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색감 다른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이 필요한 이유
[IT동아 남시현 기자] 컴퓨터를 활용하는 작업이 대중화하면서, 컴퓨터 작업 내역을 화상으로 보여주는 모니터를 두 대 이상 활용하는 경우도 보편적이다. 모니터를 두 대 이상 활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가 다중 모니터 연결을 지원해야 하고, 모니터 역시 단자가 중복되는 경우에 대비해 HDMI나 DP 등 다양한 단자를 갖춘 제품을 쓰는 게 좋다. 하지만 여러 대의 모니터에서 같은 색감을 표현해야 하거나, 색상 표현과 관련된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라면 모니터도 알아보고 골라야 한다. 모니터마다 색상 표현력이 달라서 같은 화면도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편차가 심하면 한 제조사의 동일한 두 제품을 활용하더라도 동일한 화면이 다르게 나타나기까지 한다.
모니터, 왜 색감이 다른가?
모니터가 색상을 표현하는 방식은 패널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널리 쓰이는 LCD는 후면에 있는 백라이트에서 빛이 발생하고, 이 빛이 액정(Liquid Crystal)과 컬러 필터를 거치며 화상과 색감이 반영된다. 액정은 전기 자극을 받았을 때 광학적 효과를 내는 물질로, 백라이트에서 발생한 빛을 막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컴퓨터의 화상을 형성한다. 다만 이 상태로는 흑백으로만 표현되기 때문에 컬러필터를 거쳐 색상을 입히는 과정까지 거친다.
컬러필터는 빛의 삼원색인 빨간색, 녹색, 파란색으로 구성되며, 모니터 1픽셀 하나에 세 가지 색상의 필터가 배치된다. 하지만 컬러필터를 배치하는 것만으로 색상이 그대로 표현되는 건 아니고, 입력된 신호를 어느 정도의 농도와 배합으로 표현하는가에 따라 색상이 결정된다. 조율의 수준이 높은 제품은 실제 인쇄했을 때와 거의 동일하거나, 다른 모니터로 봤을 때도 평준화된 색상으로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은 같은 색상도 제각기 다른 색감으로 표현한다. 저가형 모니터를 두 대 이상 활용할 때 같은 화면도 다른 색상으로 보이는 이유도 정밀하게 교정하지 않아서다.
모니터 색상 정렬하는 캘리브레이션, 어떤 기능?
공장에서 정밀하게 교정된 이후 출고된 전문가용 모니터를 활용하면 처음에는 색상의 편차가 거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필요에 의해 다른 프로필을 적용하고 해제하는 경우를 반복하다 보면 색상 편차가 조금씩 발생한다. 이렇게 색상이 바뀌게 되면 본인이 의도한 색감과 실제 작업 결과물의 색이 달라지게 된다. 색상을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사진작가, 영상 편집 등의 전문 작업 용도에서는 있어선 안될 문제다. 이를 막기 위해 디스플레이의 색감을 산업 표준으로 보정하는 작업이 바로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이다.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은 말 그대로 화면을 보정, 조율하는 기능으로, 화상이 표현하는 밝기와 색온도, 감마, 명암비, 회색 균형(그레이 밸런스) 등을 관련 산업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값으로 보정한다. 이 과정을 거쳐 모니터 화상의 색감을 정렬하면, 서로 다른 모니터도 동일한 색상으로 화면을 출력한다. 단순히 모니터 두 대만 정렬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위치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제삼자와 자료를 공유해도 동일한 모니터로 보는 것처럼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앞에 ‘하드웨어’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는 캘리브레이션에 보정 전용 장치가 따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캘리브레이션을 적용하는 방법은?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본인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터를 보유해야 하고, 또 모니터가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는 제품이어야 한다. 하드웨어 캘리브레이터는 데이터컬러의 스파이더X 시리즈 혹은 X-rite i1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가격은 기본 기능만 지원하는 캘리브레이터가 약 20만 원대며, 다른 부가 장치를 추가할 경우 30~200만 원까지 늘어난다. 일반적으로는 20만 원대 제품으로도 충분한 교정 성능을 발휘한다.
모니터는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지 않는 제품도 보정할 순 있지만, 이렇게 되면 보정 과정 중 필요한 세부 조정을 지원하지 않아 완벽하게 보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제조사에서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탑재한 전문가용 라인업을 사용해야 한다.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는 모니터는 에이조(EIZO)와 벤큐(BenQ), 뷰소닉(ViewSonic), 에이수스(ASUS), LG전자, NEC, HP, 델(DELL) 등에서 제조하는 모니터 중에서도 전문가용 모니터 라인업이 해당된다.
활용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하드웨어 캘리브레이터에 포함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캘리브레이터를 모니터 위에 배치한 다음 교정 순서에 따르면 된다. 일반적으로 교정은 캘리브레이터 안쪽에 배치된 센서로 모니터 화면을 측정한 다음, 모니터의 옵션(OSD)에서 특정 설정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설정 과정에서 밝기가 높다고 측정되면 밝기를 낮추고, 색온도가 낮다고 측정되면 색온도를 올려서 필요한 값에 맞추는 식이다.
교정을 통해 보정되는 정보는 모니터의 밝기를 뜻하는 휘도, 신호의 밝기와 영상의 휘도와 관계된 감마, 색의 따뜻함과 창백함을 결정하는 색온도, 흰색을 얼마나 백색으로 표현하는가를 뜻하는 백색점이 대표적이다. 보통 휘도 120니트, 감마 2.2, 백색점 및 색온도 6500K(D65)를 표준으로 본다. 아울러 모니터의 색상 표현력(색재현력)과 밝기 균일성, 명암비 등을 측정해 모니터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는 부가기능도 제공된다. 교정 진행 과정은 짧게는 1분에서 5분이면 끝나고, 1달~2달 간격으로 재교정을 반복하면 된다.
캘리브레이션이 어렵다면, 맞춰진 제품을 사는 것도 방법
캘리브레이션은 컴퓨터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꼭 필수적인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 작업 등 표준색을 준수해야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면 사실상 필수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모든 작업의 시작으로 볼 정도다. 그렇지만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보급형 모니터 하나 가격에 맞먹는 캘리브레이터를 구매하기에는 분명 부담이다. 이럴 경우에는 일반 제품보다 교정이 잘 갖춰져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가용 모니터 라인업을 갖춘 제조사는 보급형 제품에도 최소한 밝기, 대비, 색온도 등은 설정에 제시된 수치와 비슷한 값을 적용해 내놓는다. 색온도를 6500K로 설정하면 최소한 6000~7000K 사이로는 맞춘 설정값이 적용되고, 감마가 2.2면 2.1~2.3 사이는 맞춰놓는다. DCI-P3 색역을 갖춘 영상 감상용이나 베사 디스플레이 HDR 인증이 적용된 제품 등은 이 수준이 더 정확하게 맞춰서 출고된다. 전문가용 모니터라면 초기 단계에서는 일반 모니터보다 훨씬 정밀한 캘리브레이션이 적용돼있다. 여러 대가 필요하다면 가급적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교정 없이 최대한 비슷한 색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게이밍 모니터나 가격이 저렴한 모니터는 보정이 소홀한 경우가 많다. 게이밍 모니터는 작업 용도로 활용하기보다는 게이밍 특성에 맞는 화면 특성이 적용돼있다. 어두운 곳을 밝게 표현해서 실제 화상과 다르게 보여준다거나, 간편한 조준을 돕기 위해 기본 색온도가 높게 설정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또 중소기업 제품 중에서도 가격대 성능비에 집중하는 제품은 색상 교정보다는 하드웨어 성능만 앞세우는 경향이 있어서 이 역시 제대로 교정이 안돼 있는 경우가 많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