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제안하면, 국가가 사업으로" 국민참여예산으로 나라 예산관리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지만, 정치 참여의 방식은 ‘투표’ 정도로 제한돼 있다. 그 외엔, 국가의 중요한 결정에 목소리를 반영시킬 만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 2022년 우리나라의 국가 예산은 607조 7000억 원이다. 국민 중 상당수가 많은 국가 예산이 정말로 필요한 곳에 사용되는지 회의를 느끼는 게 사실이다.

출처=기획재정부 블로그
출처=기획재정부 블로그

정부 예산을 쓸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를 ‘국민참여예산제도’로 건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획재정부는 국민이 사업을 제안하면, 전문가 검토를 거쳐 예산사업으로 만드는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민이 제안하면, 국민참여단이 참여예산 후보사업을 논의하고 투표를 통해 우선사업 순위를 결정한다. 그리고,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더해서, 최종 순위를 정한 뒤 이를 정부 예산안에 반영한다. 예산 수립 과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지난 2017년 시범 도입 후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제도다.

2023년 예산에 반영될 국민참여예산제도는 올해 2월 말까지 진행되며, 접수된 제안은 각 부처의 적격성 검토를 거쳐 오는 5월 말까지 2023년도 예산안으로 요구하게 된다. 이 제도는 국민의 제안 중 적격 제안을 사업으로 숙성해 예산으로 반영하는 ‘제안형’과 주요 재정 관련 사회 현안 등에 대한 논의 및 국민의견 수렴 등을 통해 사업을 숙성하여 예산으로 반영하는 ‘토론형’으로 나뉜다.

지난해 진행된 국민참여예산제도에선 1589건의 제안이 올라왔고, 이 제도를 통해서 1429억 원 규모의 71개 사업이 반영됐다. 사업 규모는 2021년 1168억 원, 2020년 1057억 원, 2019년 928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출처=기획재정부 유튜브
출처=기획재정부 유튜브

제안의 내용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져 있다. 지금까지 선정된 제안을 살펴보면 ‘아동학대 인식개선 캠페인’, ‘반려동물 동반여행 활성화 프로그램’, ‘온라인 부정수입물품 유통 모니터링’, ‘인터넷 피해 상담센터 구축 운영’, ‘미세먼지 줄이는 도시 숲 조성’, ‘온라인 여권 신청 서비스’, ‘4차 산업혁명 직업 체험관 설치·운영’ 등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많다.

사업을 제안하려면, 우선 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된다. 사업제안 메뉴에서 ‘제안하기’를 누른 뒤, 사업제안하기에 들어가면 된다. 사업제안을 하기에 앞서, 모의 사업제안을 통해 미리 준비를 해볼 수 있다. 모의사업제안을 한 다음 해당 내용으로 바로 사업제안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업제안 페이지가 뜨면 제안서를 작성하면 된다. 사업 선정 시 중앙정부 사업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업은 제외된다. 제안 내용은 단순 민원 혹은 재정 소요가 없는 규제 철폐 등이 들어가선 안 되며, 재정 사업과 관련돼야 한다. 또한, 법령 위반 사항이나, 특정 개인에 대한 지원, 특정 제품 판매 요청과 같은 사항은 제안 적정성 판단 시 제외된다. 철도, 도로 등 SOC 사업과 같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총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며 국비 300억원이 드는 사업)이 되는 대규모 사업도 선정되지 않는다.

국민참여예산제도 홈페이지에선 주요 이슈에 대해 국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토론형 참여’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주제는 ‘부동산’, ‘저출산’, ‘공교육’이다. 관심이 있는 주제를 누른 뒤, 토론에 참여하면 된다.

이슈별로 다양한 주제 토론방이 마련돼 있다. 의견을 남기기 전에 첨부파일에 올려진 문서를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해당 이슈에 대해 전문가와 관련부처가 간담회 등을 통해 작성한 참고자료다. 의견을 남기는 것은 로그인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제안한 사업이 적격 판단을 받으면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고, 정부 예산안으로 반영될 때 우수제안인증서와 기념품, 1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는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지만, 그동안 주권을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국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우리의 세금이 잘 활용되도록 사업을 제안하는 것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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