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일상에서 여행까지, 페달 대신 전기로 가는 자전거 시대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걷기에는 멀고…, 차 타기에는 가깝고…
주말 오전 조용한 카페에 들려 따뜻한 라떼와 함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곤 합니다. 조금 청승맞아 보이지만, 조용한 곳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한 주간 여러 일로 어지럽고 복잡했던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그래서 길을 걷다가 작거나 조용한 동네 카페를 찾아보곤 합니다. 주말에는 미리 눈여겨보았던 카페에 걸어가 커피를 마시죠.
그런데 요즘은 카페에 자주 가기 어렵습니다. 무더운 날씨 때문인데요. 먼 곳까지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걸어서 15분 내외 거리에 위치한 카페를 주로 방문했는데, 요즘 날씨에는 5분만 걸어도 숨이 턱턱 막힙니다. 그렇다고 도보 15분 거리를 차 타고 가기에는… 참 애매하죠. 뜨거운 태양을 피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네요.
해를 거듭할수록 여름은 계속 더워지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고 있죠. 또한, 야외활동은 줄이고, 시원한 실내장소를 방문하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다만, 워낙 덥기에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고 이동하기에는 부담스럽죠. 그래서일까요? 최근 거리에서 새로운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분들이 늘어난 느낌입니다.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와 같은 1인용 이동수단, 마이크로모빌리티를 말이죠.
마이크로모빌리티는 퍼스널 모빌리티(PM, Personal Mobility), 개인용 이동수단과 같은 의미로 자전거,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 전동 휠, 모페드 등을 포함합니다. 1인용 이동수단으로 단거리를 이동하기에 용이하며, 교통체증, 소음, 탄소배출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때문에 우리 삶 속에서 ‘퍼스트마일’과 ‘라스트마일’을 편리하게 해 주는 대안으로 부상했습니다.
퍼스트마일은 집, 회사 또는 특정 장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 및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고, 라스트마일은 대중교통 하차 후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꼭 집과 정류장 또는 역 사이를 이동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도보 약 15분 거리의 카페로 이동하기 위해 마이크로모빌리티를 타는 것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공유 킥보드 회사가 국내에서 철수한다고 하고, 전동 킥보드도 예전만큼 자주 안보이는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공유 킥보드, 전동 킥보드 등으로 발생하는 교통안전 문제로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헬멧을 착용해야 하고 운전면허증을 지참해야 하죠. 그렇지만 여전히 헬멧 미착용, 승차정원 초과, 무면허 주행, 음주 등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신설하고 개정하며 여러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잦은 규제 정비로 오히려 업계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죠.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대 공유 킥보드 업체 중 하나인 라임이 국내 철수를 선언하는 등 공유 킥보드 시장은 다소 위축하는 실정인데요. 향후 관련 산업 규제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는다면, 공유 킥보드 기업 입지는 계속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도로 위에 방치되는 킥보드는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습니다.
네, 서울시가 지난 2021년 7월부터 전국 최초로 불법 주차 전동 공유 킥보드 견인을 시작하며, 거리에 방치된 킥보드들을 강제로 수거했기 때문입니다. 공유 킥보드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하기 참 어려운 실정인데요.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마이크로모빌리티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전기 자전거입니다.
전기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는 둘 다 가까운 거리를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도 존재하는데요. 전동 킥보드는 이용 시 꼭 헬멧을 착용해야 합니다. 미착용 시 범칙금을 낼 수 있죠. 하지만, 전기 자전거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지만, 페달을 밟아 이동하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자전거입니다. 물론 자전거 역시 헬멧을 꼭 착용해야 하지만, 미착용 시 범칙금을 내지는 않죠. 아, 운전면허증을 소지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스윙’이나 ‘킥고잉’ 등 국내 일부 공유 킥보드 기업들은 전동 킥보드를 대신해 비교적 규제가 덜한 전기 자전거 서비스에 주목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점은, 헬멧 미착용 시 범칙금을 내지 않는 것 때문에 전기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헬멧 착용은 여전히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네요.
전기 자전거가 전동 킥보드를 대신할 수 있을까요?
지난 2022년 7월, 자전거 전문 기업 삼천리자전거가 서울시의 공유 자전거 따릉이와 공유 전동 킥보드 기업 킥고잉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전기 자전거의 공유 모빌리티 시장 진출은 이미 시작했죠.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Report Ocean’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 자전거 시장은 2021년 46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60조 4,963억 원)에 이릅니다. 또한, 2022년부터 연평균 11.9%씩 성장해 2030년 1,201억 1,800만 달러(한화 약 157조 5948억 원) 시장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죠. 자전거 업체뿐만 아니라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도 전기 자전거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자동차 산업의 외연 확장으로 모빌리티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산업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자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요. 전기 자전거는 기술 확보의 용이성, 시장 가능성 등의 이유로 산업 내 새로운 게임체인저(game-changer)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포르쉐는 ‘eBike Sport’와 ‘eBike Cross’를 출시하며 전기 자전거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지난 2022년 6월에는 전기 자전거용 모터 및 배터리 전문 제조사 ‘파주아’를 인수하며, 향후 고성능 전기 자전거를 포함한 다양한 마이크로모빌리티 기술개발에 의지를 보였죠. 또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메르세데스-EQ 포뮬러E팀은 4가지 성능의 전기 자전거를 개발해 출시했습니다. 이외에도 BMW가 전기 자전거 시장에 참여한지는 어느새 약 10년 가까이 지났죠. 전기 자동차를 제조하는 스타트업 리비안도 지난 2022년 1월 미국 특허청에 자사의 상표 사용을 전기 자전거로 확장해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전기 자전거의 시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접근이 비교적 쉬워 앞으로 더 많은 경쟁자가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향후 시장 내에서의 경쟁도 더욱 심화되겠죠.
전기 자전거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다른 기업도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지난 2022년 7월, 일본의 혼다와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무인양품이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중국의 전기 자전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협업이었죠. 그 결과로 신형 전기 자전거 ‘MS01’을 공개했습니다. MS01은 혼다와 중국 선디로 홀딩스의 합작사인 ‘선디로 혼다 오토바이’가 개발과 생산을 담당했는데요. 향후 중국 시장에서 도심 내 짧은 거리를 주행하는 2030세대를 주 고객층으로 선점해 초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방침입니다.
자동차 제조사와 유통업체,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기업이 전기 자전거를 생산하기 위해 협업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혼다는 전기차 시장에 다소 늦게 참여하면서 뒤처진 경쟁력을 만회하고, 무인양품은 전기 자전거를 생산해 소비자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MS01은 최고 시속 25km로 주행할 수 있으며, 1회 충전으로 약 65km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주행속도는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기존 전동 킥보드와 유사하지만, 1회 충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약 1.5배(전동 킥보드의 이동거리는 21.1km ~ 42.4km 수준) 이상입니다. 판매가격은 4,890위안(한화 약 94만 7,779원)이며, 혼다 계열의 오토바이 판매점과 온라인에서 판매할 예정입니다.
두 회사의 관계자는 무인양품의 디자인과 혼다의 전기차 기술력을 더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연구개발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향후 두 회사의 시장 경쟁력이 확장된다면, 국내에도 진출할 수 있겠네요.
1회 충전에 65km를 이동한다라…, 전동 킥보드 보다 먼 거리를 가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수도권 기준, 평균 출퇴근 거리는 15km 내외입니다. 이를 감안할 때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이죠. 실제로 전기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늘어났고, 인터넷에서는 ‘출퇴근용 전기 자전거 추천’ 글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기 자전거도 자동차처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배터리 용량, 모터의 힘, 프레임의 강도, 바퀴 폭 및 표면, 서스펜션 등 제품마다 다르죠. 집 앞에서 간단하게 탑승하는 생활형 전기 자전거부터 산악용, 여행용 전기 자전거까지 다양한 용도의 전기 자전거들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반 자전거와 비교해 오르막이나 장거리를 덜 힘들게 이동할 수 있어 전기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죠. 오토바이 대신 전기 자전거에 안전장비를 추가해 부업으로 배달에 나서기도 합니다. 정말 다양한 곳에서 전기 자전거를 활용하는 것이죠.
전기 자전거의 친환경 효과가 전기 자동차보다 높다고요?
보조금 정책 효과를 보면 그렇습니다. 전기 자동차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죠.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국산 자동차의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은 210g/km인데, 출퇴근 시 40km를 이동한다면 하루 평균 8.4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셈입니다. 즉, 출퇴근에 전기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매일 약 8kg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셈이죠. 그런데 전기차 1대 분의 구매 보조금(약 1,000만원)으로 33대의 전기 자전거 구입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친환경 효과를 쉽게 볼 수 있는 방법이죠.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카고바이크(화물+자전거)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27개국 중 14개국에서 지원하고 있죠.
국내에서는 전기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나요?
최근 우리나라도 전기 자전거 보급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기 자동차 보급으로 인한 친환경 효과보다 전기 자전거 보급을 통한 친환경 효과가 크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서울 강동구는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지난 2021년부터 전기 자전거 구입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대전시, 경기도 과천시, 강원도 춘천시 등도 올해부터 보조금 지원을 도입했죠. 아울러 정부는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전기 자전거 보급을 늘릴 계획이며, 올해 2만 대였던 보급 목표를 내년 7만 대까지 늘릴 방침입니다.
삼천리자전거는 지하철, 버스 또는 자동차 트렁크에 간편하게 실을 수 있는 접이식 전기 자전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해당 브랜드의 판매율은 132%로 2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공유 전동 킥보드 사용률 감소로 인한 출퇴근용 마이크로모빌리티 수요 증가, 레저목적 등 야외활동 증가 등의 원인으로 당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합니다.
향후 관련 산업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공유 전동 킥보드 시장은 첫 출시 이후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확장했습니다. 새로운 신규 사업자도 계속 등장했죠. 하지만,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은 과도기에 진입하면서 다양한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규제 신설 및 개정을 통해 대처했지만, 업계는 정부의 정책 및 규제에 대해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이유로 비판하는 실정입니다. 이제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협의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외 여러 나라는 모두 각자만의 방식으로 마이크로모빌리티 정책을 마련하고,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과 규제 측면으로만 접근할 수 없습니다. 전기 자전거를 활발하게 육성하는 국가들의 특징은 자전거용 신호등, 자전거 적재를 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마이크로모빌리티리를 위한 도로 확충 등 다양한 인프라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실제 사용자가 얼마나 편하게 다닐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 아닐까요?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