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1부 - 환갑이 훌쩍 넘은 인공지능의 어제와 오늘
[IT동아]
[편집자주 /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SF영화에서나 보던 상상의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현실과 실제가 되어,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에 인공지능에 관한 보편적 지식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가볍게 알아 둘 만합니다. 이 연재에서는 인공지능의 역사부터 일상/산업 내 융합, 국내외 인공지능 산업 현황, 인공지능 관련 최신 트렌드, 근미래의 인공지능 융합기술 등, 필자가 오랜 동안 현업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하나씩 독자와 공유합니다.]
요즘은 ‘AI(Artificial Intelligence)’라고 표기하는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에서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AI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추세다. 산업의 촉매제와 같은 역할인 것이다.
필자가 속한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AICA)’에 지원하는 AI 기업/스타트업들의 AI 기술 활용도가 매년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공지능 정책 기조를 유지한 트럼프 정권과 바이든 정권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만큼, AI는 이제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인식됐다.
오라일리(O’Reilly)가 공개한 ‘AI Adoption in the Enterprise 2021(2021년 산업군별 AI 적용 현황)’에 따르면, 컴퓨터, 전자, 기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군에 AI 기술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 AI, 인공지능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먼저 AI의 정의를 알아야 한다. AI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해 개념이 정립된 시점을 1956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1956년 ‘다트마우스(Dartmouth)’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자식 컴퓨터의 시초인 ‘애니악(ENIAC)’이 1946년 2월에 처음 동작을 시작했으니, 인류가 전자식 컴퓨터를 만든 지 10년 후에 AI의 개념이 나타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66년 전의 일이다.
AI는 좁게는 ‘머신러닝을 거쳐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SF영화에서 보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나아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개념이 발전되고 있으며, ‘약한’ AI와 ‘강한’ AI로 분류되기도 한다. AI 기술이 발전하며 그 개념도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과학자 알랜 튜링(Alan Turing)은 ‘컴퓨터로부터의 반응을 인간과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생각(Thinking)할 수 있는 것’이라 정의하여, '기계와 사람의 대화를 사람이 구별하지 못하면 AI다'라는 ‘튜링 테스트’ 방법(1950)을 제안했다.
다만 여기서 단순히 예외 없는 수많은 규칙(Rule)을 입력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정해진 대화를 한다면 표면적으로는 기계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기계 또는 컴퓨터는 정해진 규칙에 의해 대화를 만들어 갈 뿐,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는 알랜 튜링의 이론을 증명하는 데는 문제가 생긴다.
<참고: 알랜 튜링의 ‘튜링 테스트’ 개요>
앨런 튜링은 AI의 판단 기준이 둘의 대화에서 제3자가 사람인지 컴퓨터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컴퓨터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실제로 필자가 AI 분야를 전공했던 90년 대 후반(AI 발전의 2차 암측기를 지나는 시점이었다)에는 컴퓨터과학 전공자들은, 지금처럼 사람과 같이 생각하는 AI 보다는 단순히 스스로 판단하는 기준(Graph)를 수정할 수 있게 학습이 되면 AI로 분류했다.
아래에 그림처럼 세모와 네모를 구분하는 AI가 있다고 가정하자. 주황색 선 위에 위치하면 세모, 그 아래 위치하면 네모로 판단하여 알려준다. 그런데 가운데 붉은색 네모처럼 그 경계에 있다면 세모인지 네모인지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정확히 경계에 걸쳐 있다면 AI는 50% 확률로 세로 혹은 네모로 판단한다고 알려줄 것이다. (실제로 AI는 수학과는 다르게, 정답이 아닌 ‘몇 %의 확률로 이럴 것이다’라는 결과를 알려준다.)
이런 경우 사람이 개입해 ‘이건 네모’라고 알려주면, AI는 이를 학습해 스스로 그래프를 붉은 점선처럼 수정하게 된다. 이후로는 이전의 경계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도형을 네모로 구분할 확률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AI는 기본적으로 사람처럼 생각하기보다, 스스로 학습을 통해 판단하는 기준의 확률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된다.
요즘은 이러한 수준을 넘어 ‘판단에 대해 설명’하는 수준, ‘사람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발전되고 있다. 이렇듯 AI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나와 있으며, 모든 정의를 만족하는 AI도 없고, 단지 지능적인 행동 중심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AI는 또한 엄청나게 넒은 범위를 포괄하는데, 현재는 그의 한 부분인 머신러닝과 또 그의 한 부분인 딥러닝 분야가 사업화에 성공해 협업에 적용되고 있다.
머신러닝의 기본이 되는, 사람의 신경망을 흉내 낸 인공신경망이라는 개념은 1957년 프랭크 로센블래트(Frank Rosenblatt)가 구현했지만, 머신러닝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사업화에 성공해 널리 활용되는 관점을 중심으로 AI의 발전을 논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에선, AI 기술의 발전을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점차 사람을 닮아 가는 과정을 기술로 구현하는 관점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AI의 개념이 정립된 1950년 대 말에 활발히 연구되던 AI가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이른 바 ‘1, 2차 암흑기’라 불리는 답보기를 겪었다. 현재는 몇 초에 불과한 AI 구현 계산 작업이 당시에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이상 걸리곤 했다. 당시의 컴퓨팅 환경은 지금과는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못미치는 사양과 성능이었다.
AI의 1차 암흑기였던 80년 대 빌 게이츠는 1981년 PC용 운영체제를 발표하면서, ‘640KB 정도(약 0.6MB)의 메모리 용량이면 누구에게나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수십 GB의 메모리를 장착한 PC가 일반적인 것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당시 640KB의 메모리와 고작 몇 MB의 저장장치를 가지고 AI의 기반인 인공신경망을 계산하려 노력한 용기와 집념에 공학도로서 그저 박수를 보낸다.
필자가 미국의 한 대학원에서 AI를 공부하던 90년대 후반에도, 몇 MB 메모리와 수백 MB 저장장치로 인공신경망이나 유전자 알고리즘 등의 AI를 컴퓨터에서 돌렸다. 지금이라면 1초도 안 걸릴 작은 작업을 1주일 이상 실행해야 했는데, 그 와중에 누군가 실수로 컴퓨터 전원을 꺼버려 울고 싶을 만큼 허탈해 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AI 기술이 이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게 된 이유는, AI 기술 자체의 발전보다는 ‘GPU(Graphic Process Unit)’라는 그래픽 프로세서가 AI 처리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흔히 PC의 그래픽 성능(게임/영상 등)을 높이는데 사용하는 GPU가 이제는 그 목적이 바뀌어 ‘AI 가속기’로 대접받고 있으니 세상 참 모를 일이다.
2016년 3월, 이 GPU 위에 얹혀진 머신러닝 기반의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압도적으로 승리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듬 해에는 알파고보다 엄청나게 능력이 뛰어난 알파제로도 선보였다. 앞으로 GPU가 아닌 AI 전용칩이 적용된다면, 스스로 알아서 학습하는 비지도 학습 AI까지 등장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차세대 AI로 발전되리라 예상한다.
이렇게 대단한 컴퓨팅 파워를 갖춘 AI가 널리 퍼지고 있는 시대이기에, 이런 AI를 어떻게 만들고 활용하는 지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다음 연재부터 하나씩 알아 본다.
글 /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곽재도 본부장
미국 로체스터 대학에서 인공지능 분야를 공부한 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술 PD로 재직하며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했다. 현재 대통령 소속 지식재산위원회 4,5,6기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소속으로 국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인공지능 산업융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집적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