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고급 미러리스 딛고 디카 시장 부활 기미, 낙관 경계론도
[IT동아 차주경 기자] 디지털 카메라 업계가 시장 쇠퇴, 코로나19 팬데믹과 주요 전자 부품 수급난 등 악재를 딛고 반등할 기미를 보인다. 활황기 때보다 70% 이상 줄어든 제품 출하량은 회복하지 못했지만, 고가·고급 미러리스 카메라를 앞세워 출하 금액을 많이 늘리며 실속을 찾는다.
일본 카메라 영상 기기 공업회(CIPA)에 따르면, 2021년 연간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은 836만 1,521대로 2020년 888만 6,292대보다 소폭 줄었다. 반면, 출하 금액은 4,889억 3,332만 7,000엔(약 4조 8,903억 9,267만 원)으로 2020년보다 16.4% 늘었다. 출하 금액이 전년보다 늘어난 것은 4년만이다.
업계는 2021년 중순부터 판매된 고가·고급 미러리스 카메라가 인기와 함께 출하 금액을 늘린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2021년 연간 미러리스 카메라 출하량은 2020년보다 5.9% 늘었고, 출하 금액은 31.4%로 많이 늘었다.
2021년 공개된 미러리스 카메라 대부분은 고가·고급 모델이다. 소니 a1과 a7 R4·a7 4, 캐논 EOS R3, 니콘 Z9 등 제조사별 최상위 제품들이 2021년 하반기부터 판매돼 인기를 모았다. 후지필름 GFX 100S와 GFX 50S II 등 중형 고가·고급 미러리스 카메라도 이 시기에 판매됐다.
가격이 50만 엔(약 491만 원) 이상인 이들 제품들은 출시된 직후, 수 개월 동안 일본 내 월간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했다. 세계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세가 수그러들면서 여행 수요와 소비 심리가 늘었고, 이것이 고가·고급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과거 디지털 카메라 시장 규모를 크게 키우고 활황기를 맞도록 이끈 것은 보급형 제품군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소비자들은 사진을 찍을 때, 크고 무겁고 비싼 디지털 카메라 대신 간편한 스마트폰을 찾았다. 스마트폰과 개념이 비슷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가장 먼저 쇠퇴했고, 그 뒤를 스마트폰보다 부피가 훨씬 큰 DSLR 카메라가 밟았다.
DSLR 카메라의 화질과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을 갖춘 미러리스 카메라가 인기를 끌었지만, 시장이 쇠퇴하는 속도를 조금 미루는 데 그쳤다. 이에 업계는 오래 전부터 사진 촬영을 즐겨 온 하이 아마추어 사진가, 상업 사진 작가, 스마트폰보다 월등한 사진 화질을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고가·고급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했다. 이 전략이 유효했다.
CIPA는 스마트폰과 SNS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쇠퇴를 불러온 것은 사실이나, 한편으로는 이 덕분에 소비자들이 사진을 찍는 취미에 눈을 떴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과 SNS로 사진 문화를 접한 소비자들은 더 선명한 사진,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한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 자연스레 이들의 욕구를 충족할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가 인기를 끈다는 논리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분위기 반전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고가·고급 미러리스 카메라의 소비자층은 과거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의 소비자층보다 훨씬 얇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광학 줌과 고화소 등 디지털 카메라와 대등한 기술, 실시간 인공지능 촬영과 수정처럼 심지어 디지털 카메라를 앞서는 기능을 속속 개발해 도입 중이다.
디지털 카메라 교체 주기가 이전보다 늘어난 만큼, 2021년 판매된 고가·고급 미러리스 카메라의 판매량이 2022년에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CIPA가 공개한 2022년 2월 디지털 카메라 생산 출하 실적을 보면, 2021년 2월 대비 출하량은 73.4%, 출하 금액은 90.6%에 머물렀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