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거품 빠진 그래픽 카드, 지금 구매할까요? 더 기다릴까요?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세계 최대 가상 화폐 중 하나인 이더리움이 올해 상반기 중 작업 증명에서 지분 증명으로 합의 메커니즘을 이동합니다. 작업 증명 방식은 '채굴'이라고 부르며, 채굴자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해결해 블록을 장부에 추가하고 이를 대가로 암호화폐를 얻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채굴 작업에 막대한 컴퓨터 연산과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채굴자들은 전기가 저렴한 국가에 작업장을 설치하고, 그래픽 카드로 작업 증명을 수행해 암호화폐를 얻습니다. 지난 2년 간 그래픽 카드 가격이 3~4배까지 폭등한 이유가 바로 이 작업 증명 방식의 암호화폐 채굴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분 증명으로 옮길 경우 더 이상 그래픽 카드를 활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덕분에 올초부터 그래픽 카드 가격이 빠르게 하락했죠. 덧붙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으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암호화폐가 안전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불확실성을 높이며 채굴 시장 자체의 매력이 더 떨어졌습니다. 그 결과 그래픽 카드 가격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관건은 언제 구매하느냐인데, sekhrOOO님의 사연을 들어보았습니다.(일부내용 편집)

21년 6월 출시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Ti. 출처=엔비디아
21년 6월 출시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Ti. 출처=엔비디아

안녕하세요, 지난 2년 가까이 RTX3080 구매를 미뤄온 독자입니다. 지난번 그래픽 카드 가격이 떨어진다는 기사를 읽고 조금 더 기다렸더니 더 가격이 떨어져서 여전히 하락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는 하반기에 새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가 나온다며 굳이 지금 살 필요가 없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또 그래픽 카드 가격이 오르면 어쩌나 걱정이 앞섭니다. 지금이라도 구매를 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조금 더 떨어지길 기다릴까요? 혹은 하반기에 새 엔비디아 RTX 시리즈를 사는 게 나을까요? 고견을 구합니다

그래픽 카드, 저점에 거의 도달

안녕하세요, IT동아입니다. sekhrOOO님께서는 거품 없는 가격에 그래픽 카드를 구매하고 싶으시네요. 말씀하신대로 현재 그래픽 카드 가격이 꾸준히 하락 추세에 있으며, 선택지도 여럿 있습니다. 각각의 조건을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엔비디아 RTX 3080의 출시 직후 가격은 95~105만 원대였는데, 작년에는 430만 원대의 매물이 등장할 정도로 가격이 폭등한 바 있습니다. 그러다 올해 들어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재고정리에 나서며 현재는 109~115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RTX 3080 12GB 모델은 130만 원대, 10GB 모델은 110만 원대 아래로 내려갔다. 출처=다나와
RTX 3080 12GB 모델은 130만 원대, 10GB 모델은 110만 원대 아래로 내려갔다. 출처=다나와

즉, RTX 3080의 현재 가격은 거품이 충분히 빠진 상태입니다. 그래픽 카드 가격이 암호화폐 시세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작업 증명에서 지분 증명으로 시장이 변화하면서 과거처럼 그래픽 카드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지는 않을 분위기입니다. 재고 떨이를 이유로 판매 가격이 더 떨어지는 추세기는 하지만,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지금 가격에서 더 폭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관건은 지금 바로 이 제품을 구매하느냐, 6개월 이상 더 기다리고 RTX 40 (코드명 에이다 러브레이스) 시리즈를 구매하느냐로 나뉩니다.

하지만 RTX 40 시리즈를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본인이 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소문에 의하면, RTX 40 시리즈는 TSMC의 N5(5나노미터) 공정을 기반으로 제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RTX 30 시리즈는 8나노미터 공정이므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탑재해 성능을 높일 여지가 큰 상황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의 RTX 3070에 해당하는 RTX 4070의 성능이 RTX 3080 혹은 그 이상과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RTX 3070 역시 전 세대 최상급인 RTX 2080 Ti만큼 성능은 높은데 가격은 저렴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RTX 20 시리즈에서 30 시리즈로 올라설 당시의 성능 차이, RTX 3070이 전 세대 최상위 버전인 RTX 2080 Ti 급의 성능을 발휘할 정도로 성능 차이를 보였다. 출처=엔비디아
RTX 20 시리즈에서 30 시리즈로 올라설 당시의 성능 차이, RTX 3070이 전 세대 최상위 버전인 RTX 2080 Ti 급의 성능을 발휘할 정도로 성능 차이를 보였다. 출처=엔비디아

결과적으로 지금 바로 RTX 30 시리즈를 구매하는 건 추천할만한 선택지는 아닙니다. 가격이 이미 출고가와 비슷해진 상황이므로 여기서 가격이 더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RTX 3080으로 충분하다면 지금 구매해도 무방합니다. 반면 장기적으로 더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되신다면 차세대 버전을 기다리는 게 맞습니다. 공정이 미세화하는 만큼 성능 차이가 상당할 것이고, 바로 구매했을 때 고성능을 더 오랫동안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변수가 많습니다. 정확히 언제 RTX 40 시리즈가 출시될지 알 수 없고, 막상 출시되더라도 기대했던 만큼 성능 향상폭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품귀 현상으로 인해 제품을 구하기 어렵거나, 출고가 자체가 높게 형성돼 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출시가 임박해질수록 변수가 조금씩 줄어들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RTX 40 시리즈를 기다리는 건 이런 변수를 모두 이해하고 본인이 결정해야 합니다.

엔비디아 RTX 3080 및 3080 Ti.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 RTX 3080 및 3080 Ti. 출처=엔비디아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출시설이 도는 만큼, 2~3개월만 더 시간을 두고 결정하길 추천합니다. 성능 등에 관한 소문이 윤곽을 드러낼 때 별로다 싶으면 바로 RTX 3080을 구매하고, 소비전력이 높거나 기대했던 수준의 성능 향상은 아닐 것으로 예상되면 RTX 40 시리즈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IT애정남'은 IT제품의 선택, 혹은 사용 과정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PC, 스마트폰, 카메라, AV기기, 액세서리 등 어떤 분야라도 '애정'을 가지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기사화하여 모든 독자들과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앞으로 메일(pengo@itdonga.com)을 주시길 바랍니다. 사연이 채택되면 답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