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VR 영상 촬영의 신기원,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영상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VR 영상을 직접 촬영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VR 기기로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전용 카메라와 편집 도구, 그리고 복잡한 촬영 및 편집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품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360도 촬영 전용으로 출시된 카메라 한 대로도 가능하지만, 영상 품질이 높아질수록 액션캠, 미러리스, DSLR, 시네마 카메라 2~6대를 동시에 촬영해야 한다. 모든 카메라는 결과물의 동작과 소리, 초점 등이 동기화돼있어야 하고, 후보정 작업을 고려해 끊어지는 각도가 없도록 프레임이 이어져있어야 한다. 또한, 촬영된 영상을 늘리고 펴서 VR 기기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스티치 작업까지 진행해야 VR로 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 렌즈와 EOS R5를 조합한 예시. 출처=IT동아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 렌즈와 EOS R5를 조합한 예시. 출처=IT동아

VR 영상 촬영이 이토록 복잡한 이유는 기기에서 보이는 화상이 양 눈에 맞게 두 개로 나뉘어있고, 또 고개를 돌릴 때마다 다른 방향도 볼 수 있게 동시에 촬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VR 영상 촬영은 전용 액션캠 등이 있더라도, 일반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캐논이 VR 영상 촬영의 난이도와 촬영 방식을 대폭 간소화한 방안을 제안했다. 하나의 촬상 소자에 두 개의 렌즈가 화상을 기록하는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이중 어안 렌즈)가 그 주인공이다. 캐논의 새로운 솔루션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캐논 EOS R5와 조합해 활용해봤다.

2열 카메라를 한 대로 축약,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는 세계 최초로 카메라 한 대로 180도 VR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렌즈다. 원래 180도 VR 영상도 두 개의 광각 렌즈와 두 대의 카메라를 나란히 배치해 동기화한 다음, 동시에 촬영한 결과물을 이어서 만든다. 하지만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를 이용하면 광각 렌즈를 연동하는 작업이 생략되고, 한 대의 카메라로 바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여행이나 기록 등 VR 영상을 활용하기 좋은 작업에 극도로 간소화된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

렌즈 후드는 별도로 없고, 전용 렌즈캡만 함께 제공된다. 출처=IT동아
렌즈 후드는 별도로 없고, 전용 렌즈캡만 함께 제공된다. 출처=IT동아

초점거리는 두 렌즈 모두 5.2mm에 2장의 UD 렌즈가 포함된 10군 12매로 구성돼있고, VR 촬영에 특화된 기능들이 적용돼있다. 렌즈의 표면은 고스트를 억제하는 SWC(서브 파장 구조 코팅)와 반사를 방지하는 SSC(슈퍼 스펙트라 코팅)이 적용돼있다. 고스트 억제가 중요한 이유는 사용자의 그림자가 나오면 안 되는 VR 영상의 몰입감 때문이다. 일반 사진 촬영에서는 촬영자의 그림자 여부가 중요하지 않지만, VR 영상에서 촬영자의 그림자가 촬영되면 몰입감을 해치기 때문에 촬영자가 나오지 않도록 역광으로 촬영한다. 이때 태양광이나 조명이 렌즈에 고스트를 일으키는데, 이 부분의 고스트가 억제돼 영상미를 방해하지 않는다.

또한 좌우 렌즈 각각에 7매의 전자식 제어 조리개가 탑재돼 노출에 편차가 있더라도 최대한 수준을 맞춰준다. 원래 두 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조건에서는 노출이 서로 다르게 촬영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후보정에서 노출을 맞춰야 해 작업량이 늘어나고, 보정이 어려우면 재촬영도 시도해야 한다. 반면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는 이 부분을 최대한 맞춰준다. 또한 후면에 젤라틴 필터 방식으로 ND 필터를 장착할 수 있어서 역광 시의 높은 셔터 스피드를 잡아줄 수 있다.

대물 렌즈는 돌출되어 있으며, 수동으로 초점을 제어한다. 출처=IT동아
대물 렌즈는 돌출되어 있으며, 수동으로 초점을 제어한다. 출처=IT동아

외관은 강화 플라스틱으로 돼있고, 전면의 대물렌즈는 전용 렌즈 캡으로 부착된다. 렌즈와 렌즈의 중심 간격은 60mm며, 최대 구경은 약 121.1mm로 작다. 길이 역시 53.5mm로 짧고, 무게는 350g으로 광각 렌즈 하나 수준이다. 렌즈 측면에는 좌우 초점 차이를 조정하는 1.5mm 육각 나사가 따로 마련돼있다. 대물렌즈는 돌출되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하고, 전자식 초점 링을 활용해 수동으로 초점을 보정한다. 최단 촬영 거리가 0.2m로 짧기 때문에 최대 개방 촬영이 아니라면 촬영 시 먼지를 반드시 제거하는 게 권장된다. 또 화각은 190도로 매우 넓어서 촬영 결과물에서 반대쪽 렌즈의 돌출부가 기록될 정도다.

최대 8K 지원하는 캐논 EOS R5와 조합 시 최적

캐논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VR 편집 프로그램 'EOS VR 유틸리티', 2분 길이의 영상은 무료로 편집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캐논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VR 편집 프로그램 'EOS VR 유틸리티', 2분 길이의 영상은 무료로 편집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활용 방법은 정지 사진 혹은 동영상 둘 다 쓸 수 있다. 정지 사진은 반응형 웹 브라우저 등을 통해 제공하는 용도로 사용하며, 동영상은 VR 콘텐츠 혹은 유튜브 업로드 용도로 활용하면 된다. 테스트는 최대 8K 해상도 기록을 지원하는 캐논 EOS R5를 활용하며, 촬영 후 캐논 EOS VR 유틸리티로 편집했다. 캐논 RF 마운트를 지원하는 카메라는 모두 활용할 수 있지만, 여건만 된다면 8K 지원 카메라를 쓰는 게 좋다. 하나의 촬상 소자에 두 광학계의 결과물이 기록되다 보니 해상도를 나눠서 쓴다. 또한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가는 부분이 많으므로 8K로 촬영해야 최대한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

캐논 EOS R5에 장착해서 촬영한 예시. 하나의 센서에 두 개의 이미지가 촬영된다. 출처=IT동아
캐논 EOS R5에 장착해서 촬영한 예시. 하나의 센서에 두 개의 이미지가 촬영된다. 출처=IT동아

이미지를 비교해보자.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로 촬영되는 일반적인 어안 렌즈와 마찬가지로 이미지 서클의 형태로 기록된다. 차이점은 이미지가 두 개로 촬영되므로 한쪽 사진의 해상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대신 좌우 카메라를 배치 조정할 필요가 없으며, 영상을 별도로 스티칭하는 과정도 생략된다. 메모리 카드 한 장에 동일하게 이미지가 기록되므로 데이터 관리도 훨씬 간편하다.

EOS VR 유틸리티로 사진을 변환했다. 조리개는 f/2.8, ISO 100, 셔터 속도 1/2000이다. 아래 사진과 비교해 테두리의 비네팅이 확인된다. 출처=IT동아
EOS VR 유틸리티로 사진을 변환했다. 조리개는 f/2.8, ISO 100, 셔터 속도 1/2000이다. 아래 사진과 비교해 테두리의 비네팅이 확인된다. 출처=IT동아

EOS VR 유틸리티로 사진을 변환했다. 조리개는 f/16, ISO 100, 셔터 속도 1/80이다. 출처=IT동아
EOS VR 유틸리티로 사진을 변환했다. 조리개는 f/16, ISO 100, 셔터 속도 1/80이다. 출처=IT동아

이미지 자체의 품질은 일반적인 어안 렌즈와 흡사하다. f/2.8에서는 비네팅이 발생하며, 조리개를 쪼일수록 비네팅이 사라진다. 주간 촬영 시 개입 가능성이 큰 태양광에 대해서는 고스트를 잘 제어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광학계 자체가 작다 보니 이미지 서클의 이미지를 한장으로 잘랐을 때의 해상도는 ‘3200x2400’ 픽셀 정도다. 저조도 환경이나 밝은 사진을 촬영할 때라면 f/2.8을 써도 무방하겠지만, 기록 용도의 사진이라면 회절 현상의 개입을 신경 쓰지 않고 가급적 높은 조리개를 쓰는 게 좋겠다.

동영상으로 촬영한다면 반드시 짐벌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카메라에 탑재된 손떨림 보정 장치는 사진의 미세한 떨림을 보정하는 역할이며, 동영상의 큰 움직임을 잡아주진 않는다. 만약 짐벌 없이 핸드헬드로 촬영한다면 결과물을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건을 맞추고 촬영한 영상은 일반 사용자용 VR 카메라보다 훨씬 높은 영상 품질과 현장감을 제공한다. 역광의 개입도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며, 일반 카메라 두 대를 리그로 들고 촬영하는 것보다 가볍고, 설정도 간단하다. 대신 자동 초점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가까운 피사체와 먼 피사체를 동시에 담는다면 포커스 피킹으로 계속 초점을 맞춰줘야 한다. 여행이나 가벼운 VR 영상 제작 용도라면 따로 장비를 갖추지 않고도 뚝딱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다.

후보정 과정도 중간 과정이 생략돼 간단하다. 기존의 VR 기기는 두 장 이상의 결과물을 연결하는 스티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는 정확하게 거리가 연동돼있어서 스티치가 필요 없다. 편집은 캐논 EOS VR 유틸리티를 통해 편집하거나,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용 플러그인을 활용하면 된다. 두 유틸리티 모두 정지 사진 및 동영상은 2분까지 무료로 편집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은 매월 유료로 사용해야 한다. 유틸리티는 렌즈의 시차 및 수평을 보정하고, 좌우 영상 전환과 등장방형도법 영상 전환을 지원한다. 편집 해상도도 8K와 4K 모두 지정 가능하며, 윈도우와 맥 모두 쓸 수 있다. 전문 작업자라면 RAW로 촬영된 영상 자체를 편집해도 될 것이다.

혁명적으로 간소화한 VR 촬영··· 활용 폭은 좁아

캐논 EOS R5와 조합하면 핸드헬드로도 VR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캐논 EOS R5와 조합하면 핸드헬드로도 VR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출처=IT동아

캐논 RF5.2mm F2.8L 듀얼 피시아이는 캐논 RF 미러리스 카메라를 그대로 VR 촬영 시스템으로 바꿔주는 흥미로운 렌즈다. 활용 방법도 쉽고 간단한데, 품질은 액션캠이나 미러리스보다 월등하다는 게 매력적이다. 캐논의 L렌즈 라인업이다 보니 방진 방습이나 해상력 등이 뛰어난 점도 만족스럽다. 다만, TS렌즈나 반사 렌즈처럼 어떻게든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렌즈들과 달리 VR 촬영 이외에는 활용이 어려우므로 활용 빈도를 고려해서 구매해야 한다. 또한, 360도 촬영까지 진행한다면 동일한 시스템을 한 대 더 구축해야 한다.

정식 판매 가격은 275만 원대로 캐논의 광각 단 렌즈 중에서는 제일 비싸지만, 특수 렌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VR 촬영을 위한 어안 렌즈 두 개와 보디 두 개 가격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가벼운 VR 영상 촬영이 필요한 전문가 혹은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여행, 일상 사진가라면 한번 쯤 고려해볼만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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