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기반 비대면 의료, 우려 넘어 현실화 눈앞
[IT동아 김영우 기자] 지난 12월 초, 10여명의 국립암센터 소속 의료진이 모여 환자의 대장 부위를 촬영한 MRI와 CT 영상을 보며 회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평범한 의료진 회의와는 자못 다른 광경이었다. 의료진들은 3D 아바타의 모습으로 가상융합기술(XR)을 기반으로 구현된 '메타버스(Mataverse) 회의실에 모여 3D그래픽으로 구현된 각종 자료와 차트를 함께 보며 회의를 나눴다.
의료진들은 각자의 진료실에서 ‘오큘러스 퀘스트2’ HMD(Head mounted Display, 헤드셋형 영상표시장치) 및 컨트롤러를 이용해 회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만 충분히 확보되는 환경이라면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의료진이 하나의 메타버스 회의실에 접속해 ‘다학제(여러 의사가 모여 환자 치료 계획을 논함) 컨퍼런스’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적거리던 비대면 의료,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사태 계기로 잰걸음
‘뉴노멀’이라고 불리는 위드 코로나시대에 전국민의 불편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현장에서 발생되는 제약으로 인해 '언택트' 바람이 불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간 대면 진료에 제약이 발생하고, 의료진간 환자의 수술계획이나 진료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대면 회의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상융합기술(XR)과 유무선 통신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과 맞물려, 메타버스와 의료를 융합하고자 하는 기관 및 기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위에서 소개한 다학제 컨퍼런스는 ‘닥터메타(Dr.Meta)’라는 XR 기반 헬스케어 메타버스 플랫폼에 포함된 콘텐츠의 하나로, 올해 정부에서 추진한 ‘지역 비대면 비접촉 디지털콘텐츠 육성 사업’의 최종사업기관으로 선정된 (사)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에서 추진한 사업 결과물이다. 제작은 XR 기술 전문 기업인 (주)디지포레에서 담당했다.
2022년 2월 현재, 닥터메타(Dr.Meta)는 국립암센터, 부산대학교병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강원대학교병원, 제주대학교뱡원, 경상국립대학교 병원 등 7개 의료기관에 도입된 상태이다. 이 플랫폼은 2022년 6개 지역 암센터에 추가로 구축되며, 기능과 서비스가 고도화될 예정이다.
장루 환자 관리, 호스피스 인력 교육, 호스피스 환자 돌봄용 콘텐츠까지도 구현
이번 사업을 통해 선보인 닥터메타(Dr.Meta)에 포함된 ‘대장암(장루) 환자를 위한 환자용 케어 플랫폼’은 대장암 환자의 장루 관리를 위한 교육 및 실습을 위해 개발되었다. 가상 공간에서 장루 관리 방법을 배우고, 장루 주머니를 교체하는 연습 역시 체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의 보호자, 혹은 환자 자신이 직접 체계적인 장루 관리를 비대면 환경에서 익힐 수 있으며, 환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가케어를 능숙하게 하여 건강한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호스피스 환자를 위한 전문인력 실습훈련 플랫폼’은 호스피스 전문 인력의 육성을 위한 플랫폼으로, 가상의 훈련 공간에서 다양한 실감형 교육 자료를 활용해 비대면 학습이 가능하다. 이미지 및 동영상, 3D 데이터, 360 영상 등의 다양한 교육 자료를 활용할 수 있으며, 공간의 제약 없이 비대면 상황에서 실제 강의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호스피스 환자 및 보호자 돌봄 플랫폼’도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체계적인 돌봄을 받기 어려워진 호스피스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덜고 비대면·비접촉으로 가상 공간에서 의료진, 보호자와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환자는 가상 공간에 마련된 자연환경에서 풍경을 감상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의료진, 전문인력이나 보호자와 소통하며 심적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규제와 편견 넘기 위한 과제는 남아
가상융합기술(XR)의 힘을 통해 비대면 의료 행위의 면모를 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다만, 닥터메타 플랫폼을 이용하기위해서 HMD와 같은 장비를 구비해야 하고, 이용자들이 특유의 조작법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과 각종 규제에 대한 설계가 숙제로 남아있다.
이와 관련, 닥터메타를 개발한 디지포레의 박성훈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용자들의 다양한 환경과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오큘러스, HTC 바이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다양한 브랜드의 HMD를 지원하며, HMD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는 태블릿을 이용해 접속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의견 수용을 통해 제품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박 대표는 “의료계 일각에서 비대면 의료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반대로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자는 분들도 적지 않아 이번 사업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간접적인 의료 행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시장을 검증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하며, 우리 외에도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이 시장에 진출해 생태계가 활성화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