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온 몸을 움직이며 VR을 즐겨라'...피코의 VR헤드셋 네오3 링크
[IT동아 정연호 기자] 최근 VR콘텐츠의 재미를 끌어올린 것은 ‘무선 VR헤드셋’이다. 기존에 PC와 헤드셋을 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선이 손과 몸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동반경이 제한됐다. 무선 VR헤드셋을 쓴다면 격동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게임에서 손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제 VR게임은 고개만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몸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6자유도(DoF)기술 덕분이다.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괜찮은 VR헤드셋들은 이러한 특성을 모두 갖고 있다. VR업계 관계자들은 이젠 대중적이고 몰입감 높은 VR콘텐츠만 나오면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에 리뷰할 제품은 게임을 몰입해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모두 제공하는 네오3 링크 VR헤드셋이다. 글로벌 기업 피코의 VR헤드셋 네오 시리즈의 최신 제품이다. 편안한 착용감과 낮은 지연시간, 손실 없는 화질 등 고성능 VR 체험이 가능하다.
제품 디자인은 기존 네오 시리즈와 큰 차이는 없다. 일반적인 VR헤드셋처럼 스키 고글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본체에 껴 있는 페이스 쿠션은 동양인 특성에 맞춰져 제작돼 이용에 불편함이 없었다. 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 위에 VR헤드셋 등의 기기를 덧씌우는 게 평소에 불편하곤 했는데, 이 제품은 페이스 쿠션 면적이 넓고 렌즈와도 적절하게 간격을 벌려주기 때문에 착용하는 게 편했다.
만약 안경이 렌즈와 계속 닿는다면 패키지에 포함된 렌즈 스페이서로 간격을 더 넓힐 수 있다. 페이스 쿠션을 떼고 렌즈 스페이서를 장착하면 되는데, 렌즈 스페이서가 탈부착하는 과정에서 접합부가 망가질 거 같은 불안감은 있었다. 본체와 렌즈 스페이서의 접합부가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서 조심히 다뤄야 한다.
헤드셋을 착용하기 전에 스트랩을 위로 올리고 본체에 눈을 댄 다음 머리에 고정할 수 있다는 점이 편했다. 헤어 밴드를 쓰는 제품보다 수월하게 착용할 수 있었다. 스트랩을 머리 뒤에 놓고 다이얼을 조정해 고정하면 된다. VR헤드셋을 쓰다 보면 스트랩 압박감 때문에 오래 착용하기 어려운데, 압박이 심하지 않을 정도로 공간을 널널하게 조정해도 고정이 잘 됐다.
헤드셋의 무게는 642g으로 다른 VR헤드셋들과 유사한 수준이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체감되는 무게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한 시간 동안 게임을 즐겨도 목에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VR헤드셋은 렌즈 등의 주요 부품이 있는 본체가 앞쪽에 있어서 무게중심도 앞으로 쏠려 목이 불편하다. 네오3 링크는 VR헤드셋에서 가장 무거운 부품인 배터리를 후면인 스트랩에 배치했기 때문에 앞뒤 무게균형이 맞춰져 있다. 덕분에 목 불편함도 최소화됐다.
네오3 링크는 스피커가 귀와 닿는 부분에 배치되지 않고 헤드셋 스트랩에 달려 있다. 본체엔 이어폰 연결이 가능한 3.5mm 스테레오 단자가 달려 있으니 필요에 따라 활용하면 된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스트랩에 있는 스피커만으로도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거나 게임 사운드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본체 우측에 있는 버튼 세 개는 각각 위에서부터 ‘뒤로가기’, ‘확인’, ‘홈버튼’이다.
네오3 링크의 스펙을 보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VR헤드셋들이 사용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를 탑재했다. 퀄컴에 따르면, XR2는 그전 세대인 XR1에 비해 CPU와 GPU 성능 2배, 영상 전송량 4배, 눈당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6배, AI 성능은 11배 향상된 제품이다. 이외에도 6GB RAM, 256GB 온보드 스토리지가 탑재돼 4K 해상도(3664x1920, 한쪽 눈 당 1832x1920)와 주사율은 72Hz 90Hz, 120Hz로 제공된다. 복잡하게 설계된 게임이나 앱에서 원활한 VR 경험을 할 수 있는 성능이다.
주사율은 1초당 화면에 표시되는 장면의 수로, 90Hz는 1초 동안 화면을 90번 쪼개서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VR기기를 이용하면서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화면이 빨리 전환될수록 어지러움을 덜 느끼게 된다. VR업계에선 120Hz 이상의 화면 주사율과 높은 해상도 제품을 이용할수록 어지러움은 최소화된다고 말한다.
VR 콘텐츠 사용자들 사이에선 모기장 현상의 문제가 주로 언급되곤 한다. 모기장 현상이란 낮은 해상도 때문에 VR기기 패널에 그물망처럼 격자가 보이는 문제를 말한다. 해상도가 낮은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때는 눈과 화면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픽셀이 모기장(그물망과 닮음)처럼 보이게 된다. 게임의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다. 네오3 링크로 게임을 진행할 때나 영상을 볼 때 모두 화질이 선명해 모기장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컨트롤러는 한 손에 알맞게 들어오는 모양이다. 충전 방식은 아니고 건전지를 끼워서 사용하면 된다. 인사이드 아웃방식 트랙킹이기 때문에 사용공간에 추적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손에 쥐고 있는 듀얼 컨트롤러와 VR헤드셋 카메라로 사용자 위치와 손의 제스처를 추적한다. 네오3 링크는 6자유도를 지원해 머리를 상하좌우 움직이는 것과 더불어 좌표계에서 물체 위치와 방향까지 모두 측정한다. 사용자가 움직이는 것들이 모두 가상현실에 반영돼 몰입감이 증진되는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할 때 사용자의 이동이 게임에 반영돼야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네오3 링크는 PC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PC VR’과 PC 연결 없이도 자체적으로 구동하는 ‘올인원(All-in-One)’ 두 가지 모드를 제공한다. 올인원(all-in-one)이란 실행에 필요한 모든 것이 하나로 이뤄져 있다는 뜻이다. PC와 연결하지 않아도 기기 단독으로 V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VR-Ready PC가 없거나 연결선이 이동반경을 제한하는 것이 불편한 사용자는 올인원 모드를 활용할 수 있다. Pico VR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피코 스토어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PC VR 모드를 이용하려면 VR과 호환되는 ‘VR-Ready PC’에 5m 길이의 DP 케이블로 헤드셋을 연결하면 된다. PC와 연결할 땐 Pico Link를 다운받고 SteamVR를 시작하면 이미지 손실 없고 지연 시간도 최소화된 VR 환경을 즐길 수 있다.
기기를 이용할 땐 선을 연결하지 않고 올인원 모드를 썼다. 조작은 VR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다만, VR기기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사용설명서를 보면서 각각의 구성품과 인터페이스가 무엇을 뜻하는지 정도는 훑어보는 걸 권한다.
우선, 스마트폰에 Pico VR앱을 다운받은 뒤 네오3 링크와 연결하고, 피코 계정을 로그인해서 초기 설정을 끝낸다. 이렇게 연결을 하면 피코 스토어의 100개 이상의 앱을 이용할 수 있다. DP케이블로 본체와 PC를 연결한 뒤 컴퓨터에 피코 링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스팀VR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6천 개 이상의 스팀 VR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앱이 무료는 아니다. 피코는 이번 국내 출시를 기념으로 7월 15일까지 네오3 링크 구매자에게 평생 이용이 가능한 10만 원 상당의 게임 패키지(올인원 스포츠, 신스 라이더스, 데메오)를 제공하니 이를 활용해보자.
본체에 있는 시작 버튼을 누르면 플레이 경계를 설정하는 화면이 뜬다. VR기기는 사전에 설정한 공간 안에서만 움직임과 행동이 인식된다. 자동으로 경계를 설정하는 ‘빠른 경계’나 컨트롤러로 직접 공간을 지정하는 ‘사용자 지정 경계’ 둘 다 사용할 수 있다. 설정한 공간을 벗어나면 새로운 지정 공간을 설정하라고 알람이 뜨는데 본체 옆에 있는 확인 버튼을 누르면 다시 공간을 설정할 수 있다. 참고로 VR게임을 할 땐 주변에 컨트롤러를 휘둘러도 부딪힐 장애물이 있으면 안 된다. 최대한 넓으면서 책상이나 의자 등의 가구가 없는 공간에서 하는 게 좋다.
먼저 진행해본 건 스포츠게임 ‘All in One’이다. 양궁, 농구, 테니스, 탁구, 골프, 배드민턴, 볼링, 다트 등 11가지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VR콘텐츠다. VR환경이니 평소에 잘하지 못하던 게임도 무난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게임들을 진행해보니 평소 실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탁구를 즐겨 치는 편이라 다른 게임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점수를 따기가 쉬웠다. 즐겨 사용하던 손목 스냅이 게임에도 재현됐고, 공이 테이블을 치고 갈 때나 탁구채에 맞을 때 경쾌한 소리가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양궁의 경우엔 시위를 당기고 있을 때 화살이 한군데를 조준하지 못하고 계속 흔들렸다. 실제로 숨을 참고 집중해야 손 떨림이 멈추고 과녁을 맞힐 수 있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처럼 실제 움직임과 호흡이 그대로 반영된다. 농구를 못하는 편인데 공을 쏠 때마다 대부분 골대를 빗나갔다. 다트 역시 던지는 족족 낮은 점수가 나왔다. 게임 사운드가 현장감이 있어서 몰입이 잘 됐고, 난도도 초보 레벨인데도 쉽지 않고 온몸을 써야 해서 게임을 끝내면 전신이 땀범벅이 됐다. 게임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다른 이용자와 게임을 하려고 해도 이용자 풀이 적어서 멀티플레이는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VR기기와 콘텐츠가 대중화돼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다음 체험한 게임은 액션 댄스게임인 신스라이더(Synth Riders)로, 양손으로 앞에서 오는 동그란 공을 부수면 된다.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보통(Normal)’도 속도가 꽤 빠른 편이다. 손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몸 자체를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앞에서 많은 공이 빠르게 날라 오는데 게임이 끊기지 않고 잘 작동했다. RPG 보드게임 ‘데메오(Demeo)’도 해봤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골라서 던전을 돌아다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보드판을 확대 및 축소할 수 있고 방향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이 몰입감을 높여줬다. 캐릭터를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보드게임을 하는 것처럼 바로 위에서 손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몬스터를 공격하며,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유튜브 앱으로 VR영상도 감상해봤다. 영상을 180도 VR, 360도 VR로 볼 수 있는데 기본 콘텐츠를 이렇게 보면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으니 360도 VR 전용으로 제작된 영상을 보는 것을 권한다. 실제 극장에 와 있는 것처럼 영상을 크고,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컨트롤러가 유튜브에선 잘 인식되지 않아 몇 번씩 눌러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VR헤드셋은 이용자가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성능과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지금도 무리 없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성능을 갖춘 제품이 있고, 피코의 네오3 링크도 그러한 제품 중 하나다. 네오3 링크의 정가는 559,000원이다.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새롭고, 몰입감 높은 경험을 원한다면 투자해볼 만한 가격대다. 사실 VR기기도 중요하지만 이젠 재밌고 몰입감 높은 VR콘텐츠가 VR 대중화를 위해서 더 필요한 시점이다. 피코 역시 VR콘텐츠 제작에 더 힘을 쓴다고 하니, 앞으로 좋은 콘텐츠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