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자율주행 사고,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운전자 부주의 때문입니다

지난 1996년, MBC에서 방영한 주말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 속 코너 ‘이경규가 간다’를 기억하시나요? 밤 늦은 시간, 교통 신호와 정지선을 지키는 차량 운전자에게 냉장고를 선물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요즘은 늦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이 교통 신호를 지키지만, 당시에는 신호를 지키지 않는 차량이 많아 문제였죠. 오히려 신호를 지키는 사람에게 ‘왜 신호를 지키셨나요?’라고 물어보던 게 현실이었으니…, ‘이경규가 간다’는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키는데 크게 일조한 코너였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MBC 유튜브 채널
출처: MBC 유튜브 채널

그럼 20년 이상 지난 지금, 도로 위 교통 상황은 어떨까요? 2012년부터 20219년까지 집계된 국내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 수와 사망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21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OCED 가입국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0.9명,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2명입니다. 한국은 각각 1.6명, 5.2명이죠.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호주, 스웨덴,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 반감기 진입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년이었지만, 한국은 13년만에 반감기에 접어든 것인데요. 꾸준한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 국민의 법규준수의식 향상 등 국민적 노력 덕분입니다. 다만, OECD 가입국 평균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치인데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출처: 경찰청
출처: 경찰청

확실히 교통사고 수는 감소하고 있네요. 저도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주행 중 주변을 신경 쓰긴 하는데, 그 밖에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까요?

안전한 운전을 위해 주변을 살피고 항상 운전에 집중하는 습관이면 충분합니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 원인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전방주시 태만, 장거리 운행으로 인한 졸음운전, 과속 등입니다. 모두 운전자가 충분히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고죠. 물론, 사람이기에 매 순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산업 내 유수의 기업들이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보다 안전하고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죠.

출처: 테슬라
출처: 테슬라

음… 도로 위 모든 요소를 고려한 자율주행이 상용환다면, 교통사고 발생 수도 줄어들겠죠?

맞습니다. 미래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 위 모든 요소와 소통할 수 있다면,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 요인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고는 예상할 수 없는 돌발상황에 기인하죠. 앞서가던 자전거가 갑자기 넘어질 수 있고, 고속도로에서 앞서가던 화물트럭에서 떨어지는 낙하물을 피하려고 급하게 차선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블랙박스 사고 영상을 볼 때면 절대로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고들도 넘쳐납니다. 언제나 사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도 피할 수 없는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죠.

출처: 필자 제공
출처: 필자 제공

그럼 자율주행의 의미가 있을까요?

현재 시중에 출시된 자율주행 차량의 자율주행 모드는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여전히 운전자는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정해보죠. 미래에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했다고 말입니다. 그래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잖아요. 자동차 운전 주체가 운전자가 아니라, 차량을 조종하고 있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사고 책임은 운전자와 자동차 중 어느 쪽에 있을까요?

아직 자율주행 운전 중 발생한 사고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운전자의 책임 여부를 분명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율주행 모드 시 발생하는 사고에서 운전자를 구제할 방법은 없는 셈이죠. 이에 보험사들은 자율주행 시장 확대를 예견하고, 관련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DLG, AXA, XL Catlin, RSA 등 많은 글로벌 보험사가 자율주행 관련 보험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죠. 다만, 아직 부족한 정보로 인해 교통사고 시나리오 및 과실 비율 산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략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자율주행 차량 등장은 장기적으로 전통적인 보험 비즈니스 모델에 위기라고 예측합니다. 2026년에 이르면 보험료 하락 시작으로 2035년 전체 보험 시장의 12.5%, 약 250억 달러(한화 약 29조 9,600억 원)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죠.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신규 보험 상품 라인 출시로 2025년까지 연간 약 150억 달러(한화 약 17조 9,700억 원), 2035년까지 최대 230억 달러(한화 약 27조 5,6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즉, 자동차 보험 산업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뜻이죠.

출처: 필자 제공
출처: 필자 제공

자율주행 관련 보험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업체가 있나요?

자율주행 차량 관련 보험 시장 성장을 예측해 기존 보험 산업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보완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나선 업체가 있는데요. 2020년 설립해 미국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쿱 테크놀로지스(Koop Technologies)’ 입니다. 쿱 테크놀로지스는 여러 산업에 활용되는 상업용 자율주행 기반 데이터, 기술, 전문성을 갖추고 다양한 사례에 초점을 둔 API 기반 보험 기술 플랫폼 업체입니다. 보험사들이 자율주행과 관련 사고를 처리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죠.

쿱 테크놀로지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사가 자율주행과 로봇 등 위험 요소를 분석할 수 있는 툴을 지원합니다. 보험사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해 출시할 상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죠. 또한, 데이터를 공유해 새로운 제품 개발, 리스크 평가, 보험금 청구 관리를 위한 정보도 제공합니다.

현재 쿱 테크놀로지는 글로벌 대형 보험사들과 제휴하고 있습니다. 유비쿼티 벤처스(Ubiquity Ventures), 비 파트너스(Bee Partners), 슈어 벤처스(Sure Ventures), 웨스트웨이브 캐피탈(WestWave Capital) 등 실리콘밸리의 여러 벤처캐피탈로부터 25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의 시드 펀딩도 유치했죠. 향후 더 많은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인력을 충원할 계획입니다.

출처: 쿱 테크놀로지
출처: 쿱 테크놀로지

보험사 대상 서비스 외에, 자율주행 관련 보험 상품은 없나요?

가까운 일본이 있습니다.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IT기업, 대학, 지자체 등과 협력해 자율주행 실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증하며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일본의 대형 보험사인 손보재팬이 나섰습니다. 2019년 자율주행 OS ‘Autoware’를 개발 중인 Tier IV, ASIAN Technology와 함께 안전한 실증실험을 위한 코스 안정성, 교통환경 평가, 운행설계 영역의 설정, 사회수용성 등을 지원하는 인슈어테크놀로지인 ‘Level IV Discovery’를 개발했어요.

Level IV Discovery는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율주행 관련 사고 데이터를 수집해 운행 전 리스크를 평가하고, 운행 중 커넥티드 서포트센터를 지원해 사고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주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상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 보험도 제공하죠.

​영국은 지난 2018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와 관련해 운전자 외에 책임있는 다른 주체가 있다면, 그들도 운전자와 동일하게 책임 지도록 규정했죠. 단일보험증권방식에 따라 사고 유형에 상관없이 피해자가 보험사를 대상으로 보험금을 보장받도록 했습니다. 이는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당시 피해자에 대해 즉각적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자율주행 자동차 도입 후 자동차 제조사와 운전자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시비로 인해 자칫 피해자가 보상이 지체되는 상황을 대비한 제도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와 관련해 국내 움직임은 어떤가요?

우리 정부는 2020년 10월 ‘미래 자동차 확산 및 시장 선점 전략’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계획을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2022년 4월 20일부터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통행을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와 관련해 지난달 23일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로드맵 2.0’을 발표하며 관련 법규를 재정비한다고 전했죠.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자율주행 자동차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행정 처벌을 구체화할 방침입니다. 또한, 유관 부처가 합동으로 보험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자동차손배법’과 ‘제조물책임법’을 개정, 레벨4 수준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에 대해서 ‘제조사 책임’ 원칙을 포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 자료, 출처: 관계부처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 전략 자료, 출처: 관계부처

현재 국내 보험사는 ‘시험주행용 자율주행차 특별약관’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한 보험 상품은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국내 보험사는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 전용 보험 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해상은 시장 우위를 선점하고자 첨단안전장치 및 자율주행 자동차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 특징을 연구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한다는 방침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관련 법, 보험, 인프라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이라고 모든 사고를 피해갈 수 있을까요? 지난 19일, 미국 LA 카운티 검찰은 2019년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인 ‘오토파일럿’ 모드로 주행하다 사망 사고를 낸 운전자를 살인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자율주행 운전 시스템과 관련헤 기소된 첫 번째 사례였는데요. 테슬라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사고인지,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인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현재 운전자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죠. 여러분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운전자가 주의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능에 기술적 결함이 발견된다면, 사고 책임을 온전하게 운전자에게 있다고 하기에는 어렵겠지요.

현재 시중에 출시한 자율주행 차량은 레벨0~2 수준으로 주행을 보조하는 기능입니다. 즉, 주행 중 운전자가 필요하죠. 따라서 돌발 상황 시 발생하는 모든 사고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직접 운전할 필요 없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는 이야기가 다르죠.

현행 도로교통법은 법규를 위반하는 주체를 ‘운전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신호를 위반하고 사고를 내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가 배상해야 하죠.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 관련 사고처럼 시시비비를 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죠. 보험은 그래서 필요합니다. 사고 발생 시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느라, 피해자를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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