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인력난 심화에 업계 "계약학과 포함 지원 늘려야 "
[IT동아 김동진 기자] 각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계약학과를 개설하며 과학기술 인재 배출에 힘쓴다. 그럼에도 인력 부족을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인재가 채워지는 수보다 부족한 일자리 수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력 수급 불균형은 향후 10년간 최대 60배 이상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자, 계약학과를 포함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국내 이공계 인력의 신규 유입량은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인데, 부족한 인원 규모와 그 증가 폭이 상당하다. 2019년에서 2023년 사이 800명에서, 2024년에서 2028년 사이 4만7000명으로 약 60배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자 과학기술 인력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들은 기업과 협력, 학생이 졸업 즉시 산업 현장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한 계약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학과가 해마다 배출하는 인력 규모는 수십여명에 불과한데, 필요한 인력 수는 그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학과 개설…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
실제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사들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부족한 인력은 1년에 3000여명 수준이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배터리 분야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 인력은 1810명가량 부족한 것으로 추산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미래차 분야에 2028년까지 연간 4600명의 전문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각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연이어 대학과 협력해 계약학과를 개설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법상 수도권 소재 대학을 ‘인구 집중 유발 시설’로 분류해 임의로 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수도권 정비 계획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학과에 예외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자는 주장이다.
인적자원, 연구개발, 시설 등 지원 확대…세액공제 혜택 등 절실
한국경제연구원은 산업기술 인력과 연구개발, 시설 등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및 지원을 확대해 인력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기업 R&D 지원액 비율은 GDP 대비 높은 수준(0.29%)이지만, R&D 지원액 규모(18억5000만달러)는 미국(221억달러), 일본(42.8억달러) 등에 비해 부족하므로, 지원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반도체 등 장치 산업을 위해 시설투자에 대한 공제율 상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반도체증진법안(FABS Act)을 통해 미국은 반도체 장비 및 시설 투자에 대해 25% 세액공제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최대 40%를 세액 공제하는 칩스법(CHIPS Act)도 추진한다. 한국도 이에 상응하는 세액공제율 상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끝으로, OECD 대부분 국가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별 차등적인 R&D 지원제도를 운용하지 않으며, 한국도 기업규모별 지원 수준에 대한 차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 기준 기업규모별 차등이 존재하는 국가를 살펴보면, R&D 조세지원 차등 수준은 일본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1.2배, 영국 2.3배, 캐나다 2.4배, 네덜란드 2.6배의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13.0배로 높은 차등을 두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코로나 극복과 선도형 경제로의 도약을 위해 한국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할 과학기술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며 “디지털 전환과 인구감소로 인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도 과학기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