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00대 제조사 150곳 "자사 공급망 경쟁력 점수는 58점"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우리나라 제조기업들이 자사 공급망 경쟁력을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하반기에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 기업은 최근 발생한 공급망 피해의 주요 요인으로 코로나 팬데믹과 지정학적 리스크, 물류난을 꼽았으며, 공급망 불안 우려 지역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언급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매출액 기준 상위 1000대 제조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제조기업의 공급망 전망과 과제’ 설문조사를 시행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자사의 현재 공급망 경쟁력을 진단해 점수화한다면 100점 만점(경쟁력이 매우 낮다고 평가하는 경우 0점, 매우 높은 경우 100점으로 자체 평가) 기준 평균 58점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자사 공급망 평가 점수. 출처=전경련
자사 공급망 평가 점수. 출처=전경련

구체적으로 유연성과 분산성, 신속성 등의 항목을 56~58점으로 평가했다. 가장 낮게 평가한 항목은 공급망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통합성, 주요국가나 업체의 ESG 요구사항에 대한 대응력으로 각각 55점을 부여했다.

최근 2년간 공급망 피해 요인…팬데믹, 지정학적 리스크, 물류난

응답 기업들은 최근 2년간 ‘코로나 팬데믹 리스크(35.3%)’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30.7%)’, 운송 지연이나 파업 등 ‘물류·운송 리스크(27.5%)’로 인해 가장 큰 공급망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공급망 불안 요인과 재조정 전략 수립 여부. 출처=전경련
공급망 불안 요인과 재조정 전략 수립 여부. 출처=전경련

공급망 불안에 따른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6.0%에 그쳤다.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44.0%)이 가장 많았고, 향후 검토할 예정이라는 기업(35.3%)과 검토 예정이 없다는 기업(14.7%)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복수의 기업 활용한 대체 공급망 추진, 디지털 전환 등으로 대응

각 기업은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재료·부품 조달을 통한 대체 공급망 구축(38.3%)’을 가장 활발히 추진하고 있었다. 이어 동일 제품을 타 거점에서도 생산(22.1%)하거나, 재료·부품·제품 재고를 확대(12.1%) 또는 스마트 제조 및 생산 자동화율 확대(11.1%), 공급망 관리 체계의 디지털 전환(11.1%) 등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공급망 개선을 위한 기업의 자구책. 출처=전경련
공급망 개선을 위한 기업의 자구책. 출처=전경련

공급망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책으로, 수급처 다변화를 위한 거래처 정보제공 및 지원(32.3%)을 가장 많이 요구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모니터링 및 위기 경보시스템 강화(22.0%), 공급망 리스크 민감 품목 관리·지원체계 고도화(17.3%), 재료·부품의 국산화율 제고를 위한 지원 및 테스트베드 확대(15.7%),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유치 확대(4.7%) 등을 요구했다.

공급망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정책. 출처=전경련
공급망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정책. 출처=전경련

각 기업 "하반기 여건 비슷할 것...중국, 러시아 가장 우려되는 지역"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여건이 상반기와 비슷(48%)하거나 악화(42.7%)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상반기 대비 약간이라도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9.3%에 그쳤다.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전망. 출처=전경련
하반기 글로벌 공급망 전망. 출처=전경련

하반기 공급망 환경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생산·수입’의 경우, 중국·대만(51.4%)이 지목됐다. 이어 러시아·독립국가연합(CIS)(24.0%), 유럽연합(EU)(3.3%) 순이었다. ‘판매·수출’의 경우, 러시아·CIS(31.3%)가 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꼽혔고, 중국·대만(26.7%), 미국(7.3%) 등이 이어서 지목됐다.

전문가들 "하반기도 글로벌 공급망 전망 어두워...대책 시급"

문일경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급등한 유가와 인플레이션,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하반기 공급망 혼돈은 지속될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공급망 파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올해 종전이 되더라도 회복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범정부 차원의 단일 공급망 컨트롤 타워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연희 한국은행 조사총괄팀 조사역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교란 때문에 일부 산업에서 생산 제약이 나타나고, 산업 전반에 걸쳐 투입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실제로 자동차, 건설, 기계 장비 등에서 부품·자재 수급 차질로 인한 생산 차질이 발생했으며, 비용 측면에서는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세가 광범위하게 확산하면서 대부분 산업에서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고 진단했다.

주 조사역은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 글로벌 식량 수급 불안 가능성 등 공급망 차질 요인이 여전히 잠재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각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물가오름세가 더욱 심화되고 생산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충격에 대비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 심화되는 상황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쳐 우리 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며 “복합적인 공급망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다변화와 디지털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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