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LTE 고속도로 위를 달려라, 멀티캐리어
여기저기서 LTE(Long Term Evolution)을 외친다. LTE관련 광고가 TV광고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사용자들도 이젠 3G(3세대 이동통신) 대신 LTE를 찾는 추세다. 이동통신 3사의 LTE 가입자 수는 이미 500만 명을 넘어섰다. LTE는 3G를 ‘장기적으로 진화’시킨 기술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 3G와 LTE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금 측면에서 LTE가 조금 더 비싸고 데이터 한도가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LTE를 반기는 이유는 3G에 비해 3~5배 빠른 속도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LTE 서비스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이 커진 것도 그 이유에서다. 좀 더 빠른 속도로 스마트한 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사용자들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SK텔레콤(이하 SKT)는 2012년 7월 1일을 시작으로 LTE 주파수 대역을 2배로 확대하며 상, 하향 40MHz 대역폭의 ‘멀티캐리어(Multi-Carrier)’ LTE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로 했다.
멀티캐리어 기술의 정의와 원리
SKT가 제공하는 멀티캐리어 LTE 기술은 800MHz(20MHz)와 1.8GHz(20MHz) 두 개의 주파수 대역을 모두 LTE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원리는 이렇다. 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사용하고 주파수를 효과적으로 운용해 두 개의 주파수 대역들 중에 더 빠른 속도의 주파수 대역을 선택해 LTE 통신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특정 주파수 대역에 네트워크 부하가 편중되지 않으며, 각 주파수 대역에 트래픽(특정 전송로 상에서 일정 시간 내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이 분산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800MHz 대역 LTE 이용자가 급증할 경우 시스템에서 1.8GHz 주파수를 사용하게 해서 데이터 속도를 높여 준다.
멀티캐리어 기술을 고속도로에 비유하곤 한다. 본래 고속도로는 다른 도로보다는 확실히 빠르다. 이를 LTE라고 해 보자. 그러나 장소에 따라서 많은 통행자(사용자)가 몰릴 경우 고속도로 통행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속도로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멀티캐리어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LTE 가입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기 때문에 인구 밀집 지역의 경우 속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단말기가 특정 주파수만을 사용할 경우에는 트래픽을 분산해서 수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즉, 트래픽 과부하로 속도가 느려지는 것에 대비해서 멀티캐리어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다.
멀티캐리어 LTE의 핵심 기술은 무엇?
멀티캐리어의 핵심 기술로는 로드 밸런싱(Load Balancing)과 주파수 대역간 핸드오버(Inter-frequency Handover)가 있다. 로드 밸런싱은 특정 주파수 대역에 네트워크 부하가 편중되지 않고 각각의 주파수 대역에 분산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한편, 주파수 대역간 핸드오버는 단말기가 이동하면서 변화하는 전파의 환경에 따라서 적당한 주파수 대역을 선택하고 서비스의 끊김이 없도록 단말기가 접속한 주파수를 빠른 속도로 변경해 주는 기술을 말한다. 이 두 기술을 토대로 멀티캐리어 LTE 기술이 탄생된다.
이동통신사들의 멀티캐리어 기술, 어떤가
SKT는 멀티캐리어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 2011년 7월 ‘주파수 워킹 그룹(Working Group)’을 운영해 왔고 그 결과 2012년 5월 서울 강남역과 교보타워 사거리 구간에서 멀티캐리어 시범 서비스를 한 바 있다. SKT는 7월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서울 전역, 5대 광역시 주요 지역에 멀티캐리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KT는 3분기 내에 멀티캐리어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KT는 1.8GHz 대역 20MHz 대역폭에서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900MHz에서 LTE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도 비슷한 시기에 멀티캐리어 기술을 상용화 할 예정이다. 현재 800MHz 대역 20MHz 대역폭에서 LTE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2.1GHz에서 LTE 추가 제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신촌, 명동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겨냥해 멀티캐리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올해 하반기 중에는 전국 84개 도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갤럭시S3 LTE 스마트폰을 통해 멀티캐리어를 상용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멀티캐리어, 아직은 발붙이지 못한 상태
멀티캐리어의 핵심 기술 두 가지가 제대로 돌아가는지의 여부에 따라서 멀티캐리어의 효용성이 결정된다. 이 기술들이 예상하고 있는 만큼 잘 적용될 지를 살펴보는 것이 앞으로 업계가 해야 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업계의 이익 문제도 걸린다. 아직 LTE 자체가 3G를 밀어내고 완전히 자리잡은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LTE에 투자한 금액을 고스란히 회수하지는 못한 상태다. 그래서 멀티캐리어에까지 투자하는 데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서비스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계의 입장은 다를 지도 모르겠다. 이런 점들을 극복하고 멀티캐리어 기술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