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핌디지털 윤성민 대표, “베트남 시장에서 VFX의 효율을 찾았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영화, 드라마 등 시간이 지날수록 영상 콘텐츠는 빠르게 발전했다. 이러한 기반은 흔히 CG라고 불리는 VFX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더 현실적이고, 더 감각적인 VFX는 영상을 바라보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여 눈길을 잡아챈다. 손가락 하나를 튕기면 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사라지고, 손 끝에서 거미줄을 뿜어 빌딩 사이를 누비며, 거대한 비행체가 지구를 뒤덮어 날아노는 모습 등은 모두 VFX를 통해 구현되는 효과다.
지난 2019년 5월 설립한 오핌디지털은 VFX 업체다. 그런데 스토리가 재밌다. 수많은 VFX 작업을 국내가 아닌 동남아 베트남에서 처리한다. 현지 인력을 활용해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빠르게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제공한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설립 초기 3명에 불과했던 인원은 약 4년여 만에 7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오핌디지털 윤성민 대표는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며 찾은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에 IT동아가 오핌디지털 윤성민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드라마 속 VFX에도 작업에 따라 난이도가 있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오핌디지털은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윤성민 대표(이하 윤 대표): 지난 2019년 5월 설립한 오핌디지털은 영화, 드라마의 VFX(Visual Effects, 특수영상이나 시각효과를 뜻한다)를 전문으로 하는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회사다. 오랜 기간 한국 영화,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 산업에서 활약했던 메인 스텝들이 뭉쳐서 설립했다. 주요 스텝의 평균 경력은 14년 정도 되는 것 같다(웃음).
VFX 작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배우가 아무 것도 없는 스튜디오에서 연기하며 배경 전체에 CG(Computer Graphics)를 입히고 괴물을 만들어내는 무거운 작업이 있고, 배우가 입고 있는 옷의 로고를 지우는 비교적 가벼운 작업도 있다. 당연히 무거운 작업이 어렵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VFX 경력이 많은 전문 아티스트가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의미로 비용도 많이 필요하고.
반대로 가벼운 작업은 비교적 빠르고,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당연히 비용도 적고. 하지만, 가벼운 작업이라고 중요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 옷의 로고나 시대극에서 존재하지 않는 현대의 물건이 그대로 화면에 남아 있을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매 한가지다.
무거운 작업과 가벼운 작업,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 모두 필요한 작업이다.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런 고민에 설립한 것이 오핌디지털이다.
IT동아: 무거운 작업과 가벼운 작업… 이해했다. 두 작업간 효율을 찾은 방법이 궁금한데.
윤 대표: 작업의 효율이라는 것은 결국 얼마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보다 빠르게 원하는 수준으로 작업을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1,000만 원의 비용으로 2개월 동안 작업해야 하는 일을 100만 원의 비용으로 1개월만에 완료할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가 효율적이다. 이 방법을 찾았다.
VFX 작업은 최종적으로 사람이 만들어내는 일이다. VFX 전문 프로그램과 장비 등 물리적인 투자도 필요하지만, 담당하는 사람의 경험, 스킬, 경력에 의해 작업물의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 특히, 무거운 작업일수록 그렇다. 때문에 무거운 작업의 대부분은 국내외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유명한 스튜디오 또는 프로덕션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가벼운 작업도 필요하다. 무거운 작업을 담당하는 팀이 가벼운 작업까지 처리할 경우 작업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즉, 분담해야 한다. 보다 실력있는 담당자가 속한 팀이 무거운 작업을 전담하고, 일정 부분 스킬을 갖춘 여러 명이 가벼운 작업을 분담해 빠르게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IT동아: 결국 사람이 필요한 셈이다. 보다 전문적인 작업을 담당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소수의 전문가와 가벼운 작업을 담당할 수 있는 팀 말이다.
윤 대표: 맞다. 각 작업에 대해 중요도를 나눌 수는 없지만, 효율적인 분담은 필요하다. 그런 고민 끝에 동남아 시장을 찾았고, 베트남에서 가벼운 작업을 전담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 국내 VFX 시장과 비교해 동남아 시장은 이제 막 발전하는 시장이다. 인건비도 저렴하다. 즉, 같은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다만, 일정 부분 만족할 수 있는 스킬,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이에 가벼운 작업 중심으로, 조금만 배우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작업을 베트남 현지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IT동아: 이해했다. 하지만… 이게 쉬운 과정은 아니었을 텐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열정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이라고 생각하는데.
윤 대표: 사실 가벼운 작업을 전담하는 업체는 베트남에도 이미 있었다. 2019년 당시에 국내에는 휴양지로 유명한 다낭에 2곳 정도가 있었는데, 국내 업체의 작업을 받아 처리하는 하청업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베트남의 이런 업체는 베트남 현지인이 대표로 투자하고 운영한다. 때문에 국내와 소통하는 측면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무거운 작업이든, 가벼운 작업이든 모든 VFX 작업에는 소통이 중요하다. 치열하게 대화하며 원하는 결과물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내 VFX 업체가 해외에 외주를 진행하며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고 싶었다. 국내와 원활하게 소통하며, 대량의 가벼운 작업을 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현지에서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경험 많은 전문가가 상주해야 한다. 국내에서 원하는 결과물은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즉,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가벼운 작업이라도 어제까지 단추만 달던 사람이 한순간 주머니를 달 수는 없지 않나. 각각의 작업을 조율해줄 수 있는, 컨트롤러가 필요한 셈이다. 기왕이면 컨트롤러가 모든 상황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베트남 신흥 시장에서 찾은 VFX 경쟁력
IT동아: 아… 이해했다. 보다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소통과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인가.
윤 대표: 맞다. 그런 면에서 기존 베트남의 현지 업체는 소통과 교육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을 우리가 채워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처음 호치민에 베트남 지사를 세울 때는 3명 뿐이었다. 상황은 쉽지 않았다(웃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생 업체에게 선뜻 작업을 맡기는 곳은 없었다. 그나마 VFX 업계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작업을 거의 혼자 전담하듯 처리하며 호치민 지사를 준비했다.
2019년 5월 설립해 당해 4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2020년에는 10억 원을, 2021년에는 25억 원을 기록했다. 3명이었던 설립 인원은 3년여의 시간을 보낸 지금, 7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베트남 호치민에 6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고, 최근 하노이에 지사도 세웠다.
IT동아: 궁금하다. 아무리 인건비가 저렴하더라도, 국내에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제공하기 전에는 작업을 수주할 수 없었을 것 아닌가. 결국 베트남 현지 직원의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한데,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윤 대표: 실전 위주의 교육을 지속했다. 베트남 지사는 옷의 브랜드 로고를 지우거나, 배경 간판을 바꾸고, 카메라에 담긴 배경의 길이를 조금 더 연장하는 등의 가벼운 작업 위주 작업을 주로 담당한다. 사실 드라마의 경우, 이러한 가벼운 작업이 거의 90%에 달한다. 베트남 지사에서는 2~3일 동안 작업해 1초짜리 컷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간단한 작업을 보다 쉽고 빠르게 작업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과정에 필요한 프로세스는 경험 많은 팀장, 실장급 이상이 만들어낸다. 이를 베트남 현지에서 단 기간에 교육해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경영권자가 VFX를 가르치고, 모든 과정에 관여하며 소통의 간극을 줄였다.
얼마 전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지옥’, ‘DP’,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등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한 국내 시리즈의 작업에 대부분 오핌디지털이 참여했다. 참여하지 않은 작품이 더 적을 것이다(웃음). 이외에도 많은 국내 영화와 드라마에도 참여했고.
참고로 베트남 현지에는 VFX 산업 자체가 전무하다. 대학교에 진학한 젊은 친구들이 VFX를 배웠다고 하더라도, VFX 산업 자체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게임사나 게임 개발 하청 업체로 들어간다. 해당 업계는 대부분 3D 관련 인력만 채용하기 때문에 영상을 다루는 2D 쪽 인력은 많지 않고…, 임금에서도 차이나서 VFX 산업이 성장하기 어려웠다.
이에 오핌디지털은 거의 맨 땅에서 교육을 시작했다. 브랜드 로고를 지우는 프로세스를 가르치고, 직접 실무에 투입해 부딪히면서 배우도록 유도했다. 내부에서 농담삼아 과거 국내에서 방영했던 ‘머털도사와 108요괴’라는 애니메이션을 빗대어 말한다. 해당 애니메이션에서 제자로 나오는 머털이는 도술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스승인 누덕 도사는 머리카락 세우는 도술만 주구장창 가르친다. 기껏 머리카락 세우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며 머털이는 투덜대지만, 머털이는 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수많은 도술을 체득한다. 베트남 지사의 교육도 이와 같다.
교육과 실무, 보상을 아우리는 오핌디지털의 시스템
IT동아: 하하. 흔히 대학교에서 신입생을 모집하며 말하는 ‘실무 교육’, ‘실무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윤 대표: 맞다. 진정한 실무 교육이다. 오핌디지털 베트남 지사에 처음 입사한 직원은 약 한 달 과정의 내부 튜토리얼 교육 과정을 거친다. 거의 따라하기 수준이다. 그리고 바로 실무에 투입된다. 보상은 기본급과 작업량에 따라 지급한다. 프리랜서 직원이 자기가 한 일만큼 받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한번 알려주면 통과할 때까지 계속 테스트를 반복한다. 그렇게 간단한 작업을 마스터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이것만 통과하면 보상을 준다는 약속과 함께. 그리고 실제 주변에는 보상을 받아가는 선배들이 있다. 그들로부터 나름의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선배들이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셈이다.
참고로 베트남 직장인의 평균 임금은 35만 원 정도 되는데, 오핌디지털 베트남 지사 직원 중 한달 동안 가장 많이 벌어간 직원이 세운 기록은 1억 2,000만 동(한화 약 600만 원)이다. 베트남 직장인의 평균 1년 연봉에 가까운 임금을 한달에 받은 셈이다. 임금 보상 시점은 프로젝트가 끝난 시점에 인센티브 순위를 발표한다. 각각의 작업에 따라 보상 체계를 결정하고, 이를 종합해 발표해 모두에게 지급하는 형태다.
아무래도 가벼운 작업은 사람이 중요하다. 점점 오핌디지털 베트남 지사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물리적으로 더 이상 직원을 수용하지 못해 호치민 사무실을 몇 번 옮겼다. 지금도 만석에 가까워서 조만간 이사해야 하나 고민이다.
IT동아: 호치민과 하노이의 차이가 있는지.
윤 대표: 호치민에 인력이 좀 더 많다. 오핌디지털에 들어오기 전, 기본 지식 수준도 호치민이 조금 더 높고…, 대학교까지 공부하고 난 뒤에 호치민으로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한국도 서울로 많이 몰리는 것과 비슷하다.
직원 연령은 대부분 20대다. 사회초년생도 많고, 학교 졸업하고 바로 들어오는 직원들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오는 친구들도 있고…. 남녀 성비는 5:2 정도 인데, 인센티브 보상 체계에서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보다 유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오핌디지털이 VFX 작업에 주로 많이 사용하는 파운드리(Foundry)의 누크(Nuke) 소프트웨어를 베트남에서 교육하는 학원이나 학교가 거의 없다는 현실이다. ‘MAAC’라는 학원이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집만 하고 에프터이펙트와 같은 다른 소프트웨어 교육만 진행한다. 이러한 현실이 바뀌면 직원 교육하는 시간을 보다 줄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IT동아: 베트남 지사에서 사용하는 교육 및 보상 시스템을 국내에서 실행해볼 수는 없을까.
윤 대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오핌디지털의 교육 과정은 하루 6시간씩 20일 동안, 총 120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는 구조로, 초점은 실무에 필요한 것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이론을 깨우치고 원리를 파악하는 과정보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암기 과정에 가깝다.
때문에 기존 국내 교육 과정과 많이 다르고 생소하다. 달리 생각하면, 국내 학생들은 ‘이런 것을 왜 배워야 하지?’, ‘내가 배우기에는 너무 기초적인 과정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VFX의 역사, 컬러 이론 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음… 교육 깊이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다만, 여러 가지 시도를 기획하고 있다. 국내 대학교, 학원 등 교육기관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IT동아: 파운드리의 누크로 교육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인지.
윤 대표: 음… 영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누크는 VFX 업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중 하나다. 그만큼 소통하기 편하다. 영어처럼 광범위하게 사용하기에 자연스럽게 누크를 사용한다. 교육하기에도 편하다. 스크립트를 전달하는 것도 용이하고, 성능도 만족할 수 있다. VFX 개발자에게, 아티스트에게 유용한 기능도 많이 있고.
실무자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는 것도 좋다. 파운드리는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스튜디오 등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개발 관련 이슈를 파악하는 데 적극적이다. 스튜디오들이 준비하는 프로젝트 소식을 사전에 파악해 미리 준비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해 필요로 하는 것을 개발/적용한다. 즉, 현장에서 원하는 것을 먼저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그만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고.
누크를 기본으로 배우면, ‘누크 X(Nuke X)’, ‘누크 스튜디오(Nuke Studio)’, ‘누크 랜더(Nuke Render)’ 등 다양한 툴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핌디지털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할수록 참여할 수 있는 트로젝트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기본적인, 가벼운 작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쌓은 경험은 무시하지 못할 경쟁력으로 발전할 것이라 자신한다. 특히, 영화, 드라마 등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경험한 임직원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체 IP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핌디지털이 만들어간 VFX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