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찍는 대규모 여행 줄어들 것"...초개인화된 소확행 여행 부상
[IT동아 정연호 기자] 코로나19 이후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분야는 여행사와 항공사, 숙박업체다. 항공사와 호텔은 대규모로 인프라에 투자를 한 뒤, 이를 기반으로 순환율을 높여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람들의 여행 수요가 코로나19로 억눌리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들의 실적도 급락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다만, 최근엔 전 세계적으로 국내 및 해외 여행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글로벌 공유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의 지난 2021년 4분기 실적발표를 보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박 및 체험 건수는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의 수치를 대부분 회복했다. 예약한 숙밫 및 체험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고(2019년 4분기 대비 3% 감소), 에어비앤비의 4분기 매출은 2019년 4분기 대비 38% 성장했다.
에어비앤비는 주주 서한에서 실적이 개선된 원인을 1)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장기 여행 증가 2)대도시 외에 비도시 지역이나 소규모 도시 등 여행지의 다변화 3)다양한 유형의 집을 제공하는 호스트 확보로 꼽았다.
코로나19 이후로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됐다. 이에 따라, 근로자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직장과 가까운 곳에 머물 필요가 없어졌다. 재택근무의 증가는 여행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여행하기 좋은 지역에서 1~2달 거주하면서 근무하는 형태가 늘었다고 한다. 근무시간이 끝난 이후나 휴일에 주변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다. 에어비앤비는 2021년 4분기 예약 중 28박 이상 숙박은 22%에 달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2019년 4분기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을 피하기 위해서 유명 관광지가 아닌 교외지역을 택하는 여행객이 늘었다. 관광 명소 여러 군데를 들리는 것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2021년 3분기 주주 서한에서 숙박 호스트인 ‘테디와 크리스티나’ 사례를 언급했다. 테디와 크리스티나는 “장기 체류를 원하는 수요가 늘면서 예전에는 주말 예약만 받았지만, 지금은 5~6일 예약을 받고 있다”면서 “재택근무를 위한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주택 장식과 투자를 늘렸다. 그럴수록 고객들이 집을 더 잘 사용하고 숙박비용을 기꺼이 지불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서병수 연구원은 ‘에어비앤비로 확인한 여행 트렌드 변화’ 리포트에서 “기업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근로자는 출퇴근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코로나19 이후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재택근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여러 직군의 많은 근로자가 재택근무 여부를 직장 선택의 주요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숙소와 가까운 곳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는 여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국내외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쉴 수 있는 교외나 소규모 도시로의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서병수 연구원은 “대규모 인원이 몰려드는 유명 관광지로의 여행 수요 회복은 생각보다 더딜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여행의 비중이 팬데믹 이전보다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면서 “장기간 여행 혹은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여행의 증가로 여행에서의 만족도와 평판이(관광지, 숙소 등)이 더 중요해진다. 이에 따라 여행에 대한 다양한 사용자 후기와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컨텐츠를 가진 온라인 플랫폼의 경쟁력이 더욱더 중요해진다. 또한, 기존에 주목받지 못하던 지역으로의 여행 수요도 생각보다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여행도 빠른 속도로 증가 중
코로나 19 이후 국내 여행 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85.6% 감소했고, 이동이 제한되면서 국내 여행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해외 국가에서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을 발표하면서 눌려왔던 여행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위메프의 경우엔 잔여백신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일주일 동안 해외 항공권 예약이 442% 증가했다. 인터파크 투어는 잔여 백신 서비스 이후로 항공권 특가상품, 국내선 항공권 예약이 두 달 동안 451% 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팬데믹 이후로 숙박 시설을 선택할 때 ‘위생’을 가장 중요시했으며, 긴 일정보단 ‘단기간’을 ‘한적한 소도시’에서 '자연감상과 휴식/휴양'을 하기위해 여행을 떠났다. 이수진 경기연구원은 '위드 코로나, 관광을 준비하자'에서 "국내에서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장소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일과 생활을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의 합성어로 장기간 여행지에 머무르며 일하는 업무 혹은 여행 형태) 수요가 늘었다. 집을 떠나고 싶은 욕구와 맞물려 향후 일과 여가시간이 결합된 장기여행(생활관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30세대는 전 세대 대비 평균 거주지 밖 이동 선호도가 62.1% 높았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이동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에 익숙하고, 개인 여행을 선호하며, 독특한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을 보인다. 특히, 여행을 할 땐 여행지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차별화된 경험’에 주목한다. 앞으로는 기존 정형화된 여행 상품에서 벗어나 새롭고 가치 있는 여행 상품을 만드는 여행사가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국내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숙소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행 플랫폼(OTA)이용도 크게 늘었다. 토종 OTA 사업자인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매출 상승 폭이 컸다. 메조미디어의 트렌드 리포트 ‘코로나19가 바꾼 여행 산업 트렌드’는 “글로벌 OTA에 비해 토종 OTA가 국내에서 코로나19 이후로 매출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내 OTA가 글로벌 OTA에 비해 숙박업소 선택의 폭이 넓어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나만을 위한 초개인화된 여행’이다. 소비자가 여행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여행이 늘어나면서, 여행 플랫폼은 AI기술을 이용해 더욱 개인화된 여행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여행 장소와 일정, 여행 스타일, 하고 싶은 활동, 이동수단, 맛집, 숙소 등 개인에게 최적화된 루트를 제공해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인터파크 투어는 ‘여행 계획’ 베타버전을 오픈하면서, 알고리즘을 통해 항공편과 맛집, 관광지, 예상비용이 포함된 추천 플랜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소규모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AI를 통한 개인화 서비스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