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차주 '충전 불편' 한목소리...충전 인프라 현황과 전망은
[IT동아 김동진 기자] 전기차를 모는 차주들은 입을 모아 '긴 충전 시간 때문에 불편하다'고 말한다.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를 구입한 729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충전은 귀찮지만 탁월한 경제성이 주는 만족이 크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전기차 충전 시간이 얼마나 걸리길래 차주들이 한목소리로 불편을 호소할까. 해법은 없을까. 전기차와 관련 업계는 이를 해결하려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까. 이같은 의문을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급속 충전과 완속 충전의 차이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 속도에 따라 급속과 완속으로 나뉜다. 완속은 말 그대로 천천히 충전한다는 의미이고, 급속은 빠르게 충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개 충전 스탠드의 용량을 기준으로 충전 시간을 측정하는데, 이 숫자는 한 시간 동안 충전할 수 있는 전력을 뜻한다. 예컨대 공급 용량 50kW(킬로와트) 급속 충전기는 한 시간 동안 50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충전기는 배터리 손상을 막기 위해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한 후 전류량을 줄인다. 이 때문에 80% 충전 이후에는 급속이든 완속이든 똑같이 충전 속도가 느려진다. 따라서 급속과 완속 충전기의 충전 시간은 0%부터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으로 계산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안전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4kWh 배터리 탑재 전기차 기준, 50kW 급속충전기로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간은 약 60분 내외다. 100kW 급속충전기로는 약 3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7kW 완속 충전기로는 약 7시간 내외, 3.3kW 휴대용 충전기로는 16시간 내외가 걸린다.
이처럼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완속 충전기는 주로 아파트 등 주거시설에 설치돼 있다. 그래서 차주들은 귀가해 자기 전에 전기차에 충전기를 꽂아놓는다. 자고 일어나면 충전이 완료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정 때문에 서둘러야 하는데 충전 속도가 너무 느려서 충전을 포기하거나, 충전기를 확보하기 위해 이웃과 자리싸움을 하는 불편이 생긴다.
급속 충전기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공시설, 상업시설에 주로 설치된다. 급속이지만, 문제는 있다. 여러 사람이 충전하려 모이니 빨리빨리 충전해야 하는데, 문제는 60분 또는 30분 내외의 충전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점이다. 차량이 몰리면 대기 시간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전기차 차주들이 충전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것이다.
전국 충전소 인프라는?
100kW 급속충전기로 충전하면 30분 안팎의 시간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전국에 급속 충전기의 보급 대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13만 1319곳 가운데 급속 충전소는 1만 6379곳, 완속 충전소는 11만 4940곳이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기차 운행 차량 대수는 23만 2581대다. 지난 5월 말까지 보급된 1만 6379대의 급속 충전기로 현재 운행 중인 전기차의 충전을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충전 인프라 확대 분주…2030년 시장 규모 400조원대 형성 전망
다행인 것은,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충전 시장도 커지며 인프라가 점차 늘어난다는 점이다. 컨설팅사 롤런드버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내년 550억 달러(약 70조원)에서 2030년 3천250억 달러(약 41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충전소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충전 시간 단축을 목표로 전문 기업을 인수하며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예컨대 LG전자는 GS에너지와 함께 국내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를 공동 인수했다. LG전자가 지분 60%, GS에너지와 GS네오텍이 각각 34%, 6%를 취득했으며 인수금액은 1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애플망고는 완속과 급속 충전기를 포함해 전기차 충전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슬림형 급속 충전기 설계 관련 독자 기술 또한 확보한 기업이다. LG전자는 애플망고의 기술을 활용, 올해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에 충전기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 전기차 충전기를 가정과 쇼핑몰, 호텔, 공공기관 등에 보급하는 방식으로 충전 솔루션 사업을 본격 육성할 계획이다.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지난해 4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 업체인 시그넷EV(현 K시그넷)를 2900억원에 인수했다. 시그넷EV는 2018년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미국 인증을 획득한 기업으로, 미국 초급속 충전기 시장 50% 점유하고 있다. SK㈜는 그룹의 반도체, 정보통신 기술과 시그넷EV 충전기 제조기술을 결합하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를 론칭했다. 이 기업은 이피트를 중심으로 국내 전기차 충전사업자 연합인 이피트 얼라이언스(E-pit Alliance)를 결성, 2025년까지 도심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지자체도 분주히 움직인다. 서울시는 지난 1월,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을 통해 2026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개수를 지금의 10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충전기 2만 2000기를 보급할 계획으로, 구축 아파트를 포함해 시민들이 신청한 부지를 중심으로 신속하게 기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배터리 자판기와 같은 대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급속 충전기조차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지금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며 “충전 시간을 빠르게 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전기차 판매량 또한 증가하고 있어 불편은 차츰 개선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