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교통약자’라는 단어가 없는 사회를 꿈꿉니다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어느덧 2년째 이어진 블루 크리스마스

지난 토요일,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도심 속 유명 백화점, 놀이공원, 문화공간 등은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장식해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가족,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어려워진 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도시 곳곳에 설치한 장식들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았었는데요.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음껏 사람들을 만날 수 없지만, 머지않아 우리 모두가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출처: 필자 제공
출처: 필자 제공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피로도는 날로 증가했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서울시가 발표한 '2020 서울 서베이 도시정책 지표 조사'에 따르면, 작년 서울시민 중 50.7%가 코로나19로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요. 우울감의 주요 원인으로는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52.4%)’이 가장 높았으며, ‘외출자제로 인한 갑갑함(43.4%)’, ‘코로나19 관련 언론보도(29.5%)’,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단절과 소통 감소(27.5%)’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2021도시정책지표조사 보고서, 출처: 서울특별시
2021도시정책지표조사 보고서, 출처: 서울특별시

뉴스를 봐도,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지인과 통화를 해도… 온통 코로나19 이야기입니다. 어느덧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인 것 같아요. 감염 걱정, 외출 제한, 거리두기 등 삶도 많이 바뀌었구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사회적 연결고리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이죠. 실제로 미국 브리검 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의 줄리안 홀트-런스타드(Julianne Holt-Lunstad) 정신과 교수에 따르면, 사회적 격리와 외로움은 인간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사회 활동은 한 개인의 생활을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인 셈이죠..

출처: 필자 제공
출처: 필자 제공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생기는 외로움과 무력감은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는군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깨닫네요.

어느새 2년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죠. 만약 평생을, 혹은 남은 여생 내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볼 지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원치 않은 사정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요.

네. 그래서 오늘은 교통약자를 위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이하 PBV)’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 휠체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약 7,5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1%라고 합니다. 하지만, 고령인구 증가, 지체장애 및 뇌 손상으로 인한 복합적 외부 신체기능 장애, 교통사고 발생 등 휠체어 사용 요구자를 더하면 수요량은 예상 수치보다 많습니다.

지난 2005년, 보건복지부는 ‘전동휠체어가 미치는 중증장애인 삶의 질 개선효과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전동휠체어 보급은 중증장애인 삶의 질 개선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전동휠체어 사용 전 1주일 평균 2회였던 외출 빈도는, 전동휠체어 보급 이후 4.7회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외출 시 이동시간도 평균 44분에서 27분으로 줄어 피로감도 감소했죠.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조사 응답자들은 전동휠체어 사용 후 ‘우울함과 답답함이 줄고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68.6%)’, ‘다른 사람에게 미안해 하는 일이 줄었다(19.6%)’, ‘자신의 판단과 결단력에 자신이 생겼다(7.7%)’, ‘가족 간 갈등이 줄었다(2.2%)’ 등 긍정적으로 답변했습니다. 편리한 이동으로 정신적인 건강도 회복했다는 뜻이죠.

아… 휠체어 사용자들은 그동안 불편한 외출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높았겠네요.

맞습니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이동할 때 큰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죠. 어쩔 수 없이 잦아지는 외출 기피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진 겁니다. 그런 불편함을 전동휠체어 보급과 함께 일정 부분 해소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외출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지난 2021년 4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출에 대한 어려움의 비중이 다른 불편함보다 높은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죠.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출처: 보건복지부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출처: 보건복지부

눈치챘습니다. 모빌리티 기술을 이용하면 된다는 뜻이죠?

맞습니다. 전동휠체어 보급으로 휠체어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했듯, 자율주행 등 기존보다 편리한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을 접목하면 더욱 효과를 높일 수 있겠죠. 몇 년 전, 싱가포르가 MIT와 함께 ‘싱가포르-MIT연구기술협력체(SMART, The Singapore-MIT Alliance for Research and Technology)’를 설립하고 공동으로 자율주행 휠체어를 개발했는데요. 지난 2016년 9월 싱가포르 창이 종합병원에서 병원 복도를 주행해 목적지에 도착하는 등 자율주행 실증 테스트도 진행했죠.

파나소닉은 ‘휠(Whill)’과 함께 자율주행 휠체어 ‘WHILL Next’를 개발하고, 2017년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자율주행 휠체어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파나소닉의 물체인식 센서와 자율운전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준비한 지도 정보와 위치 정보를 활용해 경로를 설정, 휠체어에 탑재한 온보드 컴퓨터가 휠체어 위치를 고려해 경로를 탐색했죠.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목적지를 선택하거나 휠체어를 부를 수도 있고,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우버도 호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2020년 3월부터 미국 JFK공항에서 시험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도 실증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WHILL Next, 출처: 파나소닉
WHILL Next, 출처: 파나소닉

전동휠체어 성장 가능성은 높습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속화하고 있는 고령화 현상,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홀로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아지고 있잖아요.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휠체어에 관심을 가지고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이유입니다.

이미 자율주행 휠체어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군요? 현재 자율주행 휠체어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기업은 어디인가요?

자율주행 휠체어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적절한 가격입니다. 기존 자율주행 휠체어 가격은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이었어요. 즉, 원활한 보급과는 거리가 멀었죠. 현재 시중에서 활용하는 전동휠체어 가격도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로 여전히 저렴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자율운행 기술을 접목하면 가격은 더욱 비싸다는 뜻이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전동휠체어를 자율주행 휠체어로 전환하고 개조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판매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지난 2019년 9월 설립한, 캐나다에 본사를 둔 ‘Adventus Robotics’ 입니다.

출처: Adventus Robotics
출처: Adventus Robotics

Adventus Robotics는 탑승자가 자율주행과 수동주행을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휠체어에 이 시스템을 장착하면 내부에 탑재한 매핑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병원, 공항, 가정 등 이용할 공간 내부 지도를 구성해 자율주행 모드를 제공하죠..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두 종류입니다. ‘완전 자율 패키지’와 ‘반자율 시스템’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완전 자율 패키지는 집처럼 많은 시간을 보내는 환경에서 사용하기 적합해 보입니다. 먼저 휠체어 이용자나 관리인이 휠체어를 다루는 사람이 이용할 공간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만듭니다. 특정 관심 위치를 등록할 수 있는데, 욕실이나 부엌 등 자주 이용하는 위치를 기억시키는 거죠. 이렇게 지도를 완성한 뒤, 터치스크린에서 원하는 목적지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 중에는 주변 장애물도 감지하죠. 반자율 시스템은 어려운 조작을 필요로 하는 주행에 적합합니다. 책상이나 식탁 등 정해진 자리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처럼 말이죠.

자율주행 휠체어 개조 키트에 사용하는 자율주행 시스템 기술은 휠체어뿐만 아니라 바닥 청소, 위생관리 등 다양한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어 기술 범용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 휠체어를 개발하고 있나요?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우리나라도 기업들이 장애인 이동 편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서울시립미술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이동약자의 편의성 증진을 위한 자율주행 휠체어 개발 및 실증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인휠(In-wheel) 시스템 기반인데요. 라이다, 카메라, 초음파 센서를 자율주행 시스템과 결합해 자율주행에 필요한 요소들을 바퀴에 내장한 형태이죠. 특히, 이 시스템은 기존 수동 휠체어를 개조하기 쉽기 때문에 비용절감 측면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출처: 현대자동차
출처: 현대자동차

정부도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합동으로 ‘(재)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을 발촉하고, 2025년까지 총 사업비 1조 1,971만 원을 투자해 제품 개발, 미래의료 선도, 의료 복지 구현, 사업화 역량 강화 등 노력하고 있죠.

특히, 의료공공복지 구현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차세대 기술을 활용한 미래 의료 모빌리티 개발에도 많은 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9월, 슈어모빌리티가 재단이 발주한 '실내 자율주행을 위한 휠체어 전동화키트 개발' 과제에 선정되어 7억 5,000만 원 규모의 투자를 지원받았죠. 이를 통해 슈어모빌리티는 재활 시설, 공공 시설, 장애인 복지 시설, 실버타운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반 휠체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출처: 슈어모빌리티
출처: 슈어모빌리티

앞서 언급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가격을 낮춰 대중화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교통 약자를 줄일 수 있죠. 때문에 정부, 지자체 등 공공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교통약자를 위한 문제 해결에 그동안 무심했던 건 아니었나 반성하게 되네요.

자율주행 휠체어는 개인 이동수단 즉, 퍼스널 모빌리티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낯선 용어만큼 아직 국내에서 관련 정책 마련 및 규제 등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죠. 퍼스널 모빌리티의 안전성 강화, 사고 예방을 위한 대응책 마련 등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휠체어는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 다른 퍼스널 모빌리티와 달리 탑승자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동 편의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제작해야 합니다.

현재 자율주행 휠체어는 병원, 미술관 등 주로 실내 이동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자율주행 휠체어의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죠.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 차량에 탑승할 수 있는 기술, 휠체어를 차량 내부에 안전하게 고정할 수 있는 도킹 시스템 등도 고민해야죠. 전복이나 충돌 상황을 고려한 에어백과 같은 안전 기술도 개발해야 합니다.

교통약자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사회를 희망합니다. ‘교통 약자’라는 말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진정한 의미의 ‘이동 평등권’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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