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당 "부동산이 품은 이야기·정보 알려 상권 부흥 이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음식점 맛집, 쇼핑 타운과 복합 문화 공간들이 모여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 받은 ‘송리단길’. 장인의 땀방울이 스며든 수제화와 각종 문화 행사가 어우러져 새로운 젊음의 거리로 떠오른 ‘성수동 수제화 거리’. 걷기 좋은 경의선 철길 거리에서 시작해 문학과 서브컬처, 공연과 맛집의 거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홍대 거리’. 전통 문화와 현대의 유행이 어우러져 색다른 풍광을 만드는 ‘종로 인사동과 삼청동’.
커피와 바다 내음이 잘 어우러진 ‘강릉 카페 거리’.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는 ‘송도 센트럴 파크’. 사계절 내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나라 남부의 대표 휴양지 ‘해운대 로데오 거리’와 인근 ‘부산 영화의 거리’. 매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우리나라 대표 거리이자 상권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문화와 특색, 즉 ‘이야기’와 ‘정보’를 토대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건물과 매장, 거리와 상권, 지역의 토대인 ‘부동산’에는 늘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가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공감을 일으킨다. 이야기가 모이고 쌓여 정보가 되고 이 정보가 사람을 모은다. 숱한 이야기와 정보를 주고받은 사람들이 말과 마음을 트고 서로를 이끌면 그 곳에 건강한, 지속 가능한 상생와 동반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부동산에 숨겨진 이야기와 정보를 이끌어 내 소개하는 스타트업 ‘띵당’을 이끄는 김보미 대표의 철학이다.
김보미 대표는 과거 필명으로 책을 낸 경력이 있다. 취재 기자로도 일 하면서 이야기와 창작의 힘, 콘텐츠의 큰 위력을 배웠다. 이어 이 창작 경험들을 토대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오픈유어아이즈를 세웠다. 글과 그림,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음악 등 창작자와 협업해 다양한 산업 영역의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 콘텐츠로 만들어 알리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해 여러 기업과 정부 기관이 오픈유어아이즈에 콘텐츠 제작을 맡겼다. 그러다 건설사와 연이 닿아 10여 년 간 세종특별자치시와 서울 마곡, 경기 파주 운정 등 굵직한 주요 신도시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알리는 임무도 맡았다. 이들 신도시들의 흥망을 보며 김보미 대표는 부동산 홍보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부동산에 숨겨진 이야기와 정보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부동산 업계는 홍보할 때 입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입지 여건은 꾸준히 바뀐다. 발전 가능성이 아무리 커도 이를 현실로 이끌 근거, 즉 이야기와 정보가 없다면 소비자들의 믿음을 사기 어렵다. 사람이 좀처럼 모이지 않으니 임대인은 결이 맞는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임차인은 자신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할 임대인을 만나지 못한다. 자연스레 상권 내 공실이 늘어난다. 건설사가 이를 해결하려 해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만 홍보하니 좀처럼 발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소비자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각광 받는다. 부동산 업계에도 여러 플랫폼이 있으나, 대부분 중개 알선이나 상권 분석을 한다. 부동산이 품은 이야기와 정보를 다루는 플랫폼은 없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김보미 대표는 직접 나서서 부동산의 이야기와 정보를 발굴하고 알리는 플랫폼, 부동산 정보의 비대칭을 완화할 스타트업 띵당을 세운다.
김보미 대표는 먼저 서로 잘 어울리는 임대인과 임차인을 연결하면 건물, 상권의 공실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대인은 건물을 지을 때 자신의 취향과 생각, 주변 상권의 특징을 고려한다. 여기에 어울리는 임차인이 나타나면, 함께 건물과 상권을 만들 파트너로 여길 만한 이들이 나타나면 임대료를 할인하거나 인테리어 비용을 보조하는 등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임차인도 매장을 지을 때 건물이나 상권의 특징은 물론, 임대인의 성향을 고려한다. 임대인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자신의 건물을 어떻게 활용해서 어떤 상권을 만들기 원하는지 조사한 후 매장을 꾸밀 때 참고한다. 그래야 매장과 건물, 상권이 함께 발전하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이 둘을 연결하는 끈이 바로 이야기와 정보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생각을 이야기로 만들고, 이 둘이 만들 건물이나 상권의 미래를 정보를 토대로 이해하기 쉽게, 보기 재미있게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은 서로 신뢰하고 친밀해져 상승 효과를 일으킨다. 이 상승 효과가 건물이나 상권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부흥을 이끄는 힘이 된다. 물론, 공인중개사도 띵당이 만든 이야기와 정보를 활용해 임차인과 임대인을 한결 수월하게 연결할 것이다.
실제로 띵당 운영 초기, 한 임대인의 부동산의 이야기와 정보를 발굴해 알렸더니 바로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그는 띵당을 통해 자신과 사업관이 같고 비슷한 미래를 그리는 임차인을 여러 명 만났고, 이들의 임대료를 할인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임차인으로부터의 호평도 이어졌다. 한 임차인은 명확한 사업 철학과 상권 부흥 의지를 가진 건물 임대인을 만나 매장을 내고, 건물과 매장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알린 덕분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상 운영 궤도에 올랐다고 한다. 내심 임대인과의 매장 권리금 분쟁이 일어날까 두렵기도 했지만, 서로 믿고 이끈다는 확신을 갖자 이 두려움도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임차인과 임대인이 생각과 철학을 공유하고 실질 혜택을 주고 받으면, 자연스레 그 건물 안의 다른 매장에도 긍정의 기운이 전해진다. 이 긍정의 기운은 방문자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이어져 재방문을 이끈다. 이런 건물이 조금씩 늘어나면 상권 자체가 활발해진다. 띵당이 그리는 상권 부흥의 청사진이다.
이야기와 정보를 담은 부동산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김보미 대표는 눈을 건설사로 돌린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 ‘띵당 미리’를 내놨다.
건설사는 건물을 지을 때 주변 상권의 모습을 상세하게 상정한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만들기 전에는 특히 그렇다. 주변 상권을 만들고 부흥하는 데 많은 비용을 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 입지와 발전 가능성만 강조하기에 좀처럼 상권이 살아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띵당 미리는 건설사가 상권을 상정하는 단계부터 개입, 이 상권이 품을 이야기와 정보를 미리 발굴해 흡입력 강한 콘텐츠로 만들어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하는 서비스다. 건물의 조감도를 공유 받아 서울특별시의 상권 분석 시스템을 반영, 적절한 임대료와 매장을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띵당 미리 서비스를 신청하면 에디터가 가서 현장의 이야기를 모은다. 건설사가 그린 상권의 청사진, 임대인의 희망과 각오, 임차인의 꿈과 계획을 모아 콘텐츠로 만들고, 온오프라인에 퍼뜨린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이들의 이야기와 정보를 얻도록 웹 페이지와 앱의 개발도 마쳤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건설사는 상권 유치 예산 및 광고마케팅 비용을 적절하게, 소비자와 임대·임차인을 효과 좋게 모으는 데 쓴다. 김보미 대표는 상권이 부흥하려면 입지보다 공간의 특성을 더 신경 써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동산의 이야기와 정보가 상권 고유의 주제와 문화를 만든다면, 입지가 좋지 않은 곳이라도 소비자들이 찾아가는 것이 그 증거다. 메아리처럼 쉬이 퍼지는 공간의 특성이 곧 로컬 브랜드 파워가 된다는 설명도 함께다.
부동산의 이야기, 정보를 강조하는 전략은 미국 레드핀, 일본 R부동산 등 해외의 유력 부동산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실행했다. 특히 상가에서 큰 위력을 낸다고 김보미 대표는 설명한다.
우리나라 아파트 업계는 이미 이야기와 정보를 토대로 상표를 만들어 분양, 홍보에 적극 쓴다. 이 상표가 아파트의 가치에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상가 업계는 수익 구조가 복잡하고 분양과 홍보도 폐쇄적으로 해서 이야기와 정보를 쌓지 못했다. 상가와 상권의 가치에 큰 영향을 주는 수단이 없거나, 있어도 확실하게 가져다주지 못했다. 띵당이 만들려는 것이 바로 상가와 상권의 가치에 영향을 줄 확실한 콘텐츠다.
김보미 대표는 “이전부터 부동산을 아주 좋아했기에, 이 시장의 여러 불합리를 고치려 띵당을 세웠다. 인력 확보, 인지도 상승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부동산의 이야기와 콘텐츠를 쌓아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해결할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공인중개사와 건설사 등 모든 구성원에게 도움을 주는 생태계를 만들어 함께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