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돌아온 모토로라··· 이동통신 '제3의 길' 열 가능성은?
[IT동아 남시현 기자] 글로벌 통신기기 제조사 모토로라가 알뜰폰 통신사 LG헬로모바일과 손을 잡고 약 9년 만에 다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업 분사와 매각을 반복하면서 2013년 한국 시장을 떠났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 모토로라가 출시하는 제품은 모토로라 엣지 20 라이트 5G와 모토 G50 5G로 오늘부터 헬로모바일 직영몰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모토로라의 국내 시장 출시는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8~9월, 모토 G50 5G와 엣지 20라이트가 국내 전파인증을 통과하면서 국내 출시 가능성이 커졌고, 올해 2월에는 한국어로 된 지원 페이지가 열리면서 사실상 진출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서비스센터망을 구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다가, LG헬로모바일과 손을 잡고 두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모토로라 제품, 스펙은?
모토로라 모토 G50 5G와 엣지 20 라이트 5G 모두 모토로라 제품 중 보급형이다. 그중 가격대 및 구성이 조금 더 우수한 제품은 엣지 20 라이트 5G다. 엣지 20 라이트는 6.7형 1080x2400 해상도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돼있으며, 무게는 185g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미디어텍 MT6853V 디멘시티 720이 탑재되며, 6/8GB 메모리와 128GB 저장공간이 탑재된다. 카메라는 후면에 1억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와 8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가 탑재되고, 전면에 32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돼있다. 5G 제품이지만 무선랜은 와이파이 5까지만 지원하며, 배터리는 30W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5천 mAh 용량이 사용됐다. 국내 출고가는 39만 9천 원대에 책정돼있다.
모토로라 모토 G50 5G는 더 보급형 제품이다. 6.5형 720x1600픽셀 IPS 디스플레이가 사용됐고, 무게도 206g으로 조금 더 묵직하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미디어텍 MT6833 디멘시티 700에 6/8GB 메모리와 128GB 저장공간이 제공된다. 카메라는 4천800만 화소 카메라와 200만 화소 접사 카메라, 1천300만 화소 전면 카메라가 탑재돼있다. 배터리는 15W 고속 충전을 지원하며, 5천 mAh 용량을 갖춰 무난하게 쓸 수 있다. 출고가는 34만 9천 원대로 책정됐다.
점유율 경쟁보다는, 대안으로 알려지는 게 우선
가격으로는 삼성전자 갤럭시 와이드 5 128G나 갤럭시 점프 2 5G 128GB와 경쟁할 수준인데, 램 용량이나 카메라 성능 등을 생각하면 모토로라 엣지 20 라이트 5G 쪽이 좀 더 좋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두 모토로라 제품이 삼성전자의 A 시리즈는 물론 와이드 5나 점프2 같은 보급형 제품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스탯카운터가 집계하고 있는 우리나라 모바일 기기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2022년 4월 현재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4.91%로 1위다. 그다음을 애플이 27.5%로 끌고가고 있고, 아직까지 남은 LG전자 점유율이 3.94%로 확인된다. 그 외에는 확인되지 않은 브랜드가 2.35%, 샤오미가 0.63%, 화웨이가 0.19%로 미미한 상황이다.
시장에서 삼성, 애플 이외의 점유율이 거의 없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이 보급형 스마트폰을 잘 쓰지 않는 반면, 제3의 브랜드들은 보급형을 위주로 출시하고 있어서다. 국내 소비자들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도 소비력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보급형보다는 고사양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단순히 가격대 성능비를 보는 게 아니라 브랜드 가치나 기업의 소재 등도 명확히 판단하므로 아무 브랜드나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LG전자의 빈자리를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샤오미나 화웨이 등이 대안으로 선택받지 못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가 국내 소비자 전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단가 하락이나 서비스센터 확대 등의 이점은 있지만, 제품을 견제받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품질이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올해 초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킨 삼성전자 갤럭시 S22 시리즈의 GOS(Game Optimizing Service) 사건이 딱 맞는 예시다. GOS는 게임 시 발생하는 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성능에 제약을 건 사건인데, 만약 LG전자에서 동일한 프로세서를 갖춘 제품이 비교대상으로 출시됐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국내 시장에서 제3의 브랜드가 점유율을 잡는다는 건, 장기적으로는 국내 모바일 시장 자체가 치우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모토로라는 높은 가격대 성능비를 앞세워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점유율도 삼성전자가 22%일 때 모토로라가 12%를 차지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9년 만에 등판한 모토로라가 이 균형을 잡아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