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웍스메이트 (1) 건설 인력 '양과 질' 확보가 승패 가른다
[SBA X 스케일업코리아] SBA와 스케일업코리아는 유망한 스타트업을 선정해서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도록 돕는 '스케일업 프로젝트 2022'를 진행합니다. 'BM 분석'을 토대로 '전문가 조언'과 '팀장급 실무 인력과의 협업'을 이끌고, 이렇게 이룬 '성과를 점검'합니다.
2022년 스케일업에 선정된 우수 스타트업 다섯 곳(딥파인 / 트랜쇼 / 드리머리 / 웍스메이트 / 부엔까미노)을 만나봅니다.
2022년 스케일업 네 번째 기업은 ‘웍스메이트’입니다. 건설 일자리 비대면 중개 플랫폼 ‘가다’를 운영하는 웍스메이트는 건설 현장에 검증된 인력을 안정적으로 제공합니다. 근로자들이 간편하게 일자리를 찾고 경력을 관리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건설 현장과 근로자 모두를 도울 기능도 마련 중입니다. 간편하게 쓸 모바일 앱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자금 흐름 구조와 장래의 사업 모델까지 만들었습니다.
웍스메이트를 이끄는 김세원 대표는 기존의 인력 사무소, 유사한 인력 중개 서비스와 경쟁하며 개성을 만들고, 사업 분야를 넓혀 우위에 서려고 합니다. 자연스레 새로운 경쟁력과 진화한 사업 모델을 만들고, 웍스메이트 고유의 기업 문화도 키우는 등 여러 과제를 풀어야 합니다.
스케일업코리아의 사업 모델 분석 전문가,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가 웍스메이트의 성과를 토대로 보완할 점을 짚습니다.
건설현장과 근로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건설 일자리 비대면 중개 플랫폼 ‘가다’를 서비스하는 웍스메이트를 만났다. 2020년 8월 출시한 이 앱을 벌써 9만여 명의 근로자가 사용했고, '가다'가 중개한 일자리 건수도 1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건설업 공사 금액 규모는 180조 원에 달한다. 건설 근로자 수도 177만 명, 이 가운데 일용직 근로자만 75만 명이라고 한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웍스메이트는 어떤 경쟁력을 갖고 가치를 제공하는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스케일업코리아가 조명한다.
이들의 비즈니스모델, 그리고 고객가치
지역과 장소는 다르지만, 왠만한 규모의 도시에는 새벽부터 열리는 건설 인력 시장이 반드시 하나씩은 있다. 서울 남구로 시장이 그 중 하나다. 새벽 5시부터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모이고, 픽업하는 사람과 픽업 당하는 사람들의 거래는 대략 아침 7시면 끝이 난다. 이들이 모이고 거래하고 일터로 이동하는 모습은, 필자가 대학교에 다닐 때 경험했던 인력시장의 모습과 똑같다. 시간은 오래 지났지만, 그대로여도 너무 그대로다.
토목 엔지니어로 건설 업계에 20여 년 동안 몸 담아온 김세원 웍스메이트 대표는 낙후된 건설 인력 시장에서 기회를 보고 모바일 인력 중개 플랫폼을 구상했다. 마침 HDC현대산업개발 사내 벤처 기업 공모가 있었고, 이 공모에서 최우수팀으로 선발돼 사내 스타트업을 만들며 본격적인 사업의 궤도에 올랐다.
이렇게 탄생한 웍스메이트의 ‘가다’는 건설 시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려는 건설사와 구직을 원하는 근로자를 연결한다. 모바일 앱으로 편리하고 신속하게 구인구직 매칭을 일어나게 하고, 그 거래에 대한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10%의 수수료를 받는다.
김세원 대표는 지금까지 인력 중개 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이 가져온 비효율을, 데이터 기반의 투명성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럼 지금부터 웍스메이트가 구직 고객(근로자)과 구인 고객(건설사)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데이터 기반의 투명성으로 어떻게 확장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구직 고객(근로자)에 대한 고객가치
전통 인력 중개 시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내일 일이 있을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를 모르는 ‘불확실성’이었다. 이와 더불어 보장되지 않은 일거리를 위해 새벽부터 인력 시장에 나가 장시간 대기해야 하고 다시 현장으로 이동하는 불편함도 컸다. 가끔은 임금 체불이 일어나기도 한다.
웍스메이트의 ‘가다’는 이런 다양한 고충을 풀어줄 도구다. 하루 전에 내가 일할 일자리를 선택하고 확정 가능하며, 다음날 아침에 현장으로 바로 출근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가 등록한 계좌로 임금도 당일 입금된다.
구인 고객(건설사)에 대한 고객가치
전통 중개 시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를 조달해야 하는 건설사의 가장 큰 고충은 한마디로 ‘인력 확보의 불확실’이다. 인력은 일단 5명, 10명처럼 ‘양’으로 충족해야 한다. 그리고 일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숙련도와 성실성을 가진 인력을 ‘질’적으로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확보한 인력이 출근하지 않는 이른바 ‘No Show’가 문제가 된다. 불성실한 근로자 또는 산재 보험 수급을 노린 악의적 근로자도 나온다. 건설사 입장에서 볼 때 현실은 매일 매일 바뀌는 인력 수요에 맞춰 근로자를 양으로 채우기도 급급하다. 이 마당에 좋은 인력을 골라 선별 수급한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일용직 근로자 확보 문제의 양과 질을 모두 해결하려, 웍스메이트 ‘가다’는 하루 전에 필요한 수 만큼 인력을 공고하고 모집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렇게 양을 해결하고, 인력을 선정할 때 지금까지 누적된 근로 평가(상,중,하)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해 질을 확보한다.
근로자 데이터 기반의 금융서비스로 확장
건설 근로자가 웍스메이트 ‘가다’로 일을 하고 마치면, 건설사 관리자가 그를 평가한다. 이 평가는 ‘상, 중. 하’로 구분되는 심플한 형태다. 건설 현장에서 평가가 실제로 실행되려면 절대 복잡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간단하지만, 이 데이터만 쌓아도 허위 산재 보험 청구 등 악의적 근로자나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를 필터링 하는 데 충분하다. 나아가 웍스메이트가 추진하는 ‘근로 데이터 기반의 대안 신용평가를 통한 금융 서비스로의 연계’ 또한 가능할 수 있다. 생산성이 높고 안정적으로 일 하는 우량 근로자에게 신용 혜택을 주는 것. 건설 인력 중개 서비스를 하는 웍스메이트가 여의도 핀테크랩에 입주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앞에 놓인 성장의 장애물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웍스메이트 ‘가다’는 시장의 양면, 즉 구인 고객과 구직 고객에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 의미 있는 가치이기에 앱을 내놓은 지 약 20개월 만에 사용자 9만명, 매칭 건수 10만 건이라는 성장세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이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혁신 서비스로 건설 인력 시장을 장악하고 선진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를 구축하면서, 장기로는 건축 자재와 장비 시장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까? 어느 사업이나 그렇듯, 이들에게도 만만치 않은 저항과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첫째, 긱 이코노미와의 인력 경쟁
예술인의 생계 유지 목적이든, 직장인의 조기 퇴직이든 다양한 이유로 ‘유연한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대안이 ‘건설 근로’였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 얘기다. 지금은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다. 쿠팡플렉스처럼 상품을 배송하거나 배민라이더같은 음식 배달, 카카오 대리 운전 등의 유연한 일자리가 건설 근로보자 훨씬 더 많은 선택을 받는다. 건설 근로가 가진 ‘노가다’라는 선입견, 비교적 위험하고 척박한 근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현실이 더욱 더 건설 인력 수급을 어렵게 한다.
웍스메이트 ‘가다’가 아무리 간편하고 신속하게 건설 일자리를 중개한다 한들, 근로자들이 배민의 음식 배달과 쿠팡의 라스트마일 배송을 더 선호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람이 없는 인력 시장에 혁신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김세원 대표가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그러면서 넘기 어려운 장애물로 꼽는 부분이다.
둘째, 인력중개사무소와의 경쟁
우리나라 각 지역마다 있는 인력 중개 사무소는 이 바닥의 터줏대감이다. 온라인 기반 중개 서비스 업체가 진입하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다. 인력 중개 사무소들은 건설사의 현장 관리자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건설 인력의 수요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직 노년층이 많은 건설 인력 시장의 특성상, 이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해 고정적인 건설 인력도 확보했다.
웍스메이트는 이런 점을 고려해 인력 중개 사무소와의 경쟁보다 타협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미 전국 대형 인력 중개 사무소 5곳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인력 수요에 대응한다.
셋째, 유사 모바일 인력 중개 서비스와의 경쟁
근로자와 일자리를 연결하는 플랫폼은 건설 뿐 아니라, 우리의 생활 영역 모든 곳에서 발견 가능한 사업 모델이다. 건설과 연관된, 혹은 인력 자원을 공유하는 ‘이사’나 ‘농촌 일손’ 등의 영역에서 몇몇 모바일 인력 중개 서비스를 발견할 수 있다. 다행히, 이들 가운데 아직 웍스메이트를 압도할 만한 경쟁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다만, 기존 사업자뿐 아니라 인접 확장자를 주시해야 하고 새로운 경쟁자들의 진입 또한 가능성 높은 시장이므로, 장기 핵심 경쟁력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건설사에 대한 근본적 가치제안, 그리고 전략과제
웍스메이트는 지금까지 잘 해왔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더 크게 성장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높고 깊다. 그 중에서도 ‘인력 공급 부족’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구매 고객인 건설사가 원하는 ‘건설 인력의 생산성’이라는 근본적 고객 가치를 제안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건설 인력의 생산성을 주려면 그들이 요구하는 ‘인력의 양과 질’을 만족시켜야 한다. 주요 전략 과제로는 ‘직영팀의 강화를 통한 인력 수급 보장’, 인력의 품질을 보장하는 ‘기능 인력 등급제’, 다양한 니즈에 대응할 ‘보통 인부 및 기능 공종의 확대’ 등이 되겠다.
건설사에 위와 같은 가치를 제공하려면, 당연히 웍스메이트의 인력 공급망이 따라줘야 한다. 그 전략과제들을 차례대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건설 근로 인력의 유입 확대
건설 현장의 수요는 증가하는데 반해, 코로나19 팬데믹로 인한 외국인 인력의 감소 등 인력의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거기에 앞서 설명했던 긱 이코노미의 활성화로 새로운 인력의 유입 또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건설 근로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임금 수준을 개선해 근본적으로 ‘건설 인력의 자긍심’을 높이는 거창한 목표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거창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필자로서는 매우 안타깝지만 웍스메이트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과제들로 정리해 보겠다.
[1] [50대~60대 건설 인력의 유입 확대]
현재 웍스메이트 ‘가다’의 사용자 층을 분석하면 20대~40대 연령층이 73.7%에 달한다고 한다. 모바일 앱이기에 이런 현상이 보이는 것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50대~60대 인력들이 많이 활동한다. 통계에 의하면 50대 이상 건설 인력의 비중은 51.8%(2018년 기준)에 달한다.
이에 기존에 건설 인력 시장에 진입한 50대~60대의 유입을 위해 ‘현장에서의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 부분은 새벽 인력 시장에서의 직접 프로모션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으나, 기존 인력 중개 사무소와의 마찰 때문에 여의치 않을 것이다. 다면 추천 가입 및 인센티브 제공으로 이 구조를 확산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2] [건설 근로 신규 진입 인력의 육성]
건설 시장에 대한 인력 신규 진입의 니즈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소위 노가다, 잡부라고 불리며 이 시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능공으로 발전하고 싶은 니즈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편견일 수 있다. 전국 각지에는 이미 10여개의 건설 기능 학교가 있다. 여기에는 중년 남성은 물론 20대~30대의 젊은 인력, 심지어 여성까지도 모여 교육을 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웍스메이트는 외부 인력 유입 뿐 아니라 자체 아카데미, 외부의 건설 기능 학교와 연계해 신규 진입 인력을 적극 수용하고, 건설사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는 전략 조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건설사의 골칫거리인 인력의 ‘No Show’에 대응하려 ‘1시간 내 현장 파견이 가능한 직영 팀’을 전국적으로 운영하려면, 이렇게 육성한 인력이 가장 적합할 수 있다.
[3] [인력의 세분화된 데이터 강화]
웍스메이트가 만든, 지금 수준의 근로 이력 및 만족도 데이터로도 지금의 비즈니스모델에는 대응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향후 업계에서 확고 부동한 선두 기업이 되려면 공급 인력에 대한 데이터 세분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근로자가 자신의 공종별 근무 이력, 교육 이력, 자격증 등 전문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것이 기능공 등급제에 연계돼 임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은, 지금의 플랫폼 유입자라 하더라도 쉽게 협조할 리가 없다. 먼저 웍스메이트가 육성한 인력, 웍스메이트와 협조 관계에 있는 인력이 데이터를 입력하는 문화에 물꼬를 트고, 그렇게 데이터를 입력한 인력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다른 인력들에게도 영향이 갈 것이다.
아울러 인력의 등급제는 누적된 근로 이력 및 평가 데이터 뿐 아니라 교육 과정의 이수 여부로까지 연결된다. 장기로는 ‘인력 육성’과 ‘자격 인증’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진정한 혁신은 ‘고부가가치 창출’
건설 인력의 생산성이 좋아지면 건설사의 부가가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웍스메이트는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의 인력 중개 플랫폼으로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하려 많은 노력을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쯤에서 필자가 한가지 당부하고픈 것은, ‘건설 근로자에 대한 부가가치 또한 높일 수 있어야 진정한 혁신’이라는 점이다. 필자가 학생시절, 알바로 기웃거리던 인력 시장에서의 하루 일당은 3만원이었다. 무려 30년 전이다. 그리고 지금의 일당은 13만 원이다.
건설사의 이익이 건설 근로자의 희생에 기반한 것이라면, 절대 지속 성장이란 있을 수 없다. 웍스메이트가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 근로 시장의 대표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양 시장 모두의 이익을 챙기는 진정한 ‘고부가가치 창출’의 혁신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19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