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신기술로 더 강해진 전통강호, 레노버 씽크패드 Z16
[IT동아 김영우 기자] 이름만 들어도 해당 제품의 이미지가 딱 떠오르는 브랜드가 몇 가지 있다. 레노버(Lenovo)의 비즈니스 노트북 브랜드인 ‘씽크패드(ThinkPad)’ 시리즈도 그 중의 하나다. 중후한 검정색 바디에 뛰어난 타이핑 감각의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 없이도 편하게 커서 이동이 가능한 붉은색 트랙포인트(일명 ‘빨콩’) 등이 씽크패드 브랜드를 대표하는 전통이었다. 다만, 비즈니스 노트북의 정체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 멀티미디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거나 디자인이 너무 옛날 스타일이라는 선입견도 없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할 씽크패드 Z16은 기존 씽크패드 시리즈의 전통을 대부분 계승하면서 새로운 트렌드 및 기술도 적극적으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고성능 CPU(중앙처리장치) 및 GPU(그래픽처리장치) 탑재로 그래픽 구동능력을 보강했으며, 고화질의 OLED 디스플레이 및 돌비 기술이 적용된 사운드 시스템으로 콘텐츠 경험시의 만족도를 높였다. 물론 우수한 배터리 효율과 높은 보안성을 비롯한 비즈니스 노트북의 정체성도 그대로다. 씽크패드 시리즈 3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선보인 씽크패드 Z시리즈, 그 중에서도 대표 모델인 씽크패드 Z16(Lenovo ThinkPad Z16 Gen1)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뭔가 달라보이지만 그래도 '씽크패드'
씽크패드 Z16의 상판은 씽크패드 시리즈에서 익히 보던 검정색이 아닌 은회색이다. 하지만 보급형 노트북처럼 단순히 은색 칠을 한 플라스틱을 쓴 것이 아니다. 실제 알루미늄 재질을 적용했으며, 측면에 매끈한 헤어라인 무늬를 넣어 질감을 살렸다. 16인치급의 큰 화면을 탑재한 노트북이지만 제품 두께를 15.8mm로 슬림하게 처리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다만, 제품 무게는 1.94kg으로 다소 묵직한 편이라 휴대용 보다는 거치용에 좀더 잘 어울린다.
상판 모서리 부분에 씽크패드 로고를 넣은 것은 시리즈 전통대로다. 그 외에 화면 상단쪽 후면 부분을 살짝 돌출시켜 Z16 로고 및 FHD급 카메라의 사양 및 디지털 마이크 탑재를 강조하는 문구를 넣어 새로운 느낌을 더했다. 이는 화면을 열 때 손잡이 역할도 하므로 실용성도 있다.
시리즈 전통의 강점도 그대로 살려
그래도 시리즈의 팬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화면을 열면 씽크패드 느낌이 물씬 나는 검정색 배경에 붉은색 트랙포인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15인치급 이상의 노트북은 대개 숫자패드까지 갖춘 키보드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지만 씽크패드 Z16은 숫자패드를 생략했다. 대신 각 키의 면적이 상당히 넓은데다 눌리는 깊이도 깊은 편이라 누르는 맛이 좋다.
특히 우측 Enter키와 Shift키는 상당수 노트북에서 축소되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이 제품은 두 키가 굉장히 넓다. 치는 맛이 부족하거나 키가 좁아서 별도의 키보드를 연결할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나온 씽크패드 시리즈는 Fn키가 왼쪽, Ctrl키가 오른쪽에 배치된 경우가 많았지만 씽크패드 Z16은 Fn키와 Ctrl키가 다른 노트북 키보드와 동일한 배치다. 소소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다.
키보드 내부에는 백색 백라이트가 내장되어 있어 어두운 곳에서 작업할 때 유용하다. 그 외에 지문센서가 방향키 왼쪽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독특한 점이다. 시스템 로그인을 할 때 비밀번호 입력을 지문 인식으로 대체할 수 있어 보안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시리즈 특유의 붉은색 트랙포인트는 여전하다. 트랙포인트를 기울여 마우스 커서를 움직일 수 있으며 기울인 각도에 따라 커서 이동속도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일반적인 터치패드에 비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므로 별도의 마우스를 꽂지 않고도 큰 불편이 없다.
그리고 하단에 터치패드도 마련되어 있는데 터치패드 하단 양쪽 외에도 상단 양쪽 역시 왼쪽/오른쪽 클릭 기능이 할당되어 있다. 터치패드 상단 클릭 버튼은 트랙포인트로 마우스 조작을 할 때 주로 이용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씽크패드 Z16에 탑재된 터치패드는 물리적인 버튼이 없는 대신 누를 때마다 섬세한 진동을 통해 마치 실제로 누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햅틱 기능이 적용된 제품이다. 예전 아이폰 시리즈의 홈버튼과 비슷한 감각인데, 눌리는 깊이가 좀 얕게 느껴지는 것이 단점이지만 아주 살짝 눌러도 확실하게 입력이 되는 건 장점이라 할 만하다.
돌비 애트모스 적용한 사운드 시스템
키보드 양쪽 가장자리에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자리하고 있다.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기술에 대응하고 있는데, 제품에 기본 설치된 돌비 엑세스(Dolby Access) 앱을 통해 콘텐츠별 자동 음질 최적화 기능도 쓸 수 있다. 소리를 실제로 들어보면 내장 스피커의 한계 때문인지 입체감은 다소 부족한 편이지만 전반적인 표현력이 기대 이상이며 음량도 상당히 크다.
그리고 돌비 엑세스 앱에서는 노트북 내장 스피커 외에 헤드폰이나 외부 홈씨어터용를 연결했을 때 사운드를 최적화하는 옵션을 제공한다. 내장 스피커도 쓸 만하긴 하지만 좀더 입체감 있는 사운드를 즐기고자 한다면 헤드폰이나 홈씨어터에 씽크패드 Z16를 연결해 이용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탑재된 화면은 씽크패드 Z16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일반적인 LCD 대비 컬러 표현능력과 응답속도, 시야각, 명암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훨씬 우수한 OLED 패널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화면 해상도 역시 일반 풀HD급 대비 4배가량 정교한 4K급(3840x2400)이라 최근 출시되는 초고화질 콘텐츠를 감상하는데 손색이 없다.
돌비 비전 지원하는 4K급 OLED 패널로 콘텐츠 경험 극대화
특히 화면 전반의 컬러 표현능력과 명암비를 극대화하는 HDR 기술을 지원하는데, 흔히 쓰이는 HDR10 규격 대비 고급 기술인 돌비 비전(Dolby Vision) 규격 HDR을 지원한다. 화면 밝기 역시 400니트(nits)로 높은 편이라 HDR을 활성화한 후에도 일부 컬러가 왜곡되지 않고 자연스런 화면을 보여준다. 내장된 돌비 액세스 엡에서 밝음, 어두움, 선명함 등 사용자의 취향 및 주변 환경에 따라 돌비 비전 설절값을 조정하는 기능도 제공하니 참고하자.
화면의 가로세로 비율이 일반적인 16:9 보다 상하로 약간 더 넓은 16:10인 것도 눈에 띈다. 이는 웹 페이지나 문서를 열람할 때 16:9 화면에 비해 더 많은 정보량을 제공하므로 업무용으로 유용하다. 화면 주변의 베젤이 얇아 본체 대 화면비 92%를 실현, 몰입감도 좋다.
그 외에 씽크패드 Z16에 탑재된 화면은 동시에 10개의 입력을 인식하는 터치스크린 기능을 가진 것도 특징이다. 다만 동사의 요가(YOGA) 시리즈처럼 화면을 키보드 반대편까지 완전히 접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태블릿처럼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쉽다. 마우스 없이 화면을 직접 터치하며 작업하고자 할 때 활용하자.
화면 상단의 카메라 및 마이크 역시 비즈니스 노트북 시장의 강자 다운 충실한 구성을 갖췄다. 일반적인 노트북에 탑재되는 HD급 카메라 대비 고화질을 기대할 수 있는 풀HD급 카메라와 더불어 얼굴 스캔을 통해 안전한 로그인을 할 수 있는 IR카메라 기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키보드의 Fn+F9키를 통해 카메라를 활성화/비활성화할 수 있는 E-카메라 셔터(E-Camera Shuter) 기능도 제공하므로 카메라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도 막을 수 있다.
카메라와 짝을 이루는 이중 배열(Dual array) 마이크의 경우, 다양한 부가 기능을 지원하는 돌비 보이스(Dolby Voice) 기능을 지원한다. 이 역시 돌비 액세스 앱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데, 잡음 유입을 억제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 다른 음성을 억제하고 기기 앞에 있는 사용자의 음성만을 캡처하는 개인정보 보호 기능, 공간 전체 목소리를 캡처하는 공동 작업 기능 등의 유용한 기능을 쓸 수 있다.
최신 기술 적극 적용한 측면 인터페이스
측면 인터페이스의 구성은 장단점이 극명하다. SD카드 리더 및 오디오 입/출력 포트 1개씩을 갖춘 것 외에 USB 타입-C 포트만 3개를 갖췄다. HDMI 포트 및 전원 포트가 따로 없으며, 외부 디스플레이 출력은 물론, 본체 충전까지 USB 타입-C 포트를 통해 이루어진다. 본체에 동봉된 135W 규격 전원 어댑터 역시 USB 타입-C 규격의 커넥터를 갖췄다. USB-PD를 지원하는 타사의 전원 어댑터도 호환되므로 번거롭게 여러 어댑터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점은 좋다.
다만, 외부 디스플레이로 화면을 출력하려면 USB 타입-C 포트를 HDMI나 DP 규격으로 바꿔주는 변환 케이블을 이용하거나 USB 타입-C 포트 입력을 지원하는 모니터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결과이며, 덕분에 본체 두께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HDMI 포트 1개 정도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최신 CPU와 외장 GPU로 콘텐츠 구동 능력 강화
내부사양 면에서도 최신 기술이 다수 적용되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CPU와 GPU다. 씽크패드Z16 시리즈는 AMD의 노트북용 프로세서 중에서도 가장 최신 모델인 라이젠 6000 시리즈(코드명 렘브란트)를 탑재하고 있으며 최대 라이젠9 프로 6860Z까지 적용된다. 이번 리뷰에 이용한 씽크패드 Z16 Gen1 – 21D40007KR 모델에는 라이젠7 프로 6850H 프로세서가 적용되며, 이 역시 2022년 9월 현재 노트북용 CPU 중에서는 상위권의 사양을 갖춘 모델이다.
라이젠7 프로 6850H는 물리적으로 8개의 코어, 논리적으로 16개의 쓰레드로 구동하는 CPU를 품고 있어 다중작업에 유리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3.2GHz로 구동하다 고성능이 필요한 상황에선 최대 4.7GHz까지 동작 속도를 높일 수 있어 전반적인 처리 효율이 높다.
게임을 비롯한 3D 그래픽 기반 콘텐츠 구동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GPU의 경우, CPU 내장형 제품 대비 고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외장형 제품, 라데온 RX 6500M(4GB)을 탑재했다. 본격적인 게이밍 노트북용 GPU에 비하면 한 수 아래의 제품이지만,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을 구동하거나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편집 및 감상하는 용도로는 충분한 성능을 낸다.
저장장치의 사양 역시 눈길을 끄는데, 최근 보급이 본격화된 최신 메모리 규격인 LPDDR5 시스템 메모리(램)를 16GB 탑재하고 있다. SSD 역시 PCIe4.0 고속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512GB 용량의 M.2 규격 제품을 탑재해 성능을 강화했다. 사용자가 원한다면 SSD 교체를 통해 용량 확장도 가능하다. 다만 램의 교체나 확장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좀더 고용량의 램을 원한다면 32GB 램을 탑재한 모델을 선택하자.
다양한 작업에 두루 이용 가능한 수준급의 성능
시스템의 종합적인 성능을 특정하는 ‘PC마크10(PCMark 10)’도 구동해봤다. 테스트 결과, 종합 점수는 6,207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나 웹 브라우징 등의 전반적인 이용 감각을 평가하는 필수(Essential) 항목은 9,828점, 문서 작업을 비롯한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생산성(Productivity) 항목은 7,599점, 그리고 사진 편집이나 동영상 인코딩을 비롯한 디지털 콘텐츠 창조(Digital Content Creation) 항목은 8,690 점을 기록했다.
워크스테이션이나 게이밍 PC에 견줄만큼의 초고성능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성능이 노트북으로서는 확실히 상위급이며, 중상급의 데스크톱과 비교해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 사무용이나 콘텐츠 개발용은 물론, 온라인 게임 구동용으로 이용하기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배터리 효율도 좋은 편이라 유튜브 동영상 감상이나 문서 작성 등의 가벼운 작업이라면 10시간 이상 이용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참고로 씽크패드 Z시리즈는 제품 포장재에 대나무, 사탕수수 등의 친환경 소재를 적극 적용했다. 제품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지만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ESG(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개선) 경영에 레노버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신 기술로 다시 태어난 신세대 씽크패드의 시작
레노버의 씽크패드 Z16은 씽크패드 브랜드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최신 트렌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 제품이다. 특히 비즈니스 노트북 특유의 중후한 디자인과 우수한 배터리 효율, 그리고 높은 보안성을 갖추면서 최신 CPU 및 GPU, 그리고 4K OLED 화면 등의 요소를 다수 적용해 기존의 팬은 물론, 신세대 소비자의 취향까지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성을 갖췄다.
또한 16인치급의 큰 화면을 갖췄으면서 15.8mm의 슬림한 두께를 실현했다는 점, 돌비 비전 및 돌비 애트모스, 돌비 보이스를 비롯한 고급 멀티미디어 기술을 다수 탑재해 수준급의 콘텐츠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도 호감을 주는 부분이다. 다만 씽크패드 시리즈 답지 않게 업그레이드 편의성이 떨어지는 편이며, 외부기기연결용 포트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은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씽크패드 Z16은 세부 사양(CPU, GPU, 램, SSD, 화면 해상도 등)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으며, 2022년 9월 온라인 판매가 기준, 200만원대 중반~300만원대 초반 사이에 팔리고 있다. 최신 기술로 새로 태어난 신세대 씽크패드 시리즈의 면모를 확실히 느끼고자 한다면 '딱'인 모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