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 금융] ESG가 베타에 미치는 영향 Part 4: 아폴로 병원의 혁신 전략 ‘허브 앤 스포크’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GS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ESG가 베타에 미치는 영향 Part 4: 아폴로 병원의 혁신 전략 ‘허브 앤 스포크’
지난 칼럼에서 인도 아폴로 병원이 처한 상황을 알아봤습니다. 인도에서 가장 큰 병원 체인이자 상장 기업, 인도 전역에 병원 체인을 가진 이 병원은 세계보건기구의 1인당 병원 침대 권장량을 만족하려 침상을 더 샀습니다. 사업 규모는 커졌지만, 수익성에 부담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자산 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아폴로 병원을 분석할 때 알아낸 혁신 운영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례는 CFA연구소(CFA Institute)와 책임투자원칙주도기구(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가 발행한 보고서 ‘Guidance and Case Studies for ESG Integration Equities and Fixed Income’을 참고했습니다. 조윤형 홍익대학교 학생이 칼럼 참고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아폴로 병원 투자에 앞서 현장 실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아폴로 병원이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전략을 활용한다는 점을 알아냅니다.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은 허브(연결점)를 기준으로 두고, 스포크(가지)를 여러 개 만들어 비즈니스 체인을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주로 항공, 물류 산업에서 쓰이는 전략입니다. 항공 산업에서의 활용 사례를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항공 산업에서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쓰면, 노선 수가 적어도 많은 지점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 만큼 연결 망이 늘어나는 장점이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지금 영국 런던 공항에서 우리나라 공항으로 들어오려는 비행기 탑승객들은 대부분 인천 공항으로 먼저 들어옵니다. 일단 인천 공항으로 들어온 후 부산, 제주, 김해, 청주, 대구, 양양, 무안 등 원래 목적지의 공항으로 갑니다. 이 경우 영국 런던 공항 기준, 인천 공항은 허브(연결점), 나머지 공항은 스포크(가지)입니다.
이러면 영국 런던 공항은 비행기 탑승객을 인천 공항으로 보내기만 하면 됩니다. 만일, 영국 런던 공항이 런던-부산, 런던-제주, 런던-김해, 런던-청주 등 우리나라 공항마다 노선을 마련한다면? 노선 운용 비용이 그 만큼 소요될 것입니다.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쓰면 이처럼 비용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이룹니다.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의 단점도 있습니다. 허브에 너무 많은 수요가 몰리면, 오히려 비용이 늘고 규모의 비경제가 일어납니다. 최소한의 수요가 있어야 쓸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부산, 김해, 청주, 대구 등 우리나라 공항으로 갈 탑승객이 수천 명이면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이 유용합니다.
하지만, 탑승객이 수만~수십만 명이라면? 효율 이전에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합니다. 탑승객이 적을 때에도 이 전략이 비효율적입니다. 그냥 영국 런던에서 부산이나 청주 등으로 탑승객을 직접 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스포크와 스포크 사이 움직임이 허브를 통해서만 이뤄지므로, 스포크 사이 비효율이 일어나는 단점도 있습니다. 부산 공항에 있는 탑승객이 가까운 곳에 있는 김해 공항으로 가려 할 때에도 반드시 인천 공항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아폴로 병원은 항공, 물류 산업에서 쓰던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병원 체인 산업’에 적용합니다. 인도 내 대도시를 허브로 삼고, 상대적으로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지방의 마을들을 스포크로 삼은 것입니다.
아폴로 병원은 스포크에서 일어나는 초기 진료 수요를 일단 원격 서비스로 제공하고, 이 수요를 모두 허브에 있는 병원으로 모읍니다.
지방에서 환자가 생기면, 대도시에 있는 의사가 원격 서비스로 초기 치료와 약 처방을 마칩니다. 이 환자들이 대도시에 있는 병원에 오면, 미리 시행한 초기 치료와 약 처방 데이터를 토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면 대도시에 있는 병원에 의료 수요가 몰려도 충분히 소화 가능합니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습니다.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의료 수요를 성공리에 이끈 아폴로 병원은,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앞세워 인도에서 가장 성공한 병원 체인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아폴로 병원이 성공적인 병원 체인을 만들 수 있었던 혁신 운영 전략, 허브 앤 스포크를 알아봤습니다. 다음에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이 판단한 아폴로 병원의 잠재적 성장력을 분석하겠습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