즐기는 생동감은 없지만, 그에 못지않은 장점도 많다. 객석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오버헤드 샷처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영상 콘텐츠만이 지니는 장점이다.

공연예술의 영상화는 이제 전 세계적 추세다. 이전에도 공연을 영상화하는 시도는 종종 있었지만 공연 접근성을 높이거나, 2차 시장을 개척하려는 목적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전통적인 현장 공연에 더 무게를 두는 공연예술계 성향 때문에 변화에 다소 소극적인 공연예술 단체도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생존 기로에 놓이면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공연예술계가 코로나19 시기 새로운 활로로 영상화에 주목한 한편, OTT 업계도 공연예술 영상에 주목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가 OTT 플랫폼 성공의 열쇠가 되면서다. 공연예술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던 경기아트센터와 색다른 콘텐츠를 찾는 OTT의 수요가 딱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7월 창작뮤지컬 '유월'이 왓챠를 통해 공개됐다. 제공=경기아트센터
지난해 7월 창작뮤지컬 '유월'이 왓챠를 통해 공개됐다. 제공=경기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는 지난해 7월 창작 뮤지컬 ‘유월’을 시작으로 왓챠 등 OTT에 지금까지 6편의 공연 콘텐츠를 배급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체 플랫폼인 ‘경기아트ON’도 구축하고 있다. 경기도 주관하에 경기아트센터와 KT가 함께 플랫폼 기획과 구축에 참여했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 주관 ‘2021 블록체인 선도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며 첫 발을 뗀 후, 올해 3월 1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약 110여 개 예술단체가 생산한 공연 영상 콘텐츠 230여 편을 확보 중이다. 음악, 무용, 연극, 전통예술, 다원예술 등 분야도 다양하다.

경기아트센터가 기존 OTT를 놔두고 굳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건 플랫폼이 단순 영상 배급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내 예술인과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먼저 NFT 기술을 적용해 예술인들의 콘텐츠 소유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수액 배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경기아트ON 시범 화면. 출처=경기아트센터
경기아트ON 시범 화면. 출처=경기아트센터

아카이브 역할도 경기아트센터가 ‘경기아트ON’에 기대하는 기능 중 하나다. 도내 예술인과 예술단체들의 프로필, 활동을 기록하고, 새로운 공연 수요자들과 이어주는 가교를 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주식회사, 한국보육진흥원 등 다양한 도내·외 기관이 경기아트ON 시범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경기아트ON은 도내 예술인들의 영상을 공익적 목적으로 유통하고, 공연영상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플랫폼”이라며 “앞으로 블록체인 같은 최신기술을 활용하여 예술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더 늘여가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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