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미국 단합에 중국 희토류 패권 흠집··· '사이버 공격에 여론 조작도 시작'
[IT동아 남시현 기자] 중국의 3대 주석인 덩샤오핑은 1992년 남방 시찰 당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中东有石油,中国有稀土)”라는 말을 남겼다. 희토류를 석유나 천연자원처럼 무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후 중국은 희토류 시장의 대부분을 장착했으며, 지금은 완제품 제조를 통한 공급망 확보나 생산량을 통한 가격 조정 등을 통해 본격적인 물리력 행사에 나선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경쟁 국가의 희토류 기업들을 노린 사이버 공격도 감행하고 있다. 왜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하고 있으며, 사이버 공격까지 진행하면서 시장 장악을 꿈꾸는 걸까?
안보 자산 된 희토류, 중국은 패권 추구의 도구로 쓰는 중
희토류는 주기율표의 15개 란탄족과 유사한 화학적 성질을 갖는 이트륨, 스칸듐까지 포함된 17개의 금속을 의미한다. 희토류는 희귀한 광물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지각 속에 풍부하게 분포하지만, 다른 광물의 구성 성분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별도로 추출해야 한다. 희토류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독특한 화학적, 전기적, 자성적 특징 덕분이다. 기본적으로는 석유 정제나 디젤 첨가제, 영구 자석인 네오디뮴 등의 생산에 쓰이며 연료 전지와 배터리 등의 전자기 분야와 기술 분야, 의료 및 농업, 에너지, 군수, 항공 우주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촉매나 자석 등의 형태로 사용된다.
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유독한 처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선진국보다는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었지만, 2014년 이후부터는 80%에 가까운 수요를 중국에서 충당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는 전 세계 매장량의 약 37%를 중국이 보유하고 있으며, 낮은 환경 기준과 저임금 노동, 국영화 등을 통해 희토류 채굴에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고, 2021년에도 전 세계 수요의 60% 이상을 공급할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전세계 점유율이 90%를 넘긴 2010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2010년 중국과 일본이 조어도(센카쿠/댜오위다오)로 인한 영토 분쟁 당시, 일본이 중국인 트롤어선 성장을 체포한 데 반발해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 당시 일본은 국내 수요의 90%를 중국에서 가져오고 있었고, 2010년 여름까지 이전 수준의 수십배에 달하는 가격에 희토류를 가져와야 했다. 결국 2012년 세계무역기구가 무역협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면서 문제는 해결됐지만, 본격적으로 희토류가 무기화됐음을 알리는 시작점이 됐다.
그러자 각국 정부는 공급망을 다원화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일본은 베트남과 호주 등의 희토류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자체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9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시진핑 국가주석은 희토류 처리 공장을 방문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희토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무기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자체생산 나선 미국, 중국은 사이버 공작까지 감행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있은지 몇주 후, 미국 상무부는 자국내 희토류 광업 허가에 대한 규제 승인 및 가속, 연구 개발 지원, 국내 공급 증가, 희토류 지식 개발, 동맹국과의 무역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행동 촉구 보고서를 발표했고, 호주 정부도 동맹국의 공급 확보를 위해 생산량을 늘리기로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MP 머티리얼 사는 마운틴 패스 광산에 희토류 가공 공장을 열었고, 블루 라인과 텍사스 마이너 리소스가 올해 혹은 내년에 처리 시설을 열 예정이다. 호주의 희토류 기업인 라이너스 레어 어스와 캐나다의 아피아 레어어스&우라늄도 관련 산업에 진출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이버 공간에서도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보안 기업 맨디언트(MANDIANT)에 따르면, 친중 성향의 공격 그룹인 ‘드래곤브릿지’는 2019년 6월부터 수천 개에 이르는 가짜 계정을 동원해 중국의 희토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하고 있다. 드래곤브릿지 캠페인은 희토류 채굴을 반대하는 페이스북 공개 그룹인 ‘STOP LYNAS! NO to Lynas Exporting and Creating Another Toxic Legacy’에 비판적인 글을 게시해 여론을 호도하고, 지난 3월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방위생산물법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서술했다.
특히 드래곤브릿지의 계정은 사용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동물이나 만화 사진 등 다양한 프로필 사진을 활용해 신원을 모호하게 만들고, 가짜 이름과 신분을 토대로 현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해 의심을 피했다. 사람들은 이들이 올린 게시물의 의견에 동조하고, 좋아요를 표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드래곤브릿지가 리이너스 레어 어스의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시위를 선동했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실제 청중을 조종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를 보여주었다.
중국의 희토류 패권, 모든 산업이 대상
중국이 희토류 패권을 추구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은 국제 무대에서 강력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단순히 경제적 영향력 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는 등 산업 전반을 잠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했던 요소수 사태가 중국이 희토류 패권을 통해 추구하는 그림과 일치한다.
하지만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양날의 검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가 조사한 2021년 전 세계 희토류 점유율은 중국이 60%, 미국이 15%, 미얀마가 9.38%, 호주가 7.94%, 태국이 2.89%로 나뉜다. 중국의 희토류 독점으로 인한 폐혜를 우려해 각국이 자체 생산을 추진하거나 수입처를 다원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연합이 2023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비율을 규제에 나선다던가, 촉매나 합금 등에 쓰이는 양을 줄이는 기술이 고도화하는 등 중국의 희토류 패권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이 고도화하고 있다.
결국 이런 요인들이 쌓이면서 중국의 희토류 패권은 10년 전보다는 약화한 상태다. 중국이 경제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한 사이버 공격과 여론 조작을 진행하는 이유도 희토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친 중국계 그룹의 조직적인 행동은 비단 희토류 문제 뿐만은 아니며, 정치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경계의 목소리에 꾸준히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