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 시장, 수익성 증명해야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2년 8월 28일, 코트라(KOTRA)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미 스타트업 투자 동향 분석' 보고서에 실린 미국 스타트업 데이터 플랫폼 조사업체 CB인사이츠(CB INsights)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유치 규모는 1,085억 달러(약 145조 원)로 전분기 대비 23% 감소했다.
이는 지난 1분기에 기록한 직전 분기 대비 투자 금액 감소율 20%보다 큰 수치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투자 건수도 7,651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직전 분기 대비 15% 감소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벤처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 현황은 2조1,802억 원으로 처음 2조 원을 돌파했으나 2분기에는 1조 8,259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9.053억 원) 대비 794억 원(4.2%) 줄었다. 중기부는 올해 2분기 감소에 대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벤처캐피탈(VC)들이 투자를 관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 2022년 8월 11일 국내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 7월 국내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한 금액은 8,368억 원이다. 이는 전년 7월 3조 659억 원 대비 72.7% 감소한 수다. 직전 달인 2022년 6월(1조 3,888억 원)과 비교해도 투자금은 38.9% 줄었다.
다만, 올해 상반기를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7조 873억 원, 투자 건수는 97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2.7%(4조 3,549억 원), 90.8%(512건) 높았다. 스타트업언라이언스는 투자 유치를 최종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올해 상반기 지표는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던 '스타트업 호황기' 때의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깐깐해진 시장
다소 주춤하는 국내외 투자 시장 분위기는 실제로 깐깐해진 기준으로 다가왔다. 국내에는 이미 결성된 펀드가 많아 급격한 변동을 겪는 해외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올해 1분기 2조 6,612억 원 결성, 올해 2분기 1조 7,732억 원 결성), 투자 결정에 대해 엄격한 평가 기준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투자사들이 기업 가치를 낮게 평가하거나 매출의 지속성 여부 등을 들여다보는 상황이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 약 700억 원을 달성한 스푼라디오도는 작년말 시리즈D 투자유치 실패 허리끈을 동여맸다. 시리즈D 투자 유치 실패 이후 올해 직원 수 30%를 내보내야 했으며, 마케팅 비용 절감, 경영진 연봉 삭감 등의 출혈을 감수했다.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온덱과 모기지 스타트업 베터닷컴은 25~50%의 인력을, 무료 주식 중개 플랫폼 앱을 서비스하는 로빈후드도 전체 인력 중 9%(300명) 이상의 직원을 내보내야만 했다.
스타트업 이커머스 대표 기업 중 하나인 티몬은 늘어난 적자 규모(2021년 매출 1,290억 원, 2021년 영업 손실 760억 원)로 2조 원 가까이 평가받던 기업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경쟁사였던 위메프 역시 줄어드는 이용자 수에 따라 위기설은 끊이지 않는다.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왓챠도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티빙 등 타 OTT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2021년 영업 손실(248억 원)은 2020년(154억 원) 대비 94억 원 늘었다. 이에 지난 2분기부터 인력 감축 및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조직 축소, 신사업 중단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이용자 수 증가, 적자 규모를 살피지 않는 매출 성장 등 성장성에 집중했던 스타트업 투자 업계의 시선은 영업이익, 흑자 전환과 같은 수익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추세다. 쏘카, 마켓컬리, 직방 등 IPO를 준비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지금보다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면 예상보다 낮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토스, 배달의민족 보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 누적 가입자 수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당근마켓이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기업 광고를 싣는 ‘브랜드 프로필’을 선보이고, 명함 관리 서비스로 출발한 리멤버가 채용 솔루션 사업을 확장하며 과금 체계를 개편하기 시작한 이유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투자사 전문가는 “업계 독점적인 1위 기업과 같은 옥석 가리기 심화를 예측할 수 있다. 경쟁사 또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업체들의 M&A도 예상할 수 있다. 3분기에도 스타트업 투자 시장 감소는 이어질 전망이다. 안정적인 수익 수조와 건전성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라며, “다만, 시리즈C, D 이상의 대규모 투자 시장은 위축할 수 있지만, 신생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 투자는 위축된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국내의 경우 기결성된 정책금융 펀드, 민간부문 출자 등도 남은 상황이다. 객관적 데이터를 착실하게 준비한다면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