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이노베이션허브 고창영 센터장, “스타트업과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KB스타터스 177개사, 기술 제휴 243건, 누적 투자 규모 1,194억 원(2022년 7월 기준). ‘KB이노베이션허브(KB Innovation HUB)’가 지난 7년여간 거둔 성과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KB이노베이션허브는 스타트업이 KB그융그룹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육기관으로, KB금융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뱅크 역할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자리잡고 있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매년 ‘KB스타터스’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사업화’, ‘협업공간’, ‘글로벌 스케일업’, ‘멘토링·자문’, ‘채용’ 지원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자고 노력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투자와 사업화 기회다. KB스타터스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2개월내 IR 자리를 마련해 CVC 펀드 및 KB계열사를 활용한 투자 기회와 KB금융그룹 계열사 협업을 통한 제휴 상품·서비스를 출시하는 사업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같은 투자와 사업화 기회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목마른 부분이다. 특히, KB금융그룹과 같은 금융 대기업과 함께 사업을 함께하고, 약속된 투자 유치 자리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기회다. 스케일업, 성장하기 위한 출사표와 같은 이러한 기회는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스타트업에게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희망과도 같다. 이에 IT동아가 KB이노베이션허브의 고창영 센터장(이하 고 센터장)와 박천일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KB금융그룹이 스타트업과 함께 걷기 위한 보금자리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KB이노베이션허브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고 센터장: 하하. KB금융그룹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지향하는 허브라고 설명하고 싶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지원하고, 투자하고… 여타 스타트업 보육기관과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스타트업 보육기관과 달리 KB이노베이션허브는 KB금융그룹이 지닌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가진 아이디어를 KB금융그룹과 함께 발전시켜 서로에게 도움될 수 있는, 상생 기회로 삼기 위해 노력 중이다.
IT동아: KB금융그룹과의 네트워크, 플랫폼을 만들어간다는 뜻인가.
고 센터장: 맞다. KB금융그룹은 국내 최대 고객과 지점망을 보유한 종합금융그룹이다. KB금융지주 산하 13개 계열사(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푸르덴셜생명,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생명보험,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KB인베스트먼트, KB데이터시스템, KB신용정보 등)와 함께 전통적인 금융 업무를 고객 중심의 혁신 서비스로 바꿔가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등 여러 금융 계열사가 고객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다.
때문에 KB금융그룹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곳곳에 녹아 들어가야 한다. 서비스를 보다 발전시키고, 보다 편리하게 제공하고자 노력해야 하지 않나. 마치 스타트업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처럼 말이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그 중간에 있는 교두보다. KB금융그룹이 겪고 있는 문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스타트업과 함께 풀어가고자 한다.
지난 2014년 방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고 싶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속 여주인공 배우 전지현씨가 입었던 천송이 코트는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하지만, 외국인들이 국내 쇼핑몰에 접속해도 공인인증서 때문에 천송이 코트를 구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지 않았나. 이러한 문제를 스타트업과 같이 고민하며 해결하고자 한다.
IT동아: 이해했다. 스타트업과 같이 걸어가고자 하는 KB금융그룹의 발걸음 같은데.
고 센터장: 서로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실제로 좋은 효과도 보고 있고(웃음).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하고, 스타트업으로부터 KB금융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도움을 받는다. 주고 받는, 이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에게 스케일업(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KB금융그룹도 스케일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초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 지자체 등 국가가 나서지 않았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모두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스타트업이 창출할 수 있는 미래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KB이노베이션허브도 같다. 스타트업의 미래가치를 위해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최선을 주고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 투자와 사업화 기회
IT동아: 어떻게 스타트업과 같이 걷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 센터장: 제휴·협업 사례를 얘기하고 싶다. 2022년 6월 기준, KB이노베이션허브를 통해 스타트업이 KB금융그룹 계열사와 제휴·협업한 실적은 239건에 달한다.
샌드버드(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얍컴퍼니(비콘 활용 결제 시스템), 스틸리언(앱 보안 난독화 솔루션), 락인컴퍼니(탈옥·루팅 환경 보안 시스템), 스케일체인(블록체인 전문 송수신 시스템) 등 5개 스타트업과 함께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충전식 지갑(Waller) 기반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 ‘리브 캄보디아(Liiv Cambodia)’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딥브레인AI와 키오스크형 AI 은행원을, 에잇바이트와 모바일 전자서명 계좌이체 간편인증을, 알고리즘랩스와 중고차 앱 매물 추천 시스템을 개발했다. 로민과는 모바일 이미지·문자 인식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KB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캐피탈 등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기존 문제점을 해결해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켰다.
KB이노베이션허브의 장점은 네트워크다. KB금융그룹 계열사의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반영하는데, 금융 서비스가 아니더라도 디지털·정보기술(IT)·데이터 부서 등과 협업해 심사를 진행한다. A 계열사 입장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기술과 서비스일지라도 B 계열사는 혁신성과 사업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나. 때문에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 금융권 핀테크 기술과 서비스 영역에만 제한을 두지 않는다. 헬스케어, 바이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과 함께하고자 노력 중이다.
IT동아: 의외다. 당연히 핀테크 위주의 스타트업을 발굴할 것만 같았는데.
박 팀장: 화이트큐브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화이트큐브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습관 만들기’라는 목표로 ‘챌린저스-전 국민 목표달성 프로젝트’라는 앱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기로 마음 먹었다면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낸다. 스스로 제약을 만들어 목표 달성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일깨우는 서비스라고나 할까.
때문에 화이트큐브는 사용자가 최소 하루 1번이라도 앱에 접속한다.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 확인하기 위함인데, 때문에 DAU(Daily Active Users, 하루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 MAU(Monthly Active Users,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 결과가 매우 높다.
화이트큐브의 이러한 경쟁력을 KB금융그룹 계열사와 연결하면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양사와 고객 모두에게 도움되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지 않나. 이처럼 핀테크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업들에게 숙제처럼 찾아 온 디지털 전환도 스타트업과 같이 해결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는 젊은 인력이 합류한다. 숙련된 전문가부터 사회에 첫 발을 들인 개발자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가 몰린다. 이들과 손잡고 한방향을 향해 같이 갈 수 있다면, KB금융그룹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이 같은 접점을 연결해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IT동아: 투자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고 센터장: 맞다. 2018년 7월, 금융권 최초로 100억 원 규모의 CVC 펀드 ‘KB디지털혁신성장신기술조합펀드’와 2021년 12월 3,000억 원 규모의 ‘KB디지털플랫폼턴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의 투자 단계 및 미래가치를 감안해 혁신기술 기업과 플랫폼 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시리즈A부터 시리즈B~C 투자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 상황에 맞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또한, 후속 투자 및 투자 유치 자리를 마련해 스케일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크래프트테크놀로지, 뱅크샐러드, 해빗팩토리, 스페이스워크, 코인플럭, 어니스트펀드 등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다.
스타트업의 미래가치를 단순히 성적표처럼 계산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같이 걷고, 같이 호흡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함께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의 허브를 꿈꿉니다
IT동아: 얘기를 나눌수록,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껴진다. KB금융그룹이라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같은 자리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터놓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을 꿈꾸는 것 아닌가.
박 팀장: 쉽지 않고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사용자들의 작은 불편 속에서 의외의 개선점을 찾아낸다. 앱 UX, UI와 같은 심미적인 부분도 잘 찾는다. 그리고 빠르게 대응하며 도전한다. 대기업, 큰 조직이 기민하게 대처할 수 없는 부분에 강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로에게 배우고, 서로가 손잡고 갈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있다.
고 센터장: 금융도 플랫폼이다. 전통 은행은 폰뱅킹, 인터넷뱅킹, 스마트뱅킹 등 디지털로 전환하며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지 않나. 기존에 서류 위주의 업무도 이제는 상당 부분 디지털로 바뀌었고, 기술의 발전에 맞춰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 신용평가도 이제는 대안신용평가를 도입하고 있지 않나. 대기업의 기술과 서비스도 변화하는 흐름에, 적응하고 융화해야 한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이러한 변화의 꼭지점에 있다. 스타트업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KB금융그룹 내부에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 스타트업에게 배우는 부분도 많이 있다(웃음).
KB이노베이션허브는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공간이다. 강남 KB이노베이션허브는 전체 320평 규모로 10~20명 규모의 스타트업 7개사가 근무할 수 있고, 관악 KB이노베이션허브는 8~10명 규모의 스타트업 7개사가 사용하는 독립 공간으로 구축했다. 해당 공간은 KB스타터스가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며, 입주를 원하는 스타트업에게 기본 10개월, 최대 1년간 연구개발(R&D) 공간으로 제공한다.
KB이노베이션허브을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제휴·협력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전초기지로 만들고 싶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KB금융그룹과 함께 현장에서 개발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PoC 현장이다. 스타트업에게 기회의 문을 넓히고자, 지난 2022년 3월에는 중기부 산하 창업진흥원(창진원)과 MOU를 맺고 '스타(Star)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타 프로그램은 창진원의 '창업도약패키지-대기업 협업 프로그램'과 KB스타터스의 혜택을 함께 제공하는 제도다.
허브, 플랫폼을 꿈꾼다. KB이노베이션허브에 오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있고, 그들에게 필요한 네트워크를 제공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앞으로 KB이노베이션허브가 만들어 갈 미래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