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층 뛰어난 음질과 노이즈 캔슬링 원한다면, 젠하이저 모멘텀 TW3
[IT동아 권택경 기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완전 무선 이어폰(True Wireless Stereo, 이하 TWS)이 얼마나 편하고 유용한지,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주변 소음을 분석해 그에 반대되는 파형을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대중교통의 시끄러운 소음, 설거지할 때 시끄러운 물소리, 청소기 굉음을 무시하고 나름의 고유를 즐기며 음악과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다. 필수는 아니지만 한 번 경험하면 없는 삶으로 되돌아가는 걸 상상하기 힘들다.
2022년 현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노이즈 캔슬링 TWS 선택지는 다양하다. 가장 대중적인 선택지는 애플 에어팟 프로,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처럼 스마트폰 제조사가 내놓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준수한 성능과 스마트폰과 뛰어난 연동성을 자랑한다. 무난하게 아이폰을 쓴다면 에어팟 시리즈를, 갤럭시를 쓴다면 갤럭시 버즈 시리즈를 고르는 게 공식처럼 통한다. 하지만 좀 더 음질에 신경 쓰는 이용자들에게 이런 제품들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많은 음향 기기 애용자들이 여전히 젠하이저와 같은 전통의 명가의 제품을 선호한다. 음향 기기 전문 업체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젠하이저는 지난 2018년 처음으로 TWS인 ‘모멘텀 TW’를 선보인 데 이어, 2020년에는 노이즈 캔슬링을 탑재한 ‘모멘텀 TW2’를 출시한 바 있다. 올해에는 이를 한층 더 개선한 ‘모멘텀 TW3’를 새로 선보였다.
먼저 외관을 전작과 비슷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면은 조금씩 달라졌다. 직물 재질 케이스는 크기나 무게가 조금씩 늘어난 대신 무선 충전 지원이 추가됐다. 뒤에 있던 충전 단자 위치도 앞으로 옮겨졌다. 이어폰 디자인도 전체적으로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특히 좀 더 슬림하게 변한 덕분에 착용했을 때 튀어나온 느낌이 덜한 자연스러운 모습이 연출된다.
음향 성능은 수치만 놓고 보면 전작과 달라지지는 않았다. 5Hz~21kHz인 주파수 대역을 비롯하여 왜곡률, 감도 등 수치가 동일하다. 하지만 단순 스펙상 수치가 같더라도 ‘트루 리스폰스 트랜스듀서’와 ‘어쿠스틱 백 볼륨 시스템’과 같은 기술을 새롭게 적용해 전작보다 나은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 트루 리스폰스 트랜스듀서는 진동판에 전송되는 음향 신호를 정밀하게 제어하며, 어쿠스틱 백 볼륨 시스템은 드라이버 후면에서 공기량과 음압을 제어해 음질 왜곡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외에도 블루투스 버전은 5.1에서 5.2로 높아졌으며, 지원 코덱도 기존 SBC, AAC, aptX에 더해 aptX 어댑티브가 추가되는 등 기능과 성능이 여러모로 개선됐다. 좌우에 각각 3개씩 탑재된 빔포밍 마이크는 주변 소음은 줄이면서 목소리만 선명하게 잡아내는 덕분에 쾌적한 통화가 가능했다. 방수 등급은 전작과 동일한 IPX4이다. 운동할 때 나는 땀이나 가벼운 빗줄기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7시간, 케이스로 충전 시 최대 28시간인데 이 또한 전작과 동일한 수치다.
전작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강화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다. 이번 모멘텀 TW3에는 ‘하이브리드 어댑티브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게 적용됐다. 주변 환경 소음을 감지해서 노이즈 캔슬링 정도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기능이다. 실제로 경험해본 바로도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주변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거의 완전히 차단됐다. 기존에 사용하던 에어팟 프로와 비교해봐도 확실히 차이가 느껴졌다. 체감을 대략적인 수치로 표현해보면 에어팟 프로가 60% 정도, 모멘텀 TW3가 90% 정도 소음을 차단한다는 인상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인상이며, 소음의 종류나 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모멘텀 TW3의 노이즈 캔슬링 성능은 다른 노이즈 캔슬링 TWS들과 비교해도 확실히 뛰어난 편에 속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대중교통과 같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소리를 크게 키우지 않고 더 안정적인 청취가 가능하다. 큰 소리를 장시간 청취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청력 감소도 방지할 수 있다.
이어폰을 낀 채로 주변 소리를 듣고 싶다면 투명도 모드를 켜면 된다. 귓구멍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커널형 이어폰 특성상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끄더라도 어느 정도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 효과(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어폰을 낀 채 잠시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한다거나, 도로를 건너는 상황 등 주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선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게 투명도 모드다. 투명도 모드를 켜면 이어폰 마이크로 받아들인 주변 소리를 이어폰을 통해 출력해 주변 소리를 그대로 들려준다. 이상적인 수준의 투명도 모드는 마치 이어폰을 안 꼈을 때와 같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모멘텀 TW3의 투명도 모드는 다소 아쉽다. 지지직거리는 듯한 화이트 노이즈가 뚜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모멘텀 TW3의 조작은 터치로 이뤄진다. 좌우 이어폰을 몇 번 누르는지 짧게 누르는지, 길게 누르는지 등에 따라서 동작이 달라진다. 기본 설정에서는 왼쪽을 한 번 누르면 투명도 모드, 세 번 누르면 노이즈 캔슬링이 활성화되고, 오른쪽을 한 번 누르면 재생, 세 번 누르면 시리와 같은 음성 비서 호출되는 식이다. 조작법은 원한다면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젠하이저 스마트 컨트롤 앱을 설치해야 한다.
스마트 컨트롤 앱에서는 이어폰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거나 이퀄라이저를 변경하는 등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투명도 모드 활성화 시 음악이 계속 재생되게 할지, 음악을 잠시 멈출지 바꿀 수도 있다. 노이즈 캔슬링도 바람 소리를 차단하는 데 특화된 ‘안티 윈드’ 모드를 따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사운드 존 기능을 이용하면 사용자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특정 사운드 설정이 적용되도록 할 수도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모멘텀 TW3는 2개 이상 기기에 페어링하는 멀티포인트 페어링을 지원하지 않는다. 여러 기기를 오가며 이용하기에는 불편하다는 뜻이다. 스마트 컨트롤 앱이 연결된 기기를 인식하는 속도도 아주 재빠른 편은 아니다. 일단 연결만 되면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지만, 운영체제 수준에서 조작이 가능한 수준만큼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아무리 연동성이 좋아도 음질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크게 의미를 느끼기 힘들 것이다. 기존 제품 음질에 불만이 있었거나 더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 성능을 원한다면 젠하이저 모멘텀 TW3로 눈을 돌려보자. 가격은 약 34만 9000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가성비보다 음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젠하이저 모멘텀 TW3는 오는 5월 10일 정식 출시되며, 현재 예약 판매가 진행 중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