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가전, 스마트 기기 가격 줄줄이 인상…원자재 부족·물가 상승 직격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주요 전자제품, PC 부품, 스마트 기기 등의 소비자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여파가 테크 기업들을 직격하면서다. 여기에 1300원대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판매가 조정도 겹쳤다.

메타(구 페이스북)은 지난 1일부터 VR 헤드셋인 메타 퀘스트2(구 오큘러스 퀘스트2)의 가격을 100달러씩 인상했다. 이에 따라 299.99달러였던 128GB 모델은 399.99달러, 399.99달러였던 256GB 모델은 499.99달러로 올랐다. 국내 판매가도 각각 41만 4000원에서 55만 9000원, 55만 3000원에서 69만 9000원으로 약 14만 원가량 올랐다. 30% 수준의 대대적인 인상을 감행한 셈이다.

메타는 이번 달부터 '메타 퀘스트2' 가격을 100달러 인상했다. 출처=메타
메타는 이번 달부터 '메타 퀘스트2' 가격을 100달러 인상했다. 출처=메타

메타 퀘스트2는 그동안 메타가 기기 보급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를 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일 정도로 이례적인 가성비를 자랑했다. 이러한 가성비에 힘입어 지난해 누적 출하량 1000만 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타는 앞서 지난해 8월 64GB 모델을 단종하고 128GB 모델을 출시할 때도 가격을 기존 64GB 제품과 동일하게 책정하며 저가 전략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압박이 거세지고, 메타버스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붙으면서 더 이상 낮은 판매가를 고집하는 게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공식 블로그에서 제품 생산 및 배송에 드는 비용이 증가해 가격 인상해야만 연구와 개발에 투자를 계속할 수 있다고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애플도 지난 6월 M2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맥북 에어를 공개와 함께 기존 M1 맥북 에어 국내 판매가를 10만 원 인상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구형 제품 가격을 유지하거나 내리는 대신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와 함께 M2 탑재 맥북 에어는 전작보다 30만 원이나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가격 인상 전 출시가와 비교하면 체감 인상 폭이 40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애플 M1 맥북 에어는 신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환율로 인해 국내 판매가가 오히려 올랐다. 출처=애플
애플 M1 맥북 에어는 신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환율로 인해 국내 판매가가 오히려 올랐다. 출처=애플

애플은 국내 판매가 인상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고환율을 반영한 가격 조정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7월 일본에서도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엔화가 달러 대비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엔저’ 현상이 극심해지자 이를 반영해 가격을 대폭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슨도 인기 헤어 스타일러인 ‘에어랩’의 국내 판매가(컴플리트 기준)를 59만 9000원에서 64만 9000원으로 5만 원 인상한 데 이어, 지난 7월 출시한 신형 모델의 가격도 5만 원 인상한 69만 9000원으로 책정했다. 구형과 신형의 차이는 있지만, 올해 들어 무려 15%나 가격이 오른 셈이다. 다이슨은 올해 초 가격 인상 때 원자재 부족과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인텔도 CPU 가격 인상을 공식화했다. 데이빗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8일 실적 발표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시점이 왔다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 폭이나 적용 제품을 밝히진 않았다. 일본 닛케이 신문은 최소 10%에서 최고 20% 수준의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인상분은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PC 시장에 반영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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