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상에 문서 작업까지 한 화면에, 벤큐 EW3880R 아이케어
[IT동아 남시현 기자] 모니터의 화면 비율은 모니터의 형태는 물론 용도까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모니터의 비율은 4:3이 많았지만, 지금은 16:9가 대세가 된 이유도 모니터의 활용도와 작업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4:3 비율은 과거 무성영화 시절의 필름 비율이며, 이것이 1970년대 이후 영상 매체에 차용됐다가 컴퓨터 세대로 이어져 2000년대 중반까지 쓰였다. 특히나, 4:3 비율이 미국 연방정부 표준 기준인 ‘Letter’ 종이의 비율과 일치해서 문서 작업에 용이한 점, 윈도우 운영체제가 이를 기반으로 사용된 점 역시 4:3이 대세가 될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실제로 애플 아이패드는 여전히 한 장의 문서 편집에 용이하도록 이 비율에 맞춰 출시된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컴퓨터가 확산하고, 사람들이 더 많은 작업을 컴퓨터로 진행하게 되면서 옆으로 더 넓은 16:9 비율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16:9 비율은 방송용 HD(1280x720) 해상도에서 유래한 비율로 4:3보다 볼 수 있는 화면이 넓어 컴퓨터 모니터 시장에도 빠르게 적용됐다. 지금은 영상 및 게임, 모니터 모두 16:9 비율을 기본으로 하며, 대다수 작업도 이 해상도를 기준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사람들인 16:9 비율 모니터를 두대씩 놓고 쓰기 시작했고, 이보다 더 넓게 쓸 수 있는 비율인 21:9, 32:9 비율의 울트라와이드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21:9 울트라와이드, 하드웨어 성능은?
16:9 비율 모니터의 비중이 높은 만큼 그 이상 비율의 제품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문서 및 사진, 영상 편집 등에서 16:9 비율을 넘는 특유의 활용도 덕분에 이런 작업 용도의 제품으로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대만의 디스플레이 제조사 벤큐(BenQ)에서 출시한 EW3880R 아이케어가 이 조건을 위한 제품이다. EW3880R은 21:9 비율의 37.5인치 울트라와이드 모니터로 16:9 비율보다 넓게 화면을 쓸 수 있고, 또 2300R 곡률이 적용돼 울트라와이드와 커브드 시야를 동시에 제공한다. 2300R은 디스플레이 패널이 휘어있는 상태로 원을 그렸을 때 2300mm의 원이 생긴다는 의미로, 사용자의 눈에서 발생하는 사다리꼴 왜곡을 보정해 그만큼 몰입감 있는 화상을 제공한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평면내 전환(In-Plane Switch, IPS) 패널로 1000:1 명암비를 제공하며, 해상도는 가로 폭은 4K에 가깝고, 세로폭은 QHD보다 조금 부족한 WQHD+(3840x1600) 해상도를 제공한다. 밝기는 최대 300니트며, sRGB 100% 및 DCI-P3 95% 색재현력을 제공해 가벼운 사진 편집 용도로는 부족함이 없다. 색상 심도는 10bit(8bit+FRC)를 지원해 일반 사무용, 게임용 8bit 디스플레이보다 더 부드러운 그라데이션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커브드 형태의 수직전계식(Vertical Alignment, VA) 패널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 밝기 균일성(Uniformity)이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밝기 균일성은 화면의 중앙 및 테두리의 휘도가 어느 정도로 균일한지를 뜻하는 용어로, 이 수준이 좋을수록 주변부와 중앙의 밝기가 동일해 사진 및 영상 편집 등에서 더 정확하게 편집할 수 있다. 물론 전문가용 제품은 아니어서 이 수준이 큰 의미는 없지만 커브드 VA보다는 커브드 IPS 패널이라 균일성이 더 낫다는 의미 정도로 보면 된다.
디자인, 인터페이스 모두 고급 사용자에게 초점맞춰
디자인은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다. 전면 하단과 스탠드는 갈색을 넣어 투톤을 이루며, OSD는 후면으로 배치해 깔끔함을 더했다. 또한 후전면 방향으로 2개의 3W 스피커와 후면에 8W 우퍼가 배치돼 모니터만으로 2.1채널 스피커를 누릴 수 있다. 스탠드는 120mm 엘리베이션과 위아래 15mm 틸트, 좌우 15도 스위블을 지원해 큰 화면이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화상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전면 중앙 아래에는 주변의 밝기를 자동으로 인식해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B.I.+ 센서가 탑재돼있다. 이 기술이 활성화되면 주변 밝기 및 색온도에 따라 화상의 밝기와 색감이 자동으로 최적화된다.
인터페이스는 개인용 장치로는 우수하다. 후면에는 60W 전력 전송 기능(USB-PD)이 포함된 USB-C형 단자가 있고, 2개의 HDMI 2.0 단자와 DP1.4 포트, USB 3.0 단자가 있어서 노트북과 콘솔, 블루레이 등 다양한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 특히 USB-PD 케이블로 노트북과 연결하면 케이블 하나로 노트북을 충전하면서 디스플레이 출력도 가능하므로 노트북과 자주 연결했을 때의 편의성이 좋다. 또한, 다양한 기능 및 음량 설정, 외부 입력 등을 조정할 수 있는 무선 리모컨도 함께 제공돼 감상의 편의성을 더한다.
화상 기능도 색상 변경을 포함해 다양하게 제공된다. 기본적으로 sRGB에 해당하는 표준 색상 모드를 비롯해 청색광을 저감하는 로우 블루 라이트, 적색 및 녹색 필터로 구성된 색약 사용자를 위한 모드, 영상 편집용 Rec.709, 맥북 모드, 레이싱 게임, 사용자 모드 등이 제공된다. 또한, 화상을 변경해 고대비 모드(HDR) 효과를 내는 HDR도 세 단계로 제공되며, 명료도를 올리는 슈퍼 레졸루션 모드, 백라이트의 반짝임을 제거한 플리커 프리 등이 적용돼있다.
영상 편집, 문서작업 동시에 해도 넉넉한 화면
벤큐 EW3880R의 최대 장점은 모니터 한 대로 듀얼 모니터를 쓰는 것같은 넓은 화면이다. 특히나 두대를 놓은 것과 다르게 중간에 끊어짐이 없으므로 작업의 직관성과 연속성 측면에도 이상적이다. 16:9 비율 모니터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사진상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벤큐 EW3880R에 A4 크기로 창을 실행하면 화면 잘림 없이도 네 장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영상 편집도 미리보기와 타임라인을 켠 상태에서 문서 작업이나 웹 서핑을 켜도 널찍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자동으로 나누는 이런 기능이 있어서 화면을 더 빠르게 나눠서 쓸 수도 있다.
영상 감상 측면에서도 만족스럽다. 기본적으로 웹 색상 표준인 sRGB 색역을 100% 제공하므로 사진 및 웹 디자인 작업 등에 대응한다. 또한 미국영상협회 표준인 DCI-P3도 95% 지원하는 광색역 디스플레이므로 블루레이 등 고품질 콘텐츠를 활용한 재생에서도 만족감이 높다. 특히나 제품에 포함된 샤프니스 모드, 고대비 명암 모드인 HDRi 등은 영상의 재미를 높여준다. 커브드 특유의 몰입감도 벤큐 EW3880R의 장점이다.
사무용으로는 최고, 엔터테인먼트에 더 좋아
벤큐 EW3880R은 고급 문서 작업, 그리고 영상 감상을 위한 목적으로 좋은 제품이다. 21:9 해상도는 16:9 모니터보다 문서 작업에 용이하고, 두 대의 모니터를 쓰기 어려운 조건에 좋은 대안이 된다. 영상 감상 측면에서도 2300R 곡률이 주는 몰입감과 광색역의 표현력, 쓸만한 사운드를 제공하는 2.1 채널 스피커와 리모컨을 통해 감상의 재미를 더한다. 21:9 비율의 시네마틱스코프로 제작된 영상 콘텐츠를 자주 시청하거나, 16:9 모니터보다 넓은 화상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지다.
표준 격인 16:9 비율보다 넓다는데서 오는 차이도 있다. 21:9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나 16:9 비율 영상이라면 양쪽 좌우에 공백이 생기고, 게임에서도 16:9 비율보다 더 많은 그래픽 연산이 필요해 프레임이 떨어질 수 있다. 창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하는 윈도우 상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덧붙여 높은 가격도 조금은 신경 쓰이는 요소다. 벤큐 EW3880R 아이케어의 가격은 149만 원대로, 동급의 엔터테인먼트용 구성이 적용된 16:9 모니터와 비교하면 두배 이상 비싸다. 21:9 비율의 37.5인치 IPS 커브드 패널이 아직은 대중적인 제품이 아니다 보니, 규모의 경제가 반영되지 않아 비쌀 수밖에 없다. 벤큐 EW3880R은 21:9 모니터의 분명한 활용처를 가진 사용자라면 매력적인 제품이지만, 가격적인 측면을 생각한다면 동급의 듀얼 모니터도 고려해보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