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스마트폰 시장에 새 바람 불까··· 英 낫싱, Phone (1) 정식 출시
[IT동아 남시현 기자] 영국의 스타트업 낫싱(Nothing)이 투명한 콘셉트의 스마트폰, Phone (1)을 정식 공개했다. 낫싱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 원플러스(OnePlus)를 창업한 칼 페이(Carl Pei)가 2020년 10월 설립한 기술 기업으로, 현재 1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시리즈 B 스타트업이다. Phone(1)은 퀄컴 스냅드래곤 775G+ AP에 8/12GB LPDDR5 메모리를 갖춘 중상급 스펙의 스마트폰이며, 낫싱 OS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탑재한다.
낫싱 최고경영자 칼 페이는 “Phone (1)을 출시하기까지 거의 1만 명의 사람들이 투자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당시 낫싱 이어원(이어폰)만 제조한 우리를 믿은 평범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그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세계 구석구석의 사람들이 모든 정보에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이 있었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전 세계의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을 연결해 이 회사를 이끌어나갈 예정이다”라며 Phone (1)의 주요 정보를 공개했다.
주요 내용 사전 공개, LED로 포인트를 준 낫싱 Phone (1)
정식 출시에 앞서 이미 낫싱 Phone (1)은 투명한 스마트폰 혹은 LED가 박힌 스마트폰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낫싱이 이미 지난 3월 제품 출시 여부를 밝힌 데다가, 그 사이 낫싱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선에서 정보를 유출하거나 디자인을 공개해왔기 때문이다. 제품 디자인은 100% 재활용 알루미늄과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제작됐으며, 외장에는 플라스틱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특히 앞면과 뒷면 모두 코닝 고릴라 글라스 5가 사용됐고, 벨소리나 음향 등에 맞춰 후면에 있는 974개의 LED가 반응하는 ‘글리프 패턴’이 적용돼 사용 중 후면에 있는 LED가 지속적으로 반짝거리거니 빛을 발한다.
제품 크기는 세로 159.2mm, 가로 75.8에 두께 8.3mm로 보편적이며, 무게도 193.5g으로 무난하다. 디스플레이는 6.55인치 2400x1080 해상도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있으며, HDR10+와 10비트 색상 심도를 제공한다. 밝기는 기본 500니트, 최대 1200니트까지 발하며, 적응형 주사율이 적용돼 일반 상황에서는 60Hz의 저전력 상황을 유지하다가 게임이나 영상 등 빠른 화면 전환 시 120Hz로 동작한다. 평면형 스마트폰에 화면이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이유는 상하좌우 네 곳의 베젤 두께를 통일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낫싱 Phone (1)이 일반 스마트폰과 다른 점은 바로 운영체제다. 대다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그대로 활용하지만, 낫싱 Phone (1)은 안드로이드 OS를 재구성한 낫싱 OS를 기반으로 동작한다. 덕분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앱 및 서비스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면서, 폰트나 음성, 아이콘 등 세부적인 부분이 직접 수정됐다. 또한 생태계 연동 역시 신경 쓰고 있어서 테슬라 차량의 탑승 전 시동이나 에어컨 작동 등을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고, 애플 에어팟도 활용할 수 있다.
낫싱 Phone (1)은 오는 16일 런던 키오스크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21일부터 글로벌 판매를 시작한다. 다만 초기 판매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집중되며,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판매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제품은 백색 및 검은색 두 색상이 제공되며, 8GB LPDDR5 128GB 및 256GB 저장공간 제품과 12GB LPDDR5 256GB 제품 중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8GB, 128GB 모델이 399파운드(한화 약 62만 원)이며, 12GB, 256GB가 499파운드(한화 약 77만 5천 원)으로 책정됐다.
시도는 좋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목 잡나?
그간 새로운 플레이어가 없던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제품이 등장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칼 페이 역시 “현대 스마트폰 출시는 상당히 지루해졌고, 새 제품도 사양과 기능에 대한 내용뿐이다. 우리 역시 보편적인 스마트폰을 출시하려 했지만, 신선한 것을 바라는 시장에 맞추기 위해 뒷면에 LED를 부착하는 시도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초신성처럼 등장한 스타트업의 스마트폰에 좋은 반응을 보내고 있다.
다만 첫 제품이라는 점, 그리고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우선 첫 제품이라는 건 아직까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물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커스텀했기 때문에 활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품질이나 제품 수급 문제, 사후 서비스 등에서 어떻게 대처할지가 확인되지 않는다. 제품의 가격이나 디자인 등이 매력적이더라도 이런 부분에 대해 검증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주목을 한번 받고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나마 칼 페이가 글로벌 점유율 5%대 제조사 원플러스를 이끈 경력이 신뢰를 더한다.
또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 구매 수요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5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9천600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2개월 연속 감소세며, 코로나 19 이후 처음으로 월 1억대 판매량을 넘지 못한 수치다. 급격한 물가 상승과 중국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새로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의사가 줄어든 탓이다. 게다가 이러한 판매량 감소가 대형 제조사들의 재고 축적으로 이어지는 만큼, 신생이자 스타트업인 낫싱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히도 칼 페이가 의도했던 대로 Phone (1) 자체가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시장 상황은 나쁘지만, 사용자들은 참신한 디자인과 새로운 시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성능면에서도 중상급 수준을 적용해 여러 수요자층을 동시에 노리고 있고, 자기 개성을 중시하는 사용자라면 생각해볼 만한 물건이다. 낫싱의 Phone (1)이 비싼 장난감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혁신의 시작이 될지 시장의 평가만 남았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