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작지만 속은 꽉 찬 빔 프로젝터, 엡손 EF-12
[IT동아 권택경 기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대화면을 구현하기에 빔 프로젝터만한 물건이 없다. TV를 100인치에 가까운 대형 제품으로 장만하려면 천만 원이 훌쩍 넘기도 한다. 반면 프로젝터는 수십만 원 수준인 저가형 제품이라도 100인치가 넘는 대화면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물론 디스플레이 우열을 화면 크기로만 가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화면 크기에 비례한 가격 접근성만 놓고 보자면 빔 프로젝터가 TV를 압도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빔프로젝터의 강점이 있다면 휴대성이다. 100인치가 넘는 대화면 TV를 여기저기 옮겨가며 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빔 프로젝터는 갈수록 소형화되며 휴대성을 강조하는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집안은 물론이고, 캠핑이나 차박 등 야외에서 사용하기에도 부담없는 수준이다.
엡손이 선보인 EF-12도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소형 프로젝터다. 가로세로 17.5cm에 높이 12.8cm의 소형 큐브 형태다. 무게도 2.1kg에 불과해 들고 옮기기에 부담없다.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마치 북쉘프 스피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인데, 겉보기뿐만 아니라 실제 소리도 준수하다. 5W급 야마하 스피커를 채택한 덕분이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 스마트폰 등에 연결해 화면은 꺼두고 음악 감상에 이용할 수도 있다.
프로젝터 본연의 성능도 충분하다. 밝기 1000루멘에 250만 대 1의 동적 명암비를 구현한다. 투사 방식으로는 앱손이 자랑스레 내세우는 3LCD를 채택했다. 흔히 사용되는 DLP 방식 프로젝터에 비해 색 표현이 훨씬 풍부하다. 그 덕분인지 소형 제품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화면을 보여준다.
낮에 햇빛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방안을 암실 수준으로 만들 필요 없이, 살짝 커튼을 쳐주기만 해도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해상도는 FHD인데 이 정도급 제품에서는 크게 아쉬울 게 없는 수준이다. 화면 색상과 명암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HDR을 지원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최소 투사거리는 0.6m이며 최대 투사거리는 3.4m다. 최소 투사거리에서는 30인치, 최대 투사거리에서는 150인치 화면을 투사할 수 있다. 최소 투사거리가 짧으므로 좁은 실내에서 이용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다. 반듯한 큐브 디자인이므로 렌즈가 위를 향하도록 세워두면 천장에도 투사할 수 있다.
투사 위치를 옮길 때마다 키스톤과 초점을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12초 정도 기다리면 키스톤과 초점을 알아서 맞춰준다.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직접 설정을 맞추는 수고에 비하면 훨씬 편하고 빠르다.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광학 줌 기능이 없어 투사거리에 따른 화면 크기가 고정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안드로이드 TV OS가 탑재된 점도 휴대성을 높이는 특징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OTT 앱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프로젝터만으로 다양한 OTT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어째서인지 넷플릭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크롬캐스트 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므로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해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다른 기기 연결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퇴색된다. 넷플릭스 이용 비중이 높다면 큰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다.
외부 기기를 연결해 이용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HDMI 입력을 두 개까지 지원한다. 노트북이나 콘솔 게임기를 연결해 활용할 수 있다. HDMI 단자 중 하나는 ARC(Audio Return Channel) 기능도 제공하니, 이를 지원하는 오디오 장비를 연결하면 활용도가 한층 높아진다. 3.5mm 단자도 있으므로 원한다면 내장 스피커 대신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소리를 감상할 수도 있다
USB-A 단자도 하나 구비돼 있는데, 키보드와 같은 입력 장치를 연결해서 이용할 수 있다. 웹캠을 연결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기본 설치된 줌 앱과 함께 이용하면 화상회의나 원격수업도 프로젝터 하나로 해결된다. 노트북의 엑셀 파일, PPT 자료를 프로젝터로 연결하면 대화면으로 크게 볼 수 있어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엡손 EF-12는 휴대성과 화질, 편의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갖춘 제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시중에는 EF-12보다 더 작고 가벼운 제품은 있지만 화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하면 EF-12는 괜찮은 휴대성과 괜찮은 화질을 갖추고 있어서 큰 아쉬움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듯한 제품이다. 북쉘프 스피커를 연상시키는 감성적인 디자인도 인테리어에 크게 신경 쓰는 소비자들에겐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EF-12는 약 139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