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메타, 실적 부진에 애플·EU의 반발까지
[IT동아 차주경 기자] SNS 기업 메타 플랫폼스(메타)가 내우외환에 시달린다. 주요 서비스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회원 수와 사용 시간이 모두 줄어들며 매출 전망이 크게 나빠졌다. 이 때문에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0% 이상 폭락했다. SNS 기업 경쟁이 격렬해지며 메타는 가시밭길을 걸을 전망이다.
유럽에서도 구설수에 휘말렸다. 메타는 유럽 연합이 시행 예정인 새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 규칙에 반발하며 '서비스 중단'까지 이야기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유럽 연합은 메타의 으름장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2일(미국 현지시각) 메타는 2021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330억 7,100만 달러(39조 5,727억 원)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20%쯤 늘었다. 하지만, 영업 이익은 125억 8,500만 달러(15조 592억 원)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자연스레 주당 순이익도 증권가의 전망 3.84달러(4,594원)를 밑도는 3.67달러(4,391원)로 나타났다.
메타의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친 요인은 줄어든 회원 수, 증강·가상현실 사업부의 부진이다. 메타의 2020년 4분기 일간 활성 사용자 수는 19억 3,000명인데, 2020년 3분기보다 줄었다. 메타의 일간 활성 사용자 수가 지난 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메타의 증강·가상현실 사업부 리얼리티 랩스는 2020년 66억 달러(7조 8,975억 원) 적자에 이어 2021년에도 102억 달러(12조 2,05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메타가 2022년 1분기에도 좋지 않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SNS 서비스간 경쟁 과열,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의 불확실한 사업 환경, 세계 각국 정부와 정보통신 기업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 변화 등 다양한 악재가 메타를 괴롭힐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다. 실적 발표 당일 메타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0% 이상 폭락했다. 현재 주가는 2020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메타는 2020년 12월 기기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강화하려는 애플과 갈등을 겪었다. 애플은 개발자가 앱을 활용, 사용자의 관심사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광고를 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메타는 여기에 크게 반발했다. 사용자 대부분은 관심사,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애플의 정책 강화는 자연스레 사용자의 개인 정보 제공 거부로, 나아가 맞춤형 광고 수익 저하로 이어진다. 증권가는 이 때문에 메타의 광고 수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메타는 애플이 앱 생태계를 통제해 중소 기업과 크리에이터에게 피해를 입히려 한다는 내용의 비판 광고를 신문에 냈다.
2022년 초에는 유럽 연합과 메타가 마찰을 빚었다. 유럽 연합은 사용자의 정보를 유럽에 설치한 서버에서만 처리하거나 보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곧 시행 예정이다. 메타는 여기에도 반발했다. 사용자의 정보를 미국과 유럽 서버가 공유하지 않으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주요 서비스와 맞춤형 광고를 원활히 제공할 수 없다는 논리다. 메타는 나아가 주요 SNS의 유럽 서비스 중단과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유럽 연합의 개인 정보 보호 정책 담당 관리자들은 메타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버트 하벡(Robert Habeck) 독일 경제 장관은 “해킹을 당한 후 4년간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쓰지 않고도 환상적인 삶을 살았다.”며 “유럽 연합은 거대한 시장과 경제력을 가졌다. 연합하면 이러한(메타의 서비스 중단 언급) 주장에 의연하게 대응 가능하다.”고 밝혔다.
브루노 르메르(Bruno LeMaire) 프랑스 재무 장관도 “페이스북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 디지털 대기업은 유럽 연합이 자주권을 지키도록 늘 저항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