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상권의 ‘르네상스’ 꿈꾸는 춘천 원도심
[IT동아 김영우 기자] 스마트폰 하나만 들면 전국 어디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 영상 대화가 가능하며,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 서비스를 통해 전국의 제품을 내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굳이 특정 지역의 물건을 사기 위해, 혹은 그곳의 음식을 즐기기 위해 이동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다만,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선사한 반면, 일부 지방에는 유동 인구의 감소 및 상권의 축소라는 타격을 주었다. 특히 2020년 즈음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흐름을 한층 가속화했다.
강원도 춘천시, 그 중에서도 도시의 형성에 큰 역할을 한 원도심 지역이 대표적이다. 춘천 원도심은 1950년 6.25 전쟁을 전후해 형성된 중앙시장을 시작으로, 제일시장, 명동, 새명동, 지하도상가, 브라운5번가, 요선동 등을 일컫는다.
춘천 원도심의 시초인 중앙시장의 경우, 근처에 주둔하던 미군부대(캠프페이지, 2005년 철수)에서 흘러나온 각종 물건, 그리고 군복 등을 파는 상인이 모여들면서 상권이 형성되었다. 이후 미군부대에서 점포 530여개 규모의 공설시장을 만들고, 이것이 나중에 중앙시장이라는 건물형 시장으로 발전했다.
이후, 중앙시장의 상권이 확장된 요선시장, 젊은이들을 겨냥한 명동∙새명동 의류상가와 더불어, 지하도상가, 호주 상가의 분위기를 띈 브라운5번가 등으로 상권이 확장되면서 2000년 전후까지 춘천 원도심 상권은 상당한 유명세를 얻었다.
특히 춘천의 경우, 지리적인 위치 역시 절묘한 곳이라 강원도는 물론, 경기도 사람들도 물건을 사기위해 춘천 원도심을 찾곤 했다. 거주 인구가 28만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춘천에서 이러한 큰 상권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지리적 요인도 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온라인 물류의 발달 및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70여년의 세월을 거쳐 형성된 춘천 원도심의 매력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의견도 있다.
요선동이나 지하도상가에는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이 많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대를 이어 전통의 맛을 계승하고 있는 점포다. 또한 명동과 새명동은 강원도 최대의 매출 규모를 가진 패션 잡화 쇼핑지이며, 중앙시장과 제일시장은 전통적인 재래시장의 면모와 더불어 춘천마임축제, 춘천연극제, 춘천영화제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는 거점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옛 상권을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대로 두어서는 소멸이나 축소를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예전의 가치를 현대에도 계승하면서 상권의 경쟁력을 재고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공공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춘천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춘천 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춘천 원도심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춘천시가 제안, 지난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공모에 선정된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지며, 총 12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춘천 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사업의 성격이다. 단순히 옛 인프라를 헐고 번듯한 새 건물을 세우는 재개발, 혹은 아무 대책도 없이 예전 상태를 유지하는 보존사업과도 다르다.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사업명에서 알 수 있듯, 이는 옛 상권의 재생 및 부활을 의미한다. 전통적 가치의 본질을 존중하는 한편, 디지털 기술 및 문화 예술적 감성을 더해 한층 젊고 스마트한 상권으로 원도심 상권을 되살리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이와 더불어 상인간 협업을 도모하고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상인의 역량도 강화한다.
춘천 원도심 상권르네상스 사업의 주요 내용은 IT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상권 통합 시스템 구축, 문화예술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특화거리 조성, 그리고 창업교육 인프라 조성 등 다양하다. 이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춘천 원도심 상권르네상스사업단은 지난 2021년 1차년도 사업을 진행하며 스타트상권 통합 시스템의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특화거리 조성을 위한 환경정비, 그리고 창업교육장 조성 등을 비롯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2차년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통합시스템의 개발 및 스마트상점 육성 교육, 디지털 마케팅 활성화, 상권통합 축제 및 창업 지원, 핵점포(핵심점포) 선정 및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성과가 기대된다. 사업 대상이 되는 점포는 총 1,246개에 이른다.
춘천 원도심 상권르네상스사업단은 오는 2025년의 5차년도 사업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해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한 춘천 원도심 상권을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산하 상권르네상스사업단의 김효화 단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시대가 되었어도 수산물 등의 생물 상품, 혹은 독특한 핸드메이드 제품 등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지 쇼핑만의 매력”이라며 “상인교육 및 컨설팅, 인문학적 치유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 상권 특유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회복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