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문제 해결하고 새 가치 만들 ‘창농'에 관심 모인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강원도 춘천의 한 농촌, 젊은 농부들이 밭에서 알 굵은 감자를 수확하는 데 한창이다. 무더위에 연신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훔쳐내기 바쁘지만, 이들의 표정은 밝다. 농식품 제조·로컬 브랜드 육성 스타트업 더루트컴퍼니의 임직원인 이들은 농가와의 감자 계약 재배로 농촌 부흥과 상생을 이끈다는, 감자 가공 식품으로 고향과 특산물을 알린다는 자부심을 가졌다.

경기 앙평의 한 스마트팜, 한 켠에서는 빨간 딸기가 익어가고 또 한 켠에서는 어른 주먹 두 개 크기의 애플 수박이 무럭무럭 자란다. 언제 어디서나, 계절 관계 없이 고부가가치 과일과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돕는 스마트팜 스타트업 퍼밋에는 농민들의 문의가 쇄도한다. 모두 바람직한, 모범으로 삼을 만한 창농(創農, 귀농 후 창업하는 것) 사례다.

창농의 사례, 농촌에 설치한 스마트팜. 출처 = 퍼밋
창농의 사례, 농촌에 설치한 스마트팜. 출처 = 퍼밋

귀농(도시에 살던 사람이 농사를 지으러 농촌으로 돌아가는 현상)에 이어 창농이 각광 받는다. 귀농은 주로 농촌 생활의 안착에 초점을 맞춘다. 창농은 농촌 생활의 안착은 물론 농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기존의 농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역할까지 한다.

귀농하려면 논밭과 집 등 기반을 마련하고 농사 기술도 배워야 한다. 귀농인은 기반이 튼튼하지 않고 농사 기술과 경험이 없어 한 번만 실패해도 큰 타격을 입는다. 한편, 창농은 논밭과 집이 필수가 아니다. 종류도 농식품 가공과 판매, 농축수산업 부산물 재활용, 지역 특산물 상품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과 물류 유통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하다. 논밭과 같은 기반 없이, 자신의 경력과 기술 혹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시도 가능하다.

창농은 점차 쇠퇴하는 농업의 발전과 부흥을 이끌 좋은 방법으로도 꼽힌다. 세대융합을 이끄는 덕분이다. 고령의 농부들이 쌓은 농업 지식, 경험을 젊은 창농인이 전수 받아 농사에 실패할 가능성을 낮추고 효율을 높인다. 힘을 합쳐 새로운 품종이나 상품, 농산물이나 지역을 대표하는 상표 등 가치를 만든다. 농작물 재배와 생산은 농부가, 상품화와 홍보 마케팅은 젊은 창농인이 전담하는 농업 법인의 성공 사례도 매년 늘어난다.

창농 기업의 규모와 매출이 커지면 자연스레 젊은이들이 모이고, 농촌의 고령화 문제와 농업 지식 단절의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 창농이 낳은 고품질 농식품이나 서비스는 지역, 특산물을 알리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미국의 미래 농부들'의 프로그램 소개 사진. 출처 = FFA 홈페이지
'미국의 미래 농부들'의 프로그램 소개 사진. 출처 = FFA 홈페이지

이런 장점을 눈여겨본 세계 선진국들은 2000년대 이후부터 다양한 창농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프랑스와 영국 정부는 농업 부문 창업자에게 정착 및 사업화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미국 농무부 역시 2002년부터 청년 농부와 창농 육성 사업 ‘미국의 미래 농부들(FFA, Future Farmers of America)’으로 수만 건의 창농을 이끌었다. 일본 농림수산성도 2012년 이후 귀농·창농인에게 보조금과 교육을 제공하는 취농 종합지원사업을 펼쳤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도 다양한 창농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교육 프로그램인 ‘농식품 기술창업교육’은 창농 성공의 지름길로 잘 알려졌다. 이름은 농식품 기술창업교육이지만, 농식품 뿐만 아니라 스마트 농업과 그린 바이오 등 농업 융복합 부문 기업과 이 부문 창업 희망자도 참여 가능하다.

교육 종류는 ‘창업 초기 과정’과 ‘창업 성장 과정’ 두 가지다. 창업 초기 과정은 기업가 정신과 재무회계 및 특허 실무, 비즈니스모델 고도화와 사업 계획서 수립, 비즈니스모델 검증과 시장 분석을 가르친다. 초기 기업이나 창농 희망자들이 듣기 알맞다. 창업 성장 과정에서는 부문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업이 자리 잡은 후 대표가 알아아 할 유통의 기본과 실무, 미디어 홍보와 마케팅 전략, 기업 브랜딩과 기업공개·투자 유치 전략을 교육한다.

농식품 기술창업교육을 신청 가능한 농식품 창업정보망. 출처 =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식품 기술창업교육을 신청 가능한 농식품 창업정보망. 출처 =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교육은 일반 교육과 현장학습 두 가지로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이뤄진다. 일반 교육에 포함된 전문가 강의는 온오프라인으로 이뤄지며 질의응답과 토론도 진행한다. 참가자들이 농식품 기업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현장 학습은 오프라인으로만 진행한다.

농식품 기술창업교육은 농산업 전 부문 초기 기업(창업 7년 이내)과 창업 희망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신청, 수강 가능하다. 농식품 창업정보망에서 상세 모집 요강 확인 후, 7월 25일(월) 15시까지 서류와 함께 참가 신청하면 된다.

농촌 낙후와 고령화 현상 해결을 도울 창농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는다. 우리나라 농촌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농가 인구 수는 221만여 명, 평균 연령은 67.2세로 나타났다. 해마다 인구 수는 급격히 줄고, 평균 연령은 높아진다. 이에 젊은 농업인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 창농 지원이 조속히, 내실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인구 유입과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더욱 적극 추진한다고 밝히며 주요 정책을 청년 농업인 육성과 귀농 지원으로 소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역시 연구 보고서 ‘고령화 시대 대비 청년 창업농업인 육성체계 발전 방안’에서 창농 지원조직 운영, 유형별 창농 맞춤형 지원 등 개선안을 제시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농식품 기술창업교육과 같은 정부 기관들의 창농 지원이 농촌에는 활기를, 창농인에게는 성과를 가져다주기를 기대한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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