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 2022] 국내 ICT 최전선을 가다…월드IT쇼 2022
[IT동아 권택경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 전시회 ‘월드IT쇼 2022(이하 WIS 2022)’가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코엑스에서 열린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원스톱 플랫폼’이란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7개국에서 358개 기업이 참여했다.
행사는 A홀과 C홀 두 개 공간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C홀에서는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전시관을 꾸리고 관람객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자사 제품들을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LG전자는 올레드TV, LG 그램 등과 더불어 스탠바이미, LG 틔운 등 화제가 된 신제품을 전하며 관람객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플레이그라인드, 오피스, 스터디룸, 홈이라는 네 개의 테마를 바탕으로 일상을 재현한 공간을 마련해 일상 속 제품 활용 사례를 시연했다. 기아자동차는 전기차인 EV6 GT라인과 니로EV를 전시했다.
SK텔레콤과 KT 두 이동통신사도 나란히 대규모 전시관을 꾸렸다. SKT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없는 세상에서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주제로 체험 위주의 전시관을 꾸렸다. 특히 메타버스에 힘을 실었다. 전시관 가운데에는 UAM(도심항공교통)을 체험할 수 있는 4D 메타버스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관람객들 눈길을 끌었다. 놀이기구와 같은 기구 탑승하고, VR헤드셋을 착용하면 UAM을 타고 도시를 누비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의 실감형 메타버스 서비스인 이프랜드를 VR헤드셋을 쓰고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이프랜드 HMD’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AI 기반 시각보조 음성안내 앱인 ‘설리번플러스’다. 소셜 벤처 투아트가 2018년 개발한 앱에 최근 SK텔레콤 음성 AI(인공지능)인 누구(NUGU)를 접목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시각장애인의 눈을 대신해 문자를 읽어주거나, 상황을 묘사해준다.
KT 전시관은 ‘디지코 시티’로 꾸며졌다. 그룹사와 협력사들과 함께 만든 다양한 디지털혁신 서비스로 전시 공간을 채웠다. CCTV만으로 교통상황을 정확히 감지하고 분석해주는 교통 디지털 트윈, 공기질 빅데이터 플랫폼, 물류센터 디지털 전호나 솔루션 등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전시했다. AI 방역로봇도 국내 전시회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기 중 바이러스나 세균을 안전하게 살균해주는 로봇이다.
‘GIGA WiFi 홈 6E’ 공유기와 통합 단말기인 ‘S-Box’도 전시됐다. 와이파이6E 공유기는 기존 와이파이6보다 두 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더 넓은 대역폭을 활용하기에 전파 간섭 염려도 덜하다. S-Box는 공유기, 셋톱 박스, AI 스피커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 단말기들을 하나로 합치친 통합 단말기다. KT 관계자는 “현재 시제품 단계이며, 스피커 성능 등을 개선해 연내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홀에는 나름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소·중견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눈에 띄었던 곳은 IBK기업은행이 운영하는 ‘IBK창공 기획관’이다. IBK기업은행의 창업육성 플랫폼 ‘IBK창공’이 육성한 기업을 선보이는 공간이다. 총 28개 참가 기업 중 5개 기업이 이번 WI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WIS혁신상 장관상을 받은 돌봄드림은 발달 장애인을 위한 돌봄조끼 ‘HUGgy’를 선보였다. 포옹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등 치료 효과를 갖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조끼의 공기 압력이 누군가에게 안기는 듯한 감각을 그대로 구현한다. 생체센서가 착용자의 불안감, 긴장감 등 스트레스 정도를 모니터링하다가 필요시 작동하며 착용자를 안정시킬 수 있다. 발달장애인 외에도 아동,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경우라면 누구에게든 적용할 수 있다. 돌봄드림 관계자는 “돌봄이 필요 없는 성인도 면접을 앞두고 있는 상황 등 긴장 완화가 필요한 상황에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리소프트는 인공지능 기반 도로 위험 정보 실시간 서비스로 WIS혁신상 장관상을 받았다. 다리소프트가 개발한 단말기를 탑재한 도로 관제 차량들이 도로를 달리며 각종 위험 요소를 탐지하고, 이를 도로 관제 시스템에 반영하면 실시간으로 위험정보를 파악하고 도로 정체나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플랫폼베이스는 WIS혁신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출입문, 보관함, 서버랙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물쇠를 개발했다. 일반 기계식 자물쇠처럼 생겼지만 고유 ID가 부여된 디지털 열쇠에 의해서만 열린다. 그러면서도 기존 디지털 잠금장치와 달리 자물쇠 자체에는 배터리가 필요 없다. 열쇠가 스마트폰의 블루투스와 연동해 전원 공급과 통신 역할을 도맡는 덕분이다. 열쇠에 비밀번호를 설정해 이중보안 장치를 마련하거나, 보안 유효 기간이나 작동 위치를 지정할 수도 있다. 출입, 개폐 기록이 모두 남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안 점검, 관제나 동선 파악을 할 수 있는 솔루션 역할도 겸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USB키도 개발했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전원을 공급받기 때문에 열쇠에도 배터리를 넣을 필요가 없다. 친환경 요구 기준이 높은 유럽에서 호평받았다. 플랫폼베이스 관계자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친환경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프록시헬스케어는 미세전류 칫솔로 WIS혁신상 우수상을 받았다 0.75V(볼트)의 미세전류로 미생물막을 제거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치태나 치석이 쌓이는 걸 방지하며 치주 질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기존 전동 칫솔과 비교했을 때 이나 잇몸이 마모될 염려가 덜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프록시헬스케어 관계자는 “미세전류로 미생물막을 제거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칫솔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며 “선박 아래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는 데에도 우리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온라인 시식 플랫폼 ‘식후경’를 운영하는 푼타컴퍼니도 눈길을 끌었다. 배송비만 내면 시식용 음식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 입맛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 효과를 누리거나, 제품화 전에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반려동물 식품이나 이유식처럼 사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다를 때 특히 유용하다. 푼타컴퍼니 관계자는 “앞으로 반려동물이나 이유식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벤처스는 온라인 커머스를 위한 고객 경험(CX) 솔루션을 선보였다. 웹사이트 속도를 개선해 고객 이탈을 막는 솔루션, 여러 오픈마켓에 흩어진 리뷰를 모아주는 리뷰 통합 솔루션, AI로 방문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며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상품 추천 및 진열 솔루션, 데이터 시각화 툴 등 커머스 운영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솔루션을 갖췄다.
한컴그룹 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을 담당하는 한컴인텔리전스도 A홀에 대형 부스를 꾸리고 관람객들을 맞았다. 전시관 가운데에는 한컴타워 인근을 묘사한 듯한 미니어처를 마련했으며, 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했다. 한컴인텔리전스는 올해 1월 디지털 트윈 전문 업체 스탠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디지털트윈은 스탠스의 디지털 트윈 기술과 한컴 인텔리전스의 사물인터넷 센서 기능이 결합한 ‘래피트트윈(RapidTWIN)’이라는 플랫폼이다.
디지털트윈 플랫폼과 함께 한컴인텔리전스가 올해 CES2022에서 선보여 혁신상을 받기도 했던 수도 원격 검침 서비스인 ‘하이체크’도 전시했다. 하이체크는 카메라 센서로 아날로그 검침기의 눈금을 읽어서 원격으로 검침할 수 있게 해준다. 수질 모니터링 시스템인 ‘하이아쿠아’도 선보였다. 한컴 관계자는 “디지털트윈과 함께 활용하면 단순히 수질을 모니터링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도시 개발 전 수질에 주는 영향 등을 예측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장 활기 넘쳤지만…WIS보다 CES, MWC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열린 이번 전시회는 많은 관람객이 찾아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였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권영세 부위원장과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 등이 참여해 국내 ICT 산업 현황을 파악하고, 기업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다만 눈길을 크게 끌 만한 새로운 제품, 서비스, 기술보다는 CES나 MWC와 같은 해외 전시회에서 이미 공개됐던 것들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친다는 인상을 받아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CES 혹은 MWC 참가 이력이나 수상 이력을 내세우며 홍보에 나섰다. WIS가 아니라 CES나 MWC의 후속 행사로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해외에서 화제가 됐던 제품이나 기술을 국내 전시회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대형 국제 ICT 행사인 만큼, 해외 행사의 권위에 기대기보다는 WIS만의 정체성을 좀 더 강조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