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사람을 살리는 자율주행, 수색 구조로봇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희생이 만들어내는 ‘안전 규정’

‘Regulations are written by blood(모든 규정은 피로 쓰여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항공업계에서 사용하는, 굉장히 유명한 구절이라고 하는데요. 얼핏 들으면 꽤나 의미심장하고 오싹하게 들리죠. 인도항공 182편 폭파 사건, 팬암 항공 103편 폭파사건, 요도호 납치사건 등 끔찍한 범죄 발생 이후에야 사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규정을 강화하고 개정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발생한 참사들을 생각해 봤을 때, ‘모든 규정은 피로 쓰여진다’는 구절은 비단 항공 업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19년 전 일이었죠. 지난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경 대구 중구에 위치한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중앙로역에 정차한 열차에 50대 남성이 방화를 저질렀죠. 당시 열차 안 승객들은 대부분 탈출했지만 반대편 승강장으로 진입한 열차에 불이 옮겨 붙었습니다. 총 192명의 사망자와 148명의 부상자…,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인명피해를 발생한 지하철 화재 참사로 기록됐죠. 이렇게 가슴 아픈 참사를 겪고 나서야 정부는 국내 지하철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봤습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재로 지하철 내부 소재를 사용하도록 바꿨고, 가스 유독성 테스트 등을 추가했죠.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안전규정인 셈입니다.

19년 전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불타버린 전동차 내부 사진, 출처: 동아일보
19년 전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불타버린 전동차 내부 사진, 출처: 동아일보

화성 씨랜드 화재사고, 세월호 참사 등도 있었죠. 꼭 항상 큰 일을 겪고 나서야 바뀌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안타까운 희생자는 지금보다 적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겠죠. 다시는 가슴 아픈 희생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 약 150통의 신고전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사고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구 전역의 소방차와 구급차가 일제히 중앙로역으로 집결했죠. 하지만, 당시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지하철 내부에 가득 찬 유독가스와 화재로 발생한 연기, 뜨거운 열기 등 악조건 때문에 플랫폼이 위치한 지하3층까지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화재 발생 후 약 1시간 40분 이후, 모두 전소된 뒤에야 진입할 수 있었죠. 사망자 유해마저 모두 타버려 흔적을 찾기 어려웠던 참혹한 현장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눈앞에 사람들이 위급한데 손을 놓고 기다려야만 했던 소방관들이 느꼈을 무력함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방법은 전혀 없던 걸까요?

당시 모든 구조대원들이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던 현실이었겠죠.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참사를 겪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유사 사고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22년의 기술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만일 지금 대규모 참사나 재난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지금, 2022년의 기술이라면 안전사고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요?

오늘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서 인력을 대신해 구조활동을 지원하는 기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수색 구조로봇인데요. 수색 구조로봇은 임무 수행 장소에 따라 각각 육상, 해상, 공중으로 분류합니다. 수색 구조로봇은 구조대원들이 건물이나 물 속, 공중 등 구조 지역에서 피해자를 찾고, 사고 발생 지점의 자료를 수집하며, 위험 물질을 감지해 더 큰 재난을 방지하거나, 구조자에게 구급키트를 제공하는 역할 등을 수행합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로봇 시장은 2020년 61억 달러(한화 약 7조 8,000억 원) 규모로, 매년 30.5% 성장해 2025년 230억 달러(한화 약 29조 3,0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 다른 기관은 같은 기간 동안 수색 구조로봇 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을 약 18.2%로 전망하고 있죠.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수색 구조로봇의 개발 현황은 어떤가요?

중국과 일본이 로봇 연구개발에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9년에 발표한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ade in China 2025 plan)’ 전략의 일환으로 지능형 로봇 개발을 위해 약 5억 7,700만 달러(한화 약 7,353억 원)를 투자하고, 경쟁력을 갖춘 로봇 제조업체 3~5곳과 8~10개의 관련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일본은 지난 2019년 ‘신 로봇 전략(New Robot Strategy of Japan)’의 일환으로 글로벌 1위 로봇 혁신 허브 건설을 목표로 세우며, 로봇 관련 예산에 약 3억 5,100만 달러(한화 약 4,473억 원)를 편성했습니다. 참고로 일본은 현재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4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죠.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현대자동차는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하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 중입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지난 1992년 설립한 미국의 로봇 공학 관련 기업으로, 4족 보행 스마트로봇 ‘스팟(Spot)’을 개발했습니다. 라이다와 360도 카메라, 사물인터넷 센서 등을 탑재했는데요.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탑재해 주변 장애물을 피할 수 있죠. 또한, 원격 감시, 모니터링, 데이터 수집 등의 기능도 지원합니다. 최대 무게 14kg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데, 화물을 실은 상태에서도 울퉁불퉁한 지형에서 넘어지지 않죠.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모바일 기기로 연동해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뉴욕 소방청(FDNY)이 재난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스팟 2대를 구입하기도 했죠.

출처: 보스턴 다이나믹스
출처: 보스턴 다이나믹스

이미 여러 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가요?

맞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로봇산업 진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뉴딜2.0’을 발표하며, 로봇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공개했는데요. 기존 디지털뉴딜 정책에 ‘메타버스 등 초연결 신산업 육성’을 포함하고 농어촌 고령화, 감염병 확산 등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5G, AI 기반 로봇, 서비스 융합실증 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죠.

지난 2021년 3월, 현대자동차는 지능형 지상 이동 로봇 ‘타이거’를 공개했습니다. 타이거는 길이 80cm, 폭 40cm, 무게 12kg에 4개의 다리와 바퀴가 달린 보행형 소형 무인 모빌리티인데요. 지능형 로봇 기술과 바퀴를 결합해 험난한 지형에서도 이동할 수 있죠. 지난 2021년 9월 개최한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와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드론에 소방용 방수총을 결합한 구조용 드론과 수소 재난구호 차량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현대자동차
출처: 현대자동차

수색 구조로봇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하는 문제나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미래기술은 인류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인 상용화를 위해서 아직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죠. 사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스팟은 뉴욕 경찰도 도입한 바 있는데요. 사건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당시 프라이버시 침해, 강경 진압 등 부정적인 의견으로 도입 1년만에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로봇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아직 시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죠.

기술적인 부족함도 있습니다.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죠. 다만, 사람의 생명은 돈과 바꿀 수 없지 않을까요. 가까운 미래 그 어떤 재난 현장에 투입해도 문제 없는 수색 구조로봇을 통해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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