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폭풍 지나간 조각투자 업계…엇갈리는 속내
[IT동아 권택경 기자] 금융위원회의 ‘조각투자 가이드라인’를 받아든 조각투자 업계 내에서 복잡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자체 법률 검토와 가이드라인에 미루어 볼 때 증권으로 해석될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판단을 내린 곳이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불안감도 새어 나온다. 해석의 여지가 폭넓은 부분이 적지 않은데다 금융위가 증권성 여부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적용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많은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자본시장법 적용 가능성을 작게 점치는 가장 큰 근거는 투자 대상이 실제 실물자산의 분할 소유권이라는 점이다. 미술품 투자 플랫폼인 테사의 경우, 테사가 선매입한 미술품의 공유지분을 매매하는 방식이다. 이는 민법상 공동소유 개념에 기반한다는 게 테사 측의 설명이다. 한우 자산 플랫폼인 뱅카우도 송아지 지분을 공동 구매하는 방식으로 나눠 가진다. 현물 조각 투자 플랫폼 피스는 명품이나 미술품 등 고가 실물자산을 여러 개 묶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기획한 뒤 이를 선매입한 뒤 소유권을 분할해 판매한다.
금융위는 이처럼 실물자산 소유권을 분할해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이 아닌 민·상법 적용 대상이라고 가이드라인에서 설명했다. 반면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지분만큼 청구권을 가지는 경우는 이를 증권으로 보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한다. 금융위는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 참여 청구권’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투자 대상이 실물자산의 분할 소유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금융위의 취지는 해당 조각투자 상품이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낮으면서도, 투자자가 실제 그 분할 소유권을 공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직접 사용·수익·처분하는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를 다 따져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일정기간 경과 후 투자금을 상환 받을 수 있는 경우 ▲사업 운영에 따른 손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경우 ▲실물자산, 금융상품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조각투자대상의 가치상승에 따른 투자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경우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회수금액을 지급받는 경우 ▲새로 발행될 증권을 청약·취득할 수 있는 경우 ▲다른 증권에 대한 계약상 권리나 지분 관계를 가지는 경우 ▲투자자의 수익에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사업활동이 중요한 옇양을 미치는 경우 증권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각투자 상품의 증권성 여부와 별개로 여타 금융업 해당 여부 또한 따져봐야 한다. 가령 일상적 운용지시를 받지 않고 자산을 운용해 결과를 배분할 경우 집합투자업 인가가 필요하다. 사업자가 별도 절차 없이 자산을 임의로 매각한 후 손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조각투자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의 사례를 보면 테사와 아트투게더는 작품 매각 전 소유권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매각을 결정하는데, 이러한 절차는 지시에 해당하므로 집합투자업 적용을 피해갈 가능성이 있다.
조각투자 업체들은 설령 자본시장법 적용을 피해가더라도 투자자 보호체계를 강화하는 등 최대한 금융위 정책에 발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거나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피스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는 현물의 물권을 사전에 100% 취득하며, 회원 간 소유권을 거래할 수 있는 유통시장도 운영하지 않기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위한 수요조사를 신청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혁신금융 샌드박스를 신청하면 스스로 위법성을 인정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 꺼려지기도 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안 할 수가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성 인정으로 한때 갈림길에 서기도 했던 뮤직카우는 최근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반전 기회를 마련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운용 중인 PEF(사모펀드)로부터 1000억 원 규모 투자를 받은 뮤직카우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제도권 편입을 위한 사업 재편, 보안 강화, 금융 전문가 확보 등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에서 사업 기반을 더 탄탄하게 다진 뒤에는 미국 법인을 통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