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포스코·펫나우 “1000만 반려동물 위한 행복 플랫폼 만든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길을 걷다 보면 산책 나온 강아지와 자주 마주친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이자 가족이다. 한 시장조사기업은 우리나라에 사는 반려동물 수를 약 1,000만 마리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이다.
자연스레 반려동물용 건강식과 미용, 병원 등 연관된 산업이 급격히 커졌다. 반려동물 산책이나 비만 방지 플랫폼, 반려동물의 기분을 풀어준다는 여가용 방송까지 나왔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도 있다. 집을 잃어버렸거나 반려인이 일부러 버린 ‘유기 동물’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만 반려동물 13만 마리가 어떤 이유로든 집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과 사는 반려인이라면 대부분 ‘반려동물 등록제’를 알 것이다. 반려견에게 외장형 무선 식별 장치를 달거나 몸 안에 정보 인식용 마이크로칩을 넣도록 지도하는 제도다. 집을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아, 이들 장치로 정보를 알아내 반려인에게 데려다주면 유기 동물 문제를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제도의 가입률은 아주 낮다.
외장형 무선 식별 장치는 달기 거추장스럽고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인식용 마이크로칩은 시술 비용이 비싸고 정보 확인 시 꼭 인식 스캐너가 있어야 하며, MRI 등 일부 진료를 받을 때마다 몸 밖으로 빼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무엇보다 반려견의 몸 안에 넣는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크다.
반려동물 기술 스타트업 ‘펫나우’를 이끄는 임준호 대표는 주장한다. 올바른, 편리한 반려동물 등록제가 있으면 유기 동물 문제가 줄어든다고. 나아가 전용 보험을 만들어 반려인의 부담을 줄이고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돕는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런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고 자리 잡도록 이끈다는 각오를 밝힌다.
임준호 펫나우 대표 “비문 인식 기술로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 만들고파”
임준호 대표는 그 자신이 반려인이다. 그렇기에 펫나우를 세운 동기도 명확하다. ‘유기 동물 없는 세상’을 만들고 ‘반려동물 보험을 대중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수는 1,000만 마리나 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매년 13만 마리가 버림 받아요. 가슴 아프죠. 사회 문제이기도 하고요. 반려동물의 정보를 등록하는 반려동물 등록제가 자리 잡으면 유기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하지만, 정작 반려인들은 이 제도에 적극 참여하기를 꺼려요. 비용도 비싸지만, 그보다는 몸 안에 넣는 인식용 마이크로칩이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칠까 우려하는 것이지요.
반려동물 보험이 없다는 점도 안타까웠어요. 보험이 있다면, 반려동물이 아플 때 혹은 잃어버렸을 때 지원을 받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반려동물 보험이 있기는 합니다만, 가입률이 0.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가입비가 비싸고 보장 범위도 좁아서 그래요. 보험 회사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보험 회사도 반려동물의 종류와 수명, 질병 등 데이터가 부족해서 보험 상품을 만드는 것을 어려워해요. 무작정 만들어 손해를 볼 수는 없으니까요.
반려동물 선진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스웨덴의 반려동물 등록제 가입률은 거의 100%라고 합니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자도 40%나 돼요. 영국도 반려동물 등록제 가입률이 90%, 보험 가입자는 25%에 달합니다. 이들 나라의 반려인들이 반려동물 등록제를 두고 국민 합의를 거친 후 적극 지킨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들도 사실은 반려동물의 몸에 마이크로칩을 넣는 것을 내키지 않는다고 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해결 방법은 간단했어요.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간편하게 쓸 범용 정보 인증 기술을 개발하면 됩니다. 누구나 쉽게, 부담 없이 반려동물의 정보를 등록하고 파악하게 되면 자연스레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이 줄어들 거에요.
반려동물의 정보가 많이 모이면 품종별 개체 수, 품종 혹은 나이별로 잘 걸리는 병 등 다양한 데이터도 쌓입니다. 그러면 이 통계로 보험 회사는 합리적인 반려동물 보험을 만들면 됩니다. 보험이 자리 잡으면 반려인에게도 유익합니다. 보험 혜택을 받고, 의료 수가가 낮아지니 진료비 부담도 줄고요.”
펫나우가 눈여겨 본 기술은 ‘비문(鼻紋) 인식’이다. 비문은 소, 개의 코에 새겨진 무늬로 사람의 지문처럼 동물마다 모양이 다르다고 한다. 비문을 카메라로 찍어 판별하면 외장형 무선 식별 장치나 인식용 마이크로칩 없이 손쉽게, 편리하게, 언제 어디서나 개의 정보를 파악 가능하다.
“개의 코를 자세히 본 적이 있으세요? 코에는 사람의 지문같은 무늬, 비문이 있는데, 비문 모양은 개마다 다르고 한 번 만들어지면 바뀌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이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하듯, 개는 비문으로 신원을 확인 가능해요. 펫나우는 고유의 광학 기술로 개의 비문을 찍고, 이를 토대로 개의 정보를 입력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이런 비문의 개성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졌어요. 펫나우 이전에 비문을 반려동물의 정보 확인 수단으로 쓰려고 시도한 기업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어요. 이유는 재미있고 또 귀엽습니다. 비문을 찍을 때 개들이 까불면서 움직이는 탓에, 정보 판별에 쓸 만큼 선명한 사진을 찍지 못해서입니다. 그래서 펫나우는 인공지능 광학 기술을 개발해 이를 해결했습니다.
펫나우의 인공지능 광학 기술은 크게 세 단계로 동작해요. 먼저 카메라 화면 안에 들어온 개의 얼굴을 찾습니다. 얼굴을 찾은 다음에는 코를 찾고요, 코를 찾으면 코를 계속 추적하며 초점을 실시간 조절합니다. 사용자는 그냥 스마트폰을 들고 펫나우 앱만 켜면 돼요. 그러면 앱이 자동으로 카메라를 제어해 개의 코를 찍고 비문을 검출합니다. 여기에 비문의 특징만 콕 집어 추출하는 딥러닝 신경망 기술까지 더했어요.
일반 카메라 기술로 개의 비문을 찍으면, 판별 정확도가 70% 선에 머물러요. 펫나우의 기술의 비문 판별 정확도는 98.97%입니다. 이 기술을 다뤄서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 학술지인 SCI급 해외 저널 IEEE에 비문 인식 논문도 냈어요.”
펫나우의 비문 인식 기술은 이미 세계로부터 주목 받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기기 전시회 CES 2022에서 소프트웨어·모바일 부문 혁신상을 거머쥐며 삼성전자, LG전자의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성과를 시작으로 한 대기업의 유기동물 줄이기 공익사업 참가 요청, 방송가와 동물 단체로부터의 협업 러브 콜을 연이어 받았다고 한다. 서울특별시, 서울산업진흥원과 함께 반려동물 등록제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한 끝에, 이 주제를 규제 혁신 의제로 올려놓았다. 이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임준호 대표는 펫나우의 발전 방향을 그렸다.
“지금 펫나우 앱은 시험 버전이지만, 반려견의 비문과 주인의 프로필 등록, 인증과 QR 체크인, 유실 신고 등 핵심 기능은 사용 가능해요. 사람이 쓰는 공인인증서처럼, 반려동물의 정보 확인 도구로 쓸 수 있습니다. 보험 회사에 반려동물 보험을 만들 데이터와 보험 가입 인증 수단을 함께 주는 기술이에요.
펫나우는 반려인들이 펫 파크나 산책 대리인, 동물 유치원이나 동물병원에 반려동물을 맡길 때 신원 인증 수단으로도 쓰일 거에요. 지금의 반려동물 등록제를 대체할 욕심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반려견에 이어 반려묘, 고양이의 비문 신원 인증 기술도 준비 중입니다. 지금 반려동물 등록제에 반려묘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고양이는 신원 인증 방법 자체가 없었어요. 이것을 펫나우가 처음으로 선보이려 합니다.
물론, 정보통신 기술도 갈고 닦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촬영 기능을 고도화해서 반려동물 셀피 촬영 기능을 개발할 거에요. 반려동물들은 반려인이 안아주면 얌전해집니다. 이 때 셀피를 찍으면 비문을 더 정확하게 인식 가능해요. 모두 내년 열릴 CES 2023에서 공개할 기술입니다.
나아가 반려동물 인식 기술과 데이터, 반려인들을 모아서 반려동물의 플랫폼을 만들 거에요. 그러면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 유기 동물 없는 세상을 만들 힘이 생길 것입니다. 펫나우의 창업 동기, 목표를 이룰 힘 말이지요.”
임준호 대표는 포스코와 서울창업허브(SBA) 덕분에 창업 후 비교적 단기간에, 수월하게 성과를 냈다고 말한다. 창업과 사무 공간 확보, 기술·앱 개발과 특허 출원, 해외 전시회 참가와 바이어 미팅 등 여러 지원 정책이 펫나우의 살을 찌웠다고도 밝힌다.
박현윤 포스코 차장 “포스코 역량 쏟은 스타트업 등용문 IMP, 또 다른 펫나우 바란다”
임준호 대표가 말한 펫나우의 성장 비결 가운데 하나는, 포스코가 매년 두 차례 여는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 ‘IMP(Idea Market Place)’ 참가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운영되며 올해 23회째를 맞은 유서 깊은 행사다. 담당자인 박현윤 포스코 차장은 포스코 IMP와 함께 성장한 산 증인이다.
포스코는 IMP 스타트업 선정 후 바로 투자하고 여러 단계의 보육 지원을 제공한다. 포스코 그룹사를 활용한 해외 발표회 참가나 판로 확장 지원, 해외 거점이나 구매자 연결이 사례다. 해외 펀드와 법률 인력 지원 등 실전 지원 정책을 펴는 덕분에, 지금까지 스타트업 134곳이 포스코 IMP를 무대로 세상에 나와 이름을 알렸다.
박현윤 차장은 2021년부터는 SBA와 함께 IMP에 참가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했다. 펫나우 역시 그가 찾아내 지원하고 함께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2011년에는 대기업이 벤처 기업, 오늘날의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함께 성장하는 프로그램이 없었어요. 그래서 당시 포스코 IMP는 벤처 기업의 등용문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그러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이 늘면서 포스코 IMP만의 강점을 살릴 방법을 궁리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창업 인프라를 가진 기관, SBA와 포스코 IMP 프로그램을 고도화하고 스타트업 모집군을 넓혔습니다. 보육 공간과 자금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운용했습니다. 포스코 IMP라는 배가 SBA라는 돛을 달고 속도를 내니, 자연스레 유망한 스타트업을 이전보다 빨리 찾았어요.
펫나우를 만났을 때 바로 느낌이 왔습니다. 유기 동물 없는 세상, 모든 반려동물의 보험화를 외치면서 이를 현실로 이끌 핵심 기술까지 가졌습니다. 반려인이라면 감동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바로 지원했고, 성과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포스코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스타트업을 도울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만듭니다. 자금은 물론 해외 진출과 판로 지원, 다른 스타트업과 연계해 상승 효과를 내도록 이끌 방안도 가졌어요. 포스코의 기업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도 됩니다. 유망한 기술을 가진,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사명감을 가진 스타트업이라면 포스코 IMP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10년간 운영한 이 전통 깊은 프로그램의 또 다른 역사를 앞으로 10년 만들려 합니다.”
최수진 SBA 파트장 “공공과 민간이 만든 스타트업 선순환 성장 플랫폼 더 넓힐 것”
최수진 SBA 파트장도 포스코를 든든한 파트너로 소개한다. SBA는 앞서 DB와 오비맥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등 오픈 이노베이션을 원하는 대기업과 유망한 스타트업을 연결하고 상생하도록 도왔다. 포스코와의 협업은 또 하나의 바람직한 사례가 됐다는 설명이다.
“포스코가 IMP를 운영하는 모습을 본 다음부터 주변 스타트업에게 IMP 참여를 적극 권해요. 먼저 과감하게 투자를 하고, 풍부한 내부 자원을 활용해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전폭 지원하니까요. 그래서 포스코에게 공공 기관과 민간 기업이 만든, 바람직한 스타트업 성장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믿음직한 파트너가 생겼어요.
과거 수십대 1 선이던 포스코 IMP의 경쟁률은 지금은 수백대 1로 많이 높아졌습니다. 그 만큼 프로그램이 커지고 잘 알려져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모인 결과로 해석합니다. 포스코 IMP에 선발된 스타트업을 보면 뭔가 더 챙겨주고 싶어지기도 해요.
그래서 펫나우처럼 좋은 스타트업, 포스크같은 좋은 파트너와 함께 해서 기쁩니다. 펫나우가 시도하려는 규제 개혁은 스타트업이 하기 힘든데요, SBA는 이 규제 개혁을 도우면서 지상파 방송 출연과 해외 진출 등 여러 지원을 하려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관과 기업, 스타트업 간의 긍정 사례를 꾸준히 만들겠습니다.”
임준호 대표도 SBA와 포스코에 감사를 전했다. 펫나우는 그가 세운 세 번째 회사다. 이전에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에는 아주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SBA와 포스코 덕분에 수고를 상당 부분 덜었다고 말한다. 이어 다른 스타트업들도 SBA와 대기업이 마련할 CV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BA와 포스코 덕분에 스타트업을 세운 후 가장 힘들다는 초기 기반 다지기를 성공했습니다. 포스코의 자금 지원에 이어 SBA의 대기업 프로그램 지원이 아주 큰 도움이 됐어요. 이후에도 포스코는 해외 행사 참가와 포럼 발표, 외국 투자자들의 네트워킹을 지원했습니다. SBA는 펫나우가 자리 잡고 성장할 기반 시설을 제공했고요.
한 번 지원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펫나우를 상생 파트너로 여기고 꾸준히, 다양한 지원을 해 주는 점이 인상 깊고 고마웠습니다. 파트너라는 안정감과 확신을 줘서 고마워요. 펫나우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고 누구나 반려동물과 함께하도록 돕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다른 스타트업들도 저희와 같은 기회를 잡으려 도전하고 성장했으면 합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