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숨어있는 1인치'를 찾았다고? 실상은…
“화면이 잘려서 불편하셨죠? 이제 노트북으로 오리지널 영화 화면 그대로 감상하세요.”
도시바가 세계최초로 21:9 시네마틱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14.4인치 울트라북 ‘새틀라이트 U840W(이하 U840W)’를 출시했다. 기본적인 사양은 여타 울트라북과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화면은 기존 16:9 비율에 비해 24% 가량 넓다. 도시바는 “21:9 화면이 극장용 영화를 거의 그대로 재현할 수 있으며, 멀티태스팅 업무에 보다 유리하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U840W를 통해 영상 좌우가 잘려나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그대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이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한 요소까지 찾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U840W의 21:9 비율을 극장용 비율로 환산하면 약 2.33:1로, 현재 시네마스코프 방식 극장용 영화의 화면 비율인 2.35:1에 매우 근접한다. 그야말로 영화 감상에 최적화된 울트라북이라는 도시바의 주장이 일견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영화 원본 그대로 재현? 경우에 따라 달라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네마스코프 방식에 한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영화의 표준은 크게 2.35:1 비율의 시네마스코프 방식과 1.85:1 비율인 비스타비젼 방식으로 나뉜다.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에 자주 쓰이는 시네마스코프 방식은 21:9 화면에 어울리지만, 드라마에 자주 쓰이는 비스타비젼 방식은 16:9 화면에 더 적합하다. U840W가 영화 감상에 최적화됐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이야기다.
만일 시네마스코프 방식 영화를 16:9 화면에서 감상한다면, 도시바의 주장대로 좌우 화면이 잘리거나 상하 화면에 검은색의 레터박스가 발생한다. 하지만 비스타비젼 방식 영화를 21:9 화면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상하 화면이 잘리거나 좌우 화면에 레터박스가 발생하는 것. 따라서 “영화 원본 느낌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도시바의 주장 역시 절반만 사실이다.
오히려 VOD(인터넷이나 케이블TV에서 내려받는 동영상)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불편할 수 있다. 이 VOD는 대부분 16:9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DVD를 통해서만 시네마스코프 방식의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U840W에는 ODD가 없다. 외장 ODD를 별도로 구해야 하는 셈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으로 영화를 내려받을 일이 많다면 U840W를 구입하지 않는 편이 낫다.
U840W가 진짜 빛을 발할 수 있는 쪽은 멀티태스킹 업무다. 도시바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도시바 스크린 스플릿 유틸리티’를 통해 화면을 입맛에 맞게 분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화면을 3개로 나눈 후 웹브라우저, 워드프로세서, 인스턴트 메신저를 배치하면 각각의 창을 띄웠다 내렸다 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게 된다. 이 유틸리티는 상하좌우 제한 없이 최대 9개까지 화면을 분할한다.
독특한 디자인도 매력적인 요소다. 갈색과 은색의 투톤 컬러로 구성된 상판은 여성의 클러치백을 닮았다. 알루미늄 케이스 표면을 아노다이징(표면에 산화피막을 형성하는 것)으로 처리해 내구성을 높였으며, 바닥은 고무로 코팅해 그립감을 강조했다. 언뜻 보기에도 천편일률적인 노트북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다.
제품 사양은 다른 울트라북과 비슷하다. 3세대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 6GB DDR3 SDRAM, 320GB HDD+32GB SDD, 하만(harman)사의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했다. HDMI, USB 3.0 3개, SD카드 단자를 지원한다. 크기는 368.5x200x20.8mm이며, 무게는 1.67kg이다. 공식 출고가는 139만 9,000원.
주력제품은 아냐… 시장선도로 봐달라
U840W가 내세운 독특한 화면 비율이 과연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21:9 화면의 제한적인 특성 때문에, 울트라북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차인덕 대표는 “제품의 판매량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제공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라며 U840W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실제 도시바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울트라북 모델은 ‘포테제 Z930’이다. 2011년 12월에 출시한 ‘포테제 Z830’의 후속작으로, CPU를 2세대 프로세서(샌디브릿지)에서 3세대 프로세서(아이비브릿지)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이 날 현장에서도 잠깐 소개됐지만, U840W에 비해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판매량 촉진보다 시장을 개척하는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도시바의 전략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