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상의 sRGB 작업 환경을 원한다면, 벤큐 PD3205U 아이케어
[IT동아 남시현 기자] 전문가용 모니터의 기준은 표준 색공간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화상 품질을 얼마나 일관적으로 유지하는 데 달려있다. 일반 모니터 중에서도 색공간이 DCI-P3 99% 혹은 sRGB 130%에 달하는 광색역 모니터가 있지만, 색이나 밝기 표현에 일관성이 없어 전문가용 모니터로 볼 수 없다. 어도비 RGB나 DCI-P3 등 전문가용 색재현력을 지원하면서도, CIE 1932 기준 2차원 색재현력 그래프와 CIE Lab 3차원 색재현력 그래프 등 공인된 색공간과 일치하는 색상 표현력을 갖춘 제품만을 전문가용 모니터로 본다.
그런데 어도비 RGB나 DCI-P3 등 광색역을 지원하는 모니터만 전문가용 모니터로 분류하는 건 아니다. 색재현 영역이 일반 사무용 모니터와 동일한 sRGB 100% 모니터도 표준 색공간을 정밀하게 구현하면 전문가용 모니터로 분류한다. 특히나 웹 디자이너나 시각 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설계 등 일반 소비자용 모니터나 스마트폰 등에 맞는 결과물을 다루는 작업이라면, 무조건 고가의 광색역 모니터보다는 sRGB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모니터가 필요하다. 벤큐(BenQ)의 디자이너, 설계 전문가용 라인업인 벤큐 PD3205U 아이케어가 이런 조건에 맞춘 모니터다.
sRGB, Rec.709 99% 정밀도, 벤큐 PD3205U
벤큐 PD3205U는 31.5인치 크기에 4K(3840x2160) 해상도가 적용된 전문가용 디스플레이다. 패널은 SDR 기준 250니트, 고명암 대비(HDR) 기준 350니트의 밝기를 내는 평면 내 전환(In-Plane Switching, IPS) 패널이 사용됐으며, 1000:1 명암비와 178도 광시야각을 지원한다. 아울러 양 옆과 위쪽 테두리(베젤)의 두께를 2mm로 최대한 줄여 두 대 이상을 활용해도 거슬림이 적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다수 전문가용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IPS 패널을 사용하며, 밝기나 명암비 등 여러 특성에서 엔터테인먼트나 게이밍보다는 작업 용도에 맞게 설정돼있다.
제품 크기는 가로 714.7mm, 세로 422mm로 데스크톱 모니터 중에서는 큰 편이며, 화면을 90도로 꺾는 피벗과 높낮이를 110mm 조절하는 엘리베이션, 좌우 각도를 30도씩 꺾는 스위블과 머리 각도에 맞춰 위로 20도, 아래로 5도씩 내리는 틸트까지 모두 지원하는 다기능 스탠드가 기본 제공된다. 연결된 컴퓨터에서 디스플레이 파일럿을 설치하고 오토피벗 기능을 활성화하면, 모니터를 세로로 돌릴 때마다 자동으로 화면이 세로 모드로 전환된다. 스탠드 안쪽에는 100x100mm 베사 마운트가 있어 별매의 모니터 암이나 스탠드를 장착할 수 도 있다.
인터페이스는 전문가용 다운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다중 컴퓨팅 환경을 고려한 KVM(키보드, 비디오,마우스) 스위치가 적용됐다. 후면의 디스플레이 단자는 HDMI 2.0 단자와 DP1.4 단자, 90W급 USB-PD를 지원하는 USB-C 단자가 있으며, 2개의 2.5W 스피커와 핫키 퍽 단자, KVM용 USB 허브 단자가 배치돼있다. KVM 기능은 한 대의 모니터에 두 대의 컴퓨터를 연결했을 때, 키보드 및 마우스 하나로 두 컴퓨터를 활용하는 기능이다. 활용 방법은 2개의 USB-B 단자에 컴퓨터를 각각 연결하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측면의 USB 단자에 꽂는다. 그러면 모니터에서 외부 입력을 변경하더라도 키보드나 마우스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컴퓨터와 연결된 상태에서는 모니터 오른쪽 측면에 있는 USB-C 단자와 USB 3.2 단자, 헤드폰 단자도 동시에 활성화된다.
모니터의 OSD(On Screen Display) 기능은 모니터 후면 및 아래에 있는 버튼을 활용하고, 간단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2세대 핫키퍽도 함께 제공된다. OSD는 18개 언어 설정을 지원하며, 화상 모드는 애니메이션, CAD/CAM, 암실, DICOM(의료용 디지털 영상 및 통신 표준), HDR, 로우 블루라이트, 맥북 색감에 맞춘 M-BOOK, 그리고 일반 디자인 작업용 sRGB와 영상 편집용 Rec.709를 각각 지원한다. 또한 사용자 모드를 활용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값을 저장할 수 있다. 설정에서는 색온도나 밝기, 명암비, 감마 등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밝기균일도(Uniformity) 조정도 지원한다.
전문 작업 용도에 적합, 색재현력은?
벤큐 PD3205U는 sRGB 및 Rec.709 색재현력을 99% 충족한다. 전문가용 제품임에도 sRGB를 지원하는 이유는 작업 환경에 따른 특성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색재현력이 넓으면 좁은 영역도 지원한다. 어도비 RGB 99% 모니터는 sRGB도 100% 지원하며, DCI-P3 99% 모니터는 Rec.709도 100% 지원한다. 그래서 전문가용 모니터는 색재현력이 높은 제품을 골라야 범용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어도비 RGB나 DCI-P3 결과물은 어디까지나 전문가용 제품으로만 제대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sRGB 100% 모니터는 어도비 RGB를 78% 정도밖에 표현하지 않아 색감이 틀어지거나 옅게 표현된다. 웹 디자이너가 어도비 RGB로 작업을 진행했다간, 일반 고객 모니터에서 색상이 다르게 표현돼 문제가 될 수 있다. 광색역을 활용할 일이 없는 작업 환경에서는 벤큐 PD3205U처럼 sRGB, Rec.709만 정확하게 표현하는 모니터로도 충분하다.
벤큐 PD3205U에 포함된 교정 안내를 보면 제품의 정밀도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벤큐 PD3205U는 색상 전문 기업 칼만(Calman)과 팬톤(PANTONE)을 통해 색온도, 색재현력, 감마곡선, 색 편차의 적합 인증을 취득했다. 실제 교정값에는 색온도가 6500K, 감마 2.2로 교정돼있으며, 색 편차는 델타E가 3 이하로 정확하게 잡혀있다. 델타 E는 표시되는 색상이 육안과 거의 일치하는지를 측정하는 값으로, 전문가용 제품이 2~3 이하, 아닌 제품이 4~6 사이로 측정된다. 이 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하므로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통해 보정해야 하지만, 제품 자체의 기본기가 잘 잡혀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10억 개 이상의 색상을 표현하는 10bit(8bit+FRC) 기능도 지원한다. 일반 8bit 디스플레이는 표현 가능한 색상 개수가 정해져 있어 그라데이션을 표현할 때 영역이 갈라지는 등의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10bit 디스플레이는 표현 가능한 색상의 수가 많아서 그라데이션이 훨씬 부드럽게 처리된다. 단, 패널 자체가 10bit를 순수하게 구현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색을 보완하기 위해 색상을 혼합해서 표현하는 FRC(Frame Rate Conversion) 기능으로 10bit를 구현한다.
또한, 두 대 이상의 장치의 색상 프로파일을 동기화하는 ICC 싱크 기능, HDR10 기반 고명암 대비 기술, 두 가지 색상 모드를 나눠서 볼 수 있는 듀얼 뷰 기능 및 PIP/PBP 기능 등 디스플레이를 용도에 맞게 나눠서 활용하는데도 최적화돼있다.
sRGB 기반 작업에 최적, 가격은 다소 부담
벤큐 PD3205U는 정확한 색상이 곧 생산성과 결과로 이어지는 전문가에게 필요한 모니터다. 4K 해상도와 31.5인치 화면은 충분히 넓은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듀얼 뷰나 ICC 싱크, KVM 스위치 등 두 대 이상의 컴퓨터를 연결했을 때의 생산성도 좋다. 색재현력 역시 고가의 어도비 RGB, DCI-P3 모니터 대신 범용성이 좋은 sRGB, Rec.709를 충족해 웹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설계 등의 작업에 효과적이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싸다. 전문가용이 아닌 sRGB 100% 급의 32형 4K 모니터는 30만 원에서 70만 원대 사인데, 벤큐 PD3205U는 114만 원대로 일반 사용자가 접근할만한 가격대는 아니다. 반대로 동급 규격에 어도비 RGB 99%를 지원하는 수준의 고성능 전문가용 모니터가 200~300만 원대 이상임을 감안하면 적정 가격대긴 하다. 광색역이 아닌 sRGB 기반의 작업에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 등이 필요한 전문가라면, 합리적인 결정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