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도심항공 모빌리티(UAM)는 어디에서 타나요?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출퇴근 시간이 하루에 무려 두시간이라고?
지난 2022년 4월 6일, 서울특별시가 ‘2021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를 통해 서울시에 거주하는 2030세대 인구는 지난 7년간 약 8.2%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을 떠나는 이유는 가족, 직장, 직업 등 다양하지만, 30대의 경우 치솟는 주택 값을 가장 큰 이유라고 꼽았습니다. 그만큼 높아진 부동산 가격은 큰 사회적 고민이죠. 하지만, 도시 밖으로 이사한다고 해도 기존에 다니고 있던 직장을 쉽게 옮길 수는 없겠죠? 그래서 대부분 새로 거주할 집을 찾을 때, 직장으로부터의 거리와 교통시설의 편의성 등을 따집니다. 자녀가 있다면 집 근처에 학교는 있는지도 따져야겠죠.
그리고 지난 2022년 3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년 대도시권 광역교통조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에 할애하는 평균 시간은 111분으로 하루에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이 약 2시간 가량이라고 조사한 바 있습니다.
출퇴근에만 2시간을 할애한다니,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그렇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면 문득 ‘하늘을 날아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실제로 승용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를 이용한다면 20분만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약 40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죠.
그런데, UAM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UAM을 위한 별도의 주차장이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춰야 하죠. UAM 전용 기반시설은 대체적으로 육상, 수상, 건물 옥상 등 다양한 곳에 위치할 수 있지만, 대도시의 경우 주요 지역의 대부분이 이미 건물로 포화되어 있어 새로운 형태의 UAM 전용 기반시설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사람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화물도 함께 배송할 수 있기 때문에 화물 적재, 적하 등을 위한 시설도 만들어야 하죠.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언제나 UAM을 정비할 수 있는 인프라도 필요합니다.
UAM 전용 탑승장이 필요하다는 뜻이군요.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헬리포트와 비슷한 개념일까요?
맞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향으로 설계해야 하는지, UAM 전용 기반시설은 공항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UAM 승강장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용어조차 많이 생소합니다. UAM은 기본적으로 헬리콥터와 비슷하게 수직 이착륙할 수 있어 긴 활주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UAM 크기에 맞춰 안전하게 수직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죠. 이런 UAM 전용 이착륙장을 ‘버티포트(Vertiport)’라고 부릅니다. 수직으로 이착륙한다는 의미에서 수직(Vertical)의 앞 글자인 ‘Verti’와 이착륙장(Airport)의 뒷 글자인 ‘Port’를 합친 단어죠.
버티포트는 규모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규모의 버티포트는 ‘버티허브(Verti-hub)’입니다. 버티허브는 공항, 기차역, 지하철역 등 주변 교통환경과 연계해 대규모 환승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고속 충전 솔루션을 갖춰야 하고, 비상상황 시 기체 결함을 수리하고 정비할 수 있는 지원인력도 상주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일반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입니다. 버티포트는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UAM의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규모는 버티허브에 비해 작지만, 도심 내 위치하면서 UAM 운항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죠. 동시에 탑승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갖춰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규모의 이착륙장은 ‘버티스톱(Verti-stop)’이라고 부릅니다. 버티스톱은 동시에 1~2대의 UAM이 진입할 수 있는 규모로 호출형 서비스를 위한 정류장입니다.
다양한 규모의 버티포트는 UAM의 운항 특징을 고려한 항로 설정과 수월한 이착륙을 지원하는 통합 관제 시스템(UMS, UAS Management System), 통신 인프라, 플랫폼 등 기술적 측면 설계를 고려해야 합니다.
하늘을 날아 이동하는 UAM이 복잡한 도심 내 정체를 해소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등 다양한 부분을 갖춰야겠네요. 해외 동향은 어떤가요?
UAM과 관련해 다양하게 연구하는 유럽의 경우, 지난 3월 24일 유럽연합 항공안전국(EASA, European Union Aviation Safety Agency)이 에어택시 및 전기수직이착륙(eVTOL) 항공기를 위한 버티포트 설계 규격을 담은 ‘eVTOL 이착륙장 구축 지침서’를 발간했습니다. 해당 지침서는 미국 연방항공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이 기술 개요 초안을 발표한지 3주만에 발표했는데요. 전세계 주요 UAM 관련 기업들이 기체 개발, 실증 테스트 등과 관련해 EASA와 FAA의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관련 기업을 위해 빠르게 기준을 발표한 것입니다.
지침서는 높이, 길이 등의 수치, 시각적 보조장치, 이착륙 공간, 하강기류, 경로설정, 버티포트의 측면경사, 비상상황 대처 등 세부사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향후 UAM 기업 및 도시 개발자들이 지침서 기준에 맞춰 안전하게 인프라를 설계하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대처한 것이죠.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UAM 관련 시장은 2020년 26억 달러(한화 약 3조 2,058억 원)로 추산하는데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연간 평균 13.5% 성장해 2030년에 91억 달러(11조 2,203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입니다. 아울러, 향후 미래 모빌리티가 다양해지고, UAM과 연결되는 주변 교통 시스템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UAM 인프라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버티포트 전문 업체는 생소합니다. 혹시 버티포트 등 UAM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있나요?
현재 UAM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오는 4월 세계 최초로 UAM 공항을 선보인 미래 모빌리티 인프라 스타트업, ‘어반에어포트(Urban-Air Port)’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2019년 설립한 어반에어포트는 영국에 본사를 둔 미래 모빌리티 인프라 스타트업입니다. 오는 4월 28일 세계 최초의 UAM 전용 공항인 버티포트 ‘에어 원(Air One)’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제공받지 않고, 필요한 최소량의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오프그리드 방식으로 운영해 글로벌 친환경 정책에 부응하는 버티포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어 원은 기존 헬리포트와 비교에 약 60%의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공간이 부족한 도심 지형에 설치하기 유리합니다. 직경 46m 크기인 돔 형태의 버티포트로, 가운데에 직경 17.5m 크기의 개구부가 있습니다. 안쪽에는 UAM 이착륙을 돕는 플랫폼이 위아래로 약 6m를 움직일 수 있는데요. 에어 원은 작은 규모의 이착륙장이면서 모듈식 건축 방식으로 건설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죠. 또한, 바닥에 강철 프레임을 고정할 필요가 없어 육상, 해상, 빌딩 옥상 등 다양한 환경에 건축할 수 있습니다.
UAM 인프라 시장이 확대되면서 취항 등 다양한 부분에서 경쟁은 심화될 텐데요. 이를 감안해 에어 원은 UAM 이착륙을 돕는 기능 외에도 버티포트 이용자를 위한 쇼핑 서비스를 함께 제공합니다. 어반에어포트가 편리한 체크인 및 탑승을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앱 내에 쇼핑할 수 있는 전용 이커머스 앱인 ‘어반에어 초이스(Urban-Air Choice)’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죠.
어반에어포트는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영국 코번트리를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 한국 등 주요국 65개 도시에 버티포트를 건설할 방침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UAM이 본격적인 상용화 시점이 가까워진 만큼 어반에어포트의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죠.
우리나라는 UAM 상용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20년 5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발표했는데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실증을 마무리하고, 2025년부터 부분적 상용화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2030년부터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해 2035년까지 100개 노선과 호출형 서비스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죠. 향후 정부는 한국형 도심항공 로드맵 이행을 통해 ‘UAM 선도국가로의 도약 및 도시경쟁력 강화’, ‘교통혁신으로 시간과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 ‘첨단기술 집약으로 제작, 건설, ICT 등 미래형 일자리 창출’ 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한, 한국공항공사와 한화시스템은 김포공항에 세계 최대 규모의 UAM 버티허브 설치를 추진하는 프로젝트 ‘Project N.E.S.T(NextGen eVTOL Smart Transportation Hub)’를 수행 중입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0년 11월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가 주최한 UAM 서울 실증 및 드론택시 시연비행 행사에 참석해 현재 김포공항 주차장을 모두 지하화하고, 그 위치에 에어택시 및 UAM 전용 버티허브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죠.
UAM, 에어택시 등 공중으로 다니는 모빌리티를 확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기반시설도 마련해야겠죠. 버스정류장이나, 택시정류장처럼 말이에요.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도로가 필요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버스정류장이 필요하며,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철도와 기차역이 필요합니다. 비행기는 공항이 필요한 법이고요. 아무리 성능 좋은 모빌리티가 있어도 제대로 된 인프라 없이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UAM도 마찬가지입니다. UAM이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 버티포트를 갖춰야 하죠. 앞으로 빠른 속도로 운항 개체 수가 증가할 것을 예상해보면, 체계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안정적인 상용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UAM 서비스 사업 초기에는 공항, 철도, 터미널, 청사 등을 중심으로 시작할 것이라 전망합니다. 그 후에는 아파트, 상업용 건물 등 민간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기존 교통체계와의 유기적 연계를 위한 입지를 선정해 관련 산업을 선도하고, 전 세계에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K-UAM 인프라 체계 구축을 기대해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