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의 테크기업도 카카오T 모델로 간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비친 자신감
[IT동아 정연호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성 대표가 오늘 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선 이동 경험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업계와의 상생 및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방안, 미래의 모빌리티, 그리고 글로벌 진출 계획 등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카카오T는 지난 2015년 ‘카카오택시’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7주년을 맞이했다. 카카오모빌리티 2017년 창립 이후로 이용자는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서 107억 회 이상을 이동했는데, 이동거리로 따지면 1100억km에 달한다. 지구 275만 바퀴를 돈 것과 같은 거리다.
류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철학을 “모든 이동을 스마트하고, 빠르게 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광고 등과 같은 플랫폼 비용을 낮게 책정해왔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의 수익 모델은 주로 경쟁적 광고다.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횟수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은 광고비를 내는 구조에선, 이용자 경험이 개선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비용이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공급자가 이용자 경험 개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카카오모빌리티는 낮은 광고 비용을 계속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항공권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이동 경험도 고객 경험을 개선한 사례다. 기존 국내선 항공 예매 패턴은 서울과 제주가 주를 이뤘다. 카카오 모빌리티 항공권 서비스는 내륙 노선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기념일 선물과 중고 거래, 약물 배달에 활용되는 카카오T 퀵 서비스도 사물의 이동이란 새로운 영역의 모빌리티 경험이다.
최근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논란이 일자,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차 시스템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현재 배차 방식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와 ETA(도착예정시간) 스코어 기반으로 이뤄진다. AI를 활용해 호출을 수락할 확률이 높은 기사에게 먼저 콜 카드를 보내고, 요청이 거절되면 ETA 기반으로 가까운 기사에게 다시 콜 카드를 전송한다. 물론, ETA만 활용하면 가맹점 택시 콜 몰아주기와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ETA 운영방식으로 진행되던 카카오모빌리티의 초기 배차 시스템에선 고객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호출에 응하지 않는 기사가 많아 고객 대기시간도 늘어난 것이다. 이후 AI와 ETA를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하면서 승객의 대기시간은 39% 감소했고, 콜을 취소하는 비율 역시 줄어들었다.
“업계와 상생을 추구하겠다”…ESG를 주요 경영 이념으로
류긍선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콜 몰아주기나 골목상권 침해 같은 논란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책임을 통감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ESG를 주요 경영 이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 방향성의 효과와 전문성을 보증하기 위해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생자문위원회와 모빌리티투명성 위원회에 자문을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카카오모빌리티는 상생기금 500억 원을 조성해 모빌리티 생태계 참여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370억 원은 택시 기사와 대리운전 종사자들의 수익 개선에 쓰이며, 모빌리티 종사자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 방안에 각각 80억 원과 5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류긍선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회적 입지에 비해 500억 원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최초로 100억 원 규모의 흑자를 달성한 기업이다. 재무 현황적으로 보면 상당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500억 원 외에 향후 카카오 및 카카오 임팩트 재단 등과 협력을 통해 추가 기금도 조성한다. 추가 기금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추가로 확보한 기금은 장애인 혹은 반려인과 같은 이동약자의 이동권 개선에 투입하고, 긴급 생활비 지원 및 자녀 학자금 지원 등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모빌리티 종사자들의 복지 개선에 활용한다.
친환경 모빌리티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카카오모빌리티도 그린 모빌리티를 사업의 중요한 축으로서 발전시켜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위해서 가맹 택시 중심으로 보급되던 전기차를 중형 택시로 확대해 연내 1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류 대표는 “친환경 전기택시는 1대당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 10톤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전기 택시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전기차 구매, 충전, 배터리 관리 등 전 영역에서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전기택시 기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감안한 배차 시스템을 개발하고 충전소 안내 등으로 전기차 플랫폼의 기능을 보완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 결국 카카오모빌리티 모델과 비슷해지고 있어”
현재 모빌리티 시장엔 전통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들도 참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주행의 시대는 우리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달 10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자율주행차 운전대와 페달 등의 수동제어장치를 의무화한 규정을 없앴다. 안전 규제를 충족한 경우엔 위와 같은 조건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인 GM도 자회사 크루즈를 통해서 올해 말부터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차를 양산한다. 차세대 교통수단인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시장을 위한 준비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선 2025년부터 UAM 상용화가 예정된 상황이다.
류 대표는 “카카오모빌리티도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올해를 디지털 트윈 제작의 원년으로 삼겠다. 다양한 분야에 HD맵(고정밀지도)을 접목해 혁신을 일궈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출범한 자율주행 얼라이언스 파트너도 이러한 HD맵 인프라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류 대표는 “이미 카카오모빌리티는 세종시에서 국내 최초로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했고, 판교에서도 현재 시범 서비스 진행하면서 자율 주행의 상용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 모빌리티는 기술 외에도 법, 인프라, 환경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선도업체가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집단지성을 만들어내고, 기업들이 기술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카카오모빌리티는 뉴빌리티와 자율주행 라스트마일 로봇 기반의 배송 플랫폼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류 대표는 “자율주행 로봇 배송 관제 플랫폼을 오픈형으로 개발하고 자동화 내재화의 핵심 기술 인프라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사 간의 협력을 통해서 연내엔 로봇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T를 ‘택시사업’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류 대표는 “폭넓은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위해 해온 노력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술력은 세계 유수의 플랫폼 회사에 뒤처지지 않는다. 현재 실시간으로 트래픽을 예상해 기사를 배치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게다가 위성 신호 기반인 GPS는 음역지역에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해 경로 탐색이 어렵기 때문에, 모바일 네트워크 신호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하는 FIN(실내측위기술)을 활용하면서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는 “우버는 자율주행 기술을 포기하고 관련 사업도 매각하고 있다. 오히려 선도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던 테크 기업들이 카카오모빌리티처럼 택시 호출 및 연결 같은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자율주행기술을 확보하면서 현재 시범 서비스도 운행 중”이라고 답했다.
‘비욘드 코리아’,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류 대표는 “2022년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글로벌 진출 원년이 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올 3분기 안으로 세 가지 방안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첫째, 카카오T 앱이 전 세계 120개국에서 이용이 가능하도록 해외 로밍 서비스를 확대한다. 로밍 서비스는 카카오T 앱을 통해 해외 현지에서 운행되는 이동수단을 호출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해외 이용자가 국내 방문 시 카카오T 앱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끔 영문 플랫폼을 제공하고, 해외 플랫폼 업체와 협력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류긍선 대표는 “미래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과정은 카카오모빌리티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모빌리티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기에 전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논의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