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IT 스타트업의 숨은 해결사, 당근마켓 프로덕트 매니저(PM) 이야기
[IT동아 권명관 기자] ‘스타트업人’은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스타트업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정확히는 ‘그들은 무슨 일을 할까?’라는 궁금함을 풀고자 합니다. 많은 IT 기업이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데, 정작 개발자는 그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구글의 개발자와 페이스북의 개발자는 똑 같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스타트업人’으로 처음 만나는 스타트업은 당근마켓입니다. 2015년 7월 ‘판교장터’로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마켓은 같은 해 10월,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서의 비전과 방향성을 품고 ‘당’신 ‘근’처의 줄임말인 당근마켓으로 사명을 변경했는데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를 시작으로 용인시 수지구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점차 확대, 2018년 1월부터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한 당근마켓의 스타트업人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이런 건 좀 불편한데... 해결해 주는 서비스 어디 없나’
우리의 삶에 도움을 주는 제품, 서비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노력한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들어졌다. ‘문제 해결’을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이하 PM)라고 부른다. PM는 제품과 관련해 연구, 과제 선택, 개발 추진 등 제품 관리 활동을 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이 직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데, 프로덕트 즉 ‘제품’에 대한 정의가 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IT 업계에서는 서비스에 포함하는 모든 기능을 프로덕트 즉, ‘제품’이라고 정의한다. 이때 PM은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 기능 출시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유능한 PM이 합류한 팀은 사소해 보이는 문제점도 찾아내고, 서비스 질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면서, 궁극적으로 이용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면서 스타트업부터 굴지의 대기업까지 능력 있는 PM을 채용하기 위해 두발 벗고 나선다. 이에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이 사용한다는 커뮤니티 앱 ‘당근마켓’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소라 PM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팀 성과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박 PM: 당근마켓 ‘나의 당근’ 팀에서 PM으로 일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결해 가치를 실현한 '하이퍼로컬(hyperlocal, 지역밀착)' IT스타트업이다. 거주 지역 GPS 인증을 바탕으로 이웃 간 믿을 수 있는 ‘중고거래’부터 이웃끼리 유용한 정보를 나누는 ‘동네생활’과 동네 소상공인과 주민을 연결하는 로컬 커머스 ‘내 근처’까지… 주민, 소상공인, 지자체를 잇는 다양한 ‘연결’을 통해 생활의 혁신을 만들고자 노력고 있다.
'나의 당근' 팀은 당근마켓에서 '나의 당근' 탭과 프로필 영역에서 이용자 편의 개선과 가치 제공에 집중하는 팀이다. 나의 당근 탭은 당근마켓의 내 활동 기록을 모으고 관리할 수 있는 메뉴다. 다양한 당근마켓 속 활동을 손쉽게 관리하고, 활동 기록을 의미있게 제공 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이용자들이 중고거래 외에도 알바, 부동산, 중고차 등 다양한 게시글의 관심내역을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관심목록 기능을 개선했다. 프로필은 당근마켓의 '이웃 연결의 중심'이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매너온도, 활동 배지와 같이 이용자의 따뜻함과 친절함을 잘 드러내고, 이웃과 다양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
IT동아: 프로덕트 매니저, PM이 정확히 어떤 직무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박 PM: PM의 일은 크게 ‘전략’과 ‘실행’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략은 ‘Why & What’을 찾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사용자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지를 찾는 것이다. 실행은 팀 구성원(디자이너, 개발자 등)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멤버들과 함께 구현해서 출시하고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팀이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서포트하는 역할도 한다.
당근마켓 팀의 대부분은 목적을 중심으로 다양한 직군이 모여서 일하는 ‘Cross functional team(목적 조직)’ 형태이다. 당근마켓에서의 PM은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전 과정에서 목적 조직의 성과를 책임지고, 최고 수준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IT동아: 적은 리소스로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조직이 추구하는 것 아니겠나. 가만 생각하니 스타트업 씬에서 PM의 역할은 중요할 것 같다.
박 PM: 스타트업 씬이 발전하며 더 많은 제품이 경쟁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이용자에게 임팩트를 주는 제품만 살아남는 상황이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팀의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해야만 한다. 그런 전문성을 가진 PM의 중요도도 함께 올라가는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면 PM 도전해볼 수 있어
IT동아: PM이 되기 위한 전공이 따로 있는 것 같진 않은데, PM이 되려면 어떤 경험을 쌓아야 하나?
박 PM: 본인을 포함한 많은 동료분들을 보면, 제품을 만드는 팀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다가 업무의 영역을 점차 넓혀나가면서 PM이 된 케이스가 많은 것 같다. 사업/서비스 기획, 데이터 분석, 유저 리서치, 디자인, 개발 등 다양한 커리어 패스를 가지고 있다. 창업을 경험하셨던 분들도 있다. 창업을 경험하신 분들은 스타트업에서 일이 진행되는 속도나 방식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 PM직무에 더 빠르게 적응하는 것 같다.
이전까지 PM으로서 경험을 쌓지 못했더라도 제품과 팀의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다양한 직군을 경험해 본 사람, 자신만의 성장 동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PM 역할도 잘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IT동아: PM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다가 업무영역을 넓혀 PM이 된다는 게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신입PM을 꿈꾼다면 어떤 경험을 쌓으면 좋을까?
박 PM: 아직 실무 경험이 없는 신입/인턴 PM을 채용할 때는 구조적/논리적으로 사고하는지, 사람들과 협업하는 능력을 가지셨는지, IT 제품을 좋아하고 제품들의 Why를 궁금해하는 호기심을 가진 사람인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PM으로서의 가능성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려면 사이드 프로젝트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개발자, 디자이너 등 팀원과 함께 제품을 출시하는 경험을 추천한다. 제안서를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팀을 이뤄 끝까지 구현하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출시 이후 운영과 개선을 해보는 것까지를 경험한다면 각각의 제품의 주기에서 경험하고 얻을 수 있는 배움이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근마켓에서 PM으로 일한다는 건
IT동아: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당근마켓에서 PM은 어떻게 일하는지도 궁금하다.
박 PM: 당근마켓은 각 목적 조직마다 제품의 주기가 조금씩 다르다. 때문에 PM들이 일하는 방식도 모두 같지 않다. 큰 틀에서 설명하면… 먼저, 제품의 비전과 목표를 수립한다. 당근마켓은 목표수립 시 ‘OKR’이라는 방법론을 활용한다. ‘이용자 니즈는 무엇일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한다.
*OKR(Objective and Key Results): 목표 및 핵심 결과지표(OKR)는 인텔에서 시작해 구글을 거쳐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대한 성과관리 기법이다. 조직적 차원에서 목표(objective)를 설정하고, 결과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목표 설정 프레임워크다.
목표 설정 후 가장 임팩트 있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찾는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솔루션을 검증(실험)할지 계획한다. 계획을 구체화하면 실제로 이용자가 사용할 제품을 만든다. 서비스 정책을 정의하고, UX/디자인을 설계하고, 개발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 개발자는 물론이고 사업, 마케팅, 법무 등 관련된 부서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야 한다.
제품을 출시한 후, 회고 과정은 필수다. 우리가 진짜 문제를 해결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계획한 실험 결과일 수도 있고, 데이터나 사용자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회고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음 업무 싸이클을 준비한다.
IT동아: 당근마켓은 빠르게 성장했고,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당근마켓에서 PM으로 일하기 위해 갖춰야 할 주요 역량이 있다면?
박 PM: ‘Entrepreneurship(창업가 정신)’, ‘Execution(실행력과 추진력)’, ‘Product Sense(제품 감각)’, ‘Communication(협업, 커뮤니케이션 능력)’, ‘Leadership(리더십)’ 이렇게 다섯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당근마켓은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이다.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는 마인드셋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겠다는 창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당근마켓 ‘내 근처’에서 제공 중인 ‘이웃과 직접 만드는 동네 지도' 서비스를 만든 과정이 좋은 사례인 것 같다. 당근마켓에서 같은 지역 이웃끼리 다양한 일상을 공유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동네생활’ 게시판을 오픈한 이후, 이웃들이 동네에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고받는 것을 알았다. 이어서 광고가 아닌 진짜 이웃들이 들려주는 살아있는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이용자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동네생활 게시글에 이용자가 직접 장소를 등록할 수 있는 기능부터 기획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장소를 등록하는 게시글이 많아지자 내역을 모아서 보여주고, 지도 형태로도 발전시켜 제공했다. ‘겨울간식' 지도, ‘친환경’ 지도, ‘동네 맛집' 지도 등 다양한 테마 주제별로 제공하면서 좋은 반응은 이어졌다. 지금은 '내 근처' 메뉴에서 제공하는 ‘이웃들과 직접 만드는 동네 지도’ 고정 서비스로 발전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이용자의 니즈를 발견해 빠르게 시도하고 만들어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팀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실제로 만들어가는 실행력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해나가는 반복적인 과정을 효율적이고 능수능란하게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 감각도 필요하다. 제품 감각이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용자 입장에서 이해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다. PM 본인이 이용자의 대변인이라고 가정해보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보다 빠르게 발견하고 잘 정의해낼 수 있을 것이다.
PM은 제품의 성공을 위해 팀 내부,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최고의 제품을 위해 최선의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극적이고 논리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리더십도 중요하다. PM은 팀을 목표로 향해 이끌고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의 신뢰를 얻고,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감을 바탕으로 팀원 간 신뢰를 형성해, 궁극적으로 조직이 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
IT동아: 최근 당근마켓은 적극적인 채용을 지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PM 직군도 채용 계획이 있나?
박 PM: 채용은 전직군에서 활발하다. PM 역시 당근마켓의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기존 PM 업무 경력이 없더라도, 창업을 경험하셨거나 제품팀에서 전문 분야를 가지고 일하셨던 분이 PM으로 직무를 전환하고자 한다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를 좋아하는 분,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싶으신 분, 자율성을 가지고 또 하나의 CEO처럼 일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꼭 지원해보길 바란다.
당근마켓 박소라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카카오, SKT, 트리플 등 IT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형태의 조직에서 PM 경력을 쌓아왔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 PM으로 선물을 통한 사람들 간의 연결을 경험했고, 당근마켓에서는 이웃 간의 연결을 통해 따뜻한 동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