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친환경 포장재 관련 정책, 일부 아쉬움의 목소리도
[IT동아 김영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줄이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현재 시점에서도 이런 경향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활동이 줄어들면 그만큼 자원 낭비나 환경 오염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볼만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 반대였다.
특히 택배 물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택배 포장재로 주로 이용하는 생활 폐기물의 배출량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환경부의 발표에 의하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전년 대비 종이류 폐기물 발생량은 24.8%, 플라스틱 및 스티로폼 폐기물 발생량은 각각 18.9%와 1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재의 생산 및 폐기량의 증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특히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 포장재가 다수 이용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각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에 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는 과대포장을 줄임과 동시에 친환경 포장재의 이용량을 늘리기 위한 각종 정책 및 캠페인에 힘쓰고 있다.
환경부는 매년 9월 6일을 ‘자원순환의 날’로 지정했다. 그리고 이날 ‘포장재 및 1회용품 감량 우수사업자’를 선정해 이들을 포상하고 자원순환 우수사례의 대외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어 포장재 및 1화용품 감량을 추진한 식품업계나 유통 물류 업계가 대상이다. 2021년에는 매일유업이 환경부장관상, 롯데GRS가 국민훈장 동백장 등을 받기도 했다. 환경부는 올해 5월과 6월 사이에도 '2022 포장재 및 1회용품 감량 우수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공모를 받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환경부는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친환경 포장 배송을 하는 등의 친환경 활동을 하고 있는 할인점, 백화점, 쇼핑센터 등의 매장을 선정해 ‘녹색매장’으로 지정하는 녹색매장 지정제도 시범사업을 2020년까지 진행했다. 2021년부터는 ‘녹색특화매장’ 제도로 이를 확장했으며, 지정된 매장은 3년간 인증표시물, 상품표찰, 매장유도안내판, 포스터 등 다양한 운영물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벤처기업부는 작년 12월, ‘2022년 생활혁신형 기술개발 지원사업’ 공고를 냈다. 이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가 최신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특화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그리고 이들 사업장에 적합한 친환경 포장재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특히 친환경 포장재의 경우, 소상공인 매장에 즉시 적용가능한 기술의 개발에 집중한다.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응모를 받은 바 있으며, 선정된 기업은 3,000만원 이내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친환경 포장재 관련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7일, 전라북도 고창군은 고창농협 로컬푸드직매장에 식물성 소재의 생분해성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도입한 친환경 포장재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필름으로, 환경부에서 생분해성 인증을 받았다. 이는 미생물 등에 의해 180일 내 생분해되는 것이 특징이다. 고창군은 향후에도 로컬푸드 매장에서 이용하던 기존의 비닐 및 플라스틱 포장재를 친환경 포장재로 점차 교체해 나갈 계획이다.
강원도 태백시의 경우, 지난 2월 ‘2022년 친환경 인증농산물 포장재 지원사업’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는 소포장 친환경 농산물 생산농가의 포장재 제작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사업으로, 친환경인증농산물 생산자 단체 및 농업인이 지원 대상이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지원을 신청한 농업인은 포장재 1매당 1,000원씩의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플라스틱상자를 비롯한 일부 포장재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한편, 이렇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친환경 포장재 관련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지난 12월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경우, 이용할 수 있는 포장재의 재질·구조 평가기준에 두께, 색상, 포장 무게 비율 등의 기준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환경부에서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라지만, 기업은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포장재를 마련하고 일부 제품의 규격까지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을 주는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친환경 포장재 지원 사업 역시 농업인이나 농산물 매장에 포장재를 지원하거나 포장재 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주를 이루고 있어 좀 더 다양한 대상과 방법으로 지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산물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유통하고 있는 물류∙유통 업계, 그리고 친환경 포장재 생산 업계 등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포장재 생산 기업과 수요 기업을 연결하는 친환경 포장재 유통 플랫폼, ‘칼렛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칼렛바이오의 황시내 이사는 “최근에는 농수산물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물류∙유통 업체에서 자사의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맞춤형 친환경 포장재를 주문하고 있다”라며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개선)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것이 대세가 된 만큼, 정부 역시 좀 더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 관련 정책을 선보였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