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MX 시리즈 첫 기계식 키보드, 로지텍 MX Mechanical
[IT동아 권택경 기자] 키보드가 업무 도구인 사무직 직장인에게 좋은 키보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다. 로지텍의 마스터 제품군은 이런 목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설계된 프리미엄급 업무용 제품군이다. 마우스를 시작으로 지난 2019년에는 키보드 ‘MX Keys’를 선보이며 업무용 키보드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다.
로지텍은 올해 6월에는 ‘MX Keys’ 성공을 이어갈 후속작을 내놓았다. 바로 ‘MX 메커니컬(MX Mechanical)’과 해당 제품에서 숫자 키패드가 빠진 ‘텐키리스’ 버전인 ‘MX 메커니컬 미니’다. MX 시리즈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무선 기계식 키보드다.
MX 메커니컬의 첫인상은 딱 MX Keys의 ‘기계식 키보드 버전’이다. 그래파이트 색상, 전체적인 기능 구성, 키 배열 등 전체적인 디자인 기조나 구성이 동일하다. 다만 모서리 곡선이 완만해 전체적으로 둥근 인상이었던 MX Key와 달리, MX 메커니컬은 모서리 곡선이 좀 더 급격해 전체적인 형태가 직사각형에 가깝다. 고급형 제품에 걸맞게 한눈에 봤을 때 만듦새에는 흠잡을 구석이 없다.
알루미늄 재질로 만든 본체는 적당한 무게감이 있는 데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고무 패드까지 있어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타건할 수 있다. 키캡은 무광 ABS 재질에 투 톤 구성이다. 기능키는 주로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회색, 문자키는 옅은 회색으로 구성됐다. ABS 재질이므로 오랜 기간 사용했을 때 손에서 나온 기름이 배어 번들거리거나, 마모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키캡 아래에는 백라이트가 있어 어두운 환경에 사용할 때 유용하다. 주변 밝기를 인식해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방식이다. 정적, 대비, 브리딩, 웨이브, 반응형, 랜덤 등 총 6가지 백라이트 효과도 지원한다. 게이밍 키보드의 RGB 조명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쓰기 좋다. 다만 백라이트를 사용할 경우 배터리 지속 시간이 15일 수준으로 짧아지므로, 꼭 필요한 환경이 아니라면 꺼두고 사용하길 권한다. 이 경우 한 번 완충으로 최대 10개월까지 이용할 수 있다.
키보드 상단 F1, F2 등 기능키는 디스플레이나 백라이트 밝기 조절, 음성 비서 호출, 이모지 입력, 화면 캡처, 미디어 재생 제어, 음량 조절 등 다양한 기능키로 배정이 되어 있다. 만약 기능키를 기본 설정으로 고정하고 싶다면 FN키와 함께 ESC를 누르면 된다. 각 기능키에 할당할 수 있는 동작은 전용 소프트웨어인 ‘로지 옵션+’에서 자유롭게 조정이 가능하다.
스위치는 카일의 로우 프로파일 갈축을 채택하고 있다. 소리가 크지 않으면서도 누르는 느낌을 확실히 전달해 준다. 확실히 팬터그래프보다는 타이핑하는 재미가 있는 편이다. 물론 MX Keys도 팬터그래프 키보드 중에서는 뛰어난 타건감을 갖추곤 있는 제품이다. 타건감은 어디까지나 호불호의 영역이라, MX Keys보다 MX 메커니컬의 타건감이 뛰어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MX Keys의 기능성이 마음에 들었더라도 팬터그래프 키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MX 메커니컬이 딱 맞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MX 메커니컬이 타이핑하는 맛은 더 좋았지만, 손과 손목의 피로는 더 빠르게 쌓이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높이가 높은 편이라 손목 받침대 필요성도 크게 느껴졌다. 좀 더 존재감 있는 타건감을 원한다면 MX 메커니컬을, 손의 피로를 최소화하고 싶다면 MX Keys를 선택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만약 게임용 키보드도 겸한다면 MX 메커니컬을 선택하는 편이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하지만 저소음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MX Keys 쪽이 좀 더 알맞다. MX 메커니컬도 소리가 그렇게까지 큰 제품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눈치 안 보고 타건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진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갈축 버전만 판매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적축, 청축 버전도 판매하고 있다. 로지텍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갈축을 우선 국내에 선보였으며, 나머지 버전 출시 계획은 미정이라고 한다.
MX Keys와 이번 제품의 또 다른 차이점 중 하나는 수신기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MX 메커니컬은 로지텍 유니파잉 수신기 대신 ‘로지 볼트’ 수신기를 채택했다. 여러 무선 신호가 뒤얽힌 환경에서도 지연이 덜하며, 보안성도 갖추고 있다는 게 로지텍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이전 로지텍 유니파잉 수신기 제품과는 호환되지 않으므로 ‘MX 마스터 3’ 마우스처럼 유니파잉 수신기를 채택한 구형 제품과 함께 쓴다면 수신기를 두 개 이상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물론 블루투스 연결도 지원하기 때문에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 블루투스 지원 기기에 연결할 때는 수신기를 딱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MX 시리즈의 또다른 강점 중 하나인 ‘이지-스위치’ 기능은 이번 메커니컬에서도 건재하다. 최대 3대의 기기에 동시에 페어링할 수 있으며, 각 기기에 할당할 수 있는 페어링 키가 따로 있어 쉽고 빠르고 직관적으로 기기를 변경할 수 있다. 윈도, 맥OS 외에도 다양한 운영체제, 휴대용 스마트 기기와 연결이 가능하다. 키 레이아웃이 윈도와 맥OS 겸용이므로 윈도 PC와 맥을 함께 사용하는 이용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가급적 ‘MX 마스터’ 시리즈와 같이 마찬가지로 이지-스위치를 지원하는 제품과 함께 사용하는 편이 좋다.
MX 시리즈 키보드와 마우스를 함께 사용한다면 이용할 수 있는 ‘로지텍 플로우’ 기능도 빼놓을 수 없는 특장점이다. 서로 다른 기기를 마치 하나의 기기처럼 한 쌍의 키보드와 마우스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다. 마우스 커서가 두 기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에 따라 키보드 연결도 자동으로 따라간다. 클립보드 공유도 지원하므로 두 기기 사이에서 드래그& 드롭으로 텍스트, 이미지, 파일을 전송하거나, 복사·붙여넣기를 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애플 생태계의 ‘유니버설 컨트롤’과 유사한 기능이다. 유니버설 컨트롤과 달리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에서는 지원되지 않지만, 윈도-맥 사이 이종 교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더 유용하다.
MX 메커니컬 미니는 풀사이즈 배열인 MX 메커니컬과 달리 텐키리스로 배열이 변경된 점 외에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양의 제품이다. MX 메커니컬 대비 75% 크기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가격도 조금 더 저렴하니 예산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숫자 키패드 이용 비중이 높은 편이라면 적응에 애를 먹을 수 있으니, 텐키리스 키보드에 익숙한 경우에만 추천한다.
적응 문제와 관련해 고려해야 하는 또 다른 요소는 MX 시리즈 특유의 ‘한영 전환 키’ 위치다. 한영 전환 키가 오른쪽에 하나만 있고, 스페이스 바가 다른 키보드에 비해 긴 편이라 누르기 다소 불편한 위치에 있다. 물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쓰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끝내 적응을 못해 결국 매물로 내놓게 되었다는 경험담도 종종 나온다. 어찌보면 MX 시리즈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MX 메커니컬은 이전 MX Keys의 장점을 그대로 간직한 채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은 충분히 살린 제품이라고 평할 수 있다. 물론 기계식 키보드 애호가들이 보기에는 성에 차지 않는 제품일 수도 있다. 커스터마이징도 자유롭지 않고, 키보드 핵심 부품이나 소재만 놓고 보면 가성비도 뛰어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MX 시리즈의 다양하고 풍부한 기능에 만족하면서도 팬터그래프 특유의 타건감에 아쉬움을 느꼈거나, 업무용으로 최적화된 기계식 키보드를 찾는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가격은 풀 배열 ‘MX 메커니컬’이 약 19만 9천 원대이며, 텐키리스 ‘MX 메커니컬 미니’가 18만 9천 원대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