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스타트업] 스몰머신즈 "모든 사람이 의료의 우산 아래로 들어와야"
[IT동아 정연호 기자] 현대 의료의 패러다임은 ‘예방’이다. 질병을 발견한 뒤 치료하는 것은 환자의 생존율도 높지 않은데 치료 비용이 많이 들어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젠, 질병을 미리 발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단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우리 사회엔 이러한 ‘예방’ 패러다임에 맞춘 조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장비는 11.3%만이 국산장비다. 비싼 비용으로 들여온 외산장비는 사용 용도가 제한적이다. 가령, 외국 기업이 설정한 데이터만을 뽑아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필요 없는 기능을 빼고 비용을 낮춘 합리적인 장비도 널리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외진 곳에 있는 요양병원엔 필수 의료장비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료기기 제조기업인 스몰머신즈는 ‘의료’의 보편적 보장을 위해서 엔지니어링에 집중한 기업이다. 검사의 정확도는 높이면서, 기기를 소형화해 어느 곳에서든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는 의료장비를 만든다. 스몰머신즈는 지난 2020년부터 시작한 ‘소부장 스타트업 100’을 통해 사업화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다. ‘소부장 스타트업 100’은 소부장 자립에 기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매년 20개씩 선정해, 2025년까지 100개 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기업 발굴 및 육성 전문 기관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2년간 소부장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소부장 스타트업 지원 및 관리 활동을 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들은 사업화 자금, 멘토링, 연구개발 등을 지원받는다. 스몰머신즈의 최준규 대표를 만나 한국 의료장비 엔지니어링의 현황과 보편적 의료 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ㅡ회사와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스몰머신즈는 진보된 현장 의료기기로 보편적 의료 보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현재 현장용 혈구 분석기를 개발하고 생산 중이다. 기업을 창업하기 전엔 석사 박사 과정 모두 멤브레인 센서를 연구하면서 엔지니어링 쪽에 있었다”
ㅡ보편적 의료가 코로나 19 이후로 중요한 화두가 됐다. 보편적 의료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에선 혈액 검사(CBC)가 그렇게 비싸지 않다. 그런데, 미국 같은 곳은 보험이 안되니까 CBC검사를 받으려면 30만 원 혹은 많게는 150만 원까지 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이 검사 비용을 줄여 말라리아 같은 병에 걸린 사람 수십만 명을 위한 약을 생산하는데 쓸 수 있다. 보편적 의료는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늘리자는 것이다. 대신에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은 낮추고. 검사 비용을 낮추면 이런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
ㅡ스몰머신즈의 의료장비는 질병을 미리 발견하는 과정의 비용을 낮추는 걸 목표로 하겠다.
“그렇다. 질병을 검사하는 방법이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유전자, 그리고 유전자가 발현돼 나온 단백질, 단백질이 발현된 세포를 검사하는 거다. 질병을 빨리 예측하려면 단백질, 혹은 더 나아가 유전자 단위에서 봐야 한다. 유전자 분야는 이미 투자를 많이 받고 연구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백질 단위는 증폭이 어렵고 측정을 민감하게 해야 해서 분석이 어렵다. 증폭은 쉽게 생각하면 채취된 양이 적으니까 그걸 늘리는 거다. 세포와 단백질은 증폭이 어렵다. 이걸 기술력이 좋은 나라인 한국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몰머신즈는 단백질과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혈액검사를 개발하고 있다”
ㅡ코로나19 이후로 국민들에게 PCR이란 유전자 검사가 익숙해졌다. PCR 검사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 이런 원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나?
“유전자 검사는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래피트 진단키트는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볼 수 있다. 이게 단백질 단위로 보는 거다. 물론, PCR 검사가 정확성이 더 높다. 만약 래피트 키트에서도 정확성을 올릴 수 있다면, 현장에서 빠르게 검사가 가능하고 정확도까지 높아지게 된다”
ㅡ혈액 검사와 전염병 검사는 다르지 않나? 전염병은 신속하게 검사하는 게 중요하지만 혈액 검사에서도 이런 신속함이 중요한가?
“맞다. 암을 검사할 땐 이런 현장성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급성골수성백혈병(M3) 같은 질병은 조기 진단하면 약 몇 번 먹고도 완치가 된다. 문제는 급성 백혈병이라서 빠르게 잡아내기 어렵고, 사람들이 검사도 잘 안 받는다. 스몰머신즈는 이러한 검사가 혈액 세포를 보고도 가능하도록 알고리즘을 찾아냈고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우리 제품은 다른 장비보다 소형화됐다는 게 강점이다. 장비가 크면 고장도 많이 나고 비전문가가 쓰기 어렵다. 일반인이 혈당 측정하듯 집에서도 혈액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검사가 되는 게 스몰머신즈가 추구하는 의료기기의 컨셉이다”
ㅡ검사도구가 소형화되면 널리 보급되기에 좋을 거 같다. 그렇지만, 혈액검사를 개인이 혼자서 할 필요가 있나?
“외진 곳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곳에서 아프신 분들은 치료를 하는 건 쉽지 않으니 몸 상태를 보고 상급병원으로 의뢰를 한다. 이런 요양병원에선 크고 비싼 장비를 들이기 어려우니 소형 장비가 필요하다”
ㅡ앞서 이야기했듯, 기존의 현장 검사방식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스몰머신즈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건가?
“세포 분석은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렌즈의 배율을 높여서 좀 더 미세한 영역을 보면 관찰되는 면적은 좁아진다. 고배율 렌즈는 심도가(초점이 선명하게 포착되는 영역) 얕아져서 주변이 잘 안 보인다. 저배율렌즈는 넓은 영역을 포착할 수 있지만 문제는 해상도가 낮다는 거다. 스몰머신즈는 저배율렌즈의 특성인 넓은 면적을 갖추면서도, 해상도를 높이기 위한 방식을 썼다. LED를 위치마다 키고 난 뒤의 이미지를 중첩하는 것이다. LED를 켜면 바로 위 부분이 잘 보인다. 여러 영역에 LED를 켜서 이 이미지를 하나로 모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ㅡ연구 인력을 보면 엔지니어가 많다. 엔지니어링 인력이 주인 이유가 있나?
“한국은 바이오 인력은 뛰어나지만 엔지니어링 기술은 아쉬운 편이다. 의대 선호도가 높아서 엔지니어링 쪽 인력이 부족하다. 바이오 장비도 대부분 외산이다. 메이저 병원 장비를 보면 국산은 없다고 봐도 좋다. 이런 경우엔 외국 장비 업체에서 허용한 데이터만 모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맞는 실험을 위한 데이터를 모으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스몰머신즈는 우리가 필요한 제품의 상세 스펙을 정하고 그걸 만들자고 목표를 정했다. 그렇게 나온 컨셉이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고 활용성이 높은 소형장비다”
ㅡ비용적으로도 강점이 있다고 들었다.
“스몰머신즈 제품은 하드웨어적으로 고스펙이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를 좋게 만들었다. 광학계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하드웨어는 스펙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받쳐줄 수 있어야 한다. 애플도 아이폰을 만들 때 앞으로 6~10년을 써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호환되도록 하드웨어를 좋게 만든다. 다른 스마트폰은 업데이트가 호환이 안 되면 하드웨어를 바꿔야 하지 않나. 그렇게 장비를 교체하면서 드는 비용이 크다. 의료장비도 마찬가지다”
ㅡ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의료장비에 대한 접근성과 정확도를 높인 제품들이다. 결국 이야기는 보편적 의료와 맞물리는 거 같은데. 사실 보편적 의료가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이 높은 목표일지 의문이 든다. 어쩌다 보편적 의료에 관심을 두게 됐는지 궁금하다.
“보편적 의료 보장은 부유한 국가를 타깃으로 하는 개념은 아니다. 대형 병원이 많은 한국은 사실 보편적인 의료가 잘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베트남, 필리핀 이런 국가들은 의료보장이 적다. 코로나 19 이후로 세계는 각 국가가 서로 동떨어져 사는 공간이 아니라는 걸 모두 알게 됐다. 서로 엮여 있으니까 남의 나라 일로만 볼 순 없다. 또한, 코로나 자가검사키트처럼 현장 검사는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현장 검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걸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수익을 떠나서 우리가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엔지니어링 쪽으로 기술력이 부족해서 빠르고 정확한 코로나19 검사가 불가능하다. 그걸 현장인력과 엔지니어들을 비난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좋은 장비와 의미 있는 비전에 에너지를 쏟고 싶다. 이를 위해서 법 제정을 위한 자리에서 패널로 참여해 의견도 내고 있고,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업적인 이유를 떠나서 우리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고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