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눈높이에 맞는 'XR' 교육 시급··· 해결사로 등판한 'NIPA'
[IT동아 남시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을 모두 포함하는 확장 현실(eXtended Reality. 이하 XR)과 메타버스(Metaverse) 등 실감콘텐츠 수요에 대응하고, 현업인 제작 기술력 강화를 목적으로 ‘메타버스 캠퍼스(前 XR캠퍼스)’를 상암과 판교에 구축하고 실무형 인재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나 메타버스 캠퍼스는 일반 소비자용 확장 현실 교육이 아닌, 미래 산업 시장을 위한 산업계 눈높이의 전문 교육을 실시한다. 올해 메타버스 캠퍼스는 ▲ 기업 수요연계 프로젝트 교육 ▲ 해외 선진기술교육 워크숍 ▲ 제작 역량강화 교육 ▲ 융합콘텐츠 교육 등 총 4개 교육 39개 과정이 진행되었으며, 742명이 총 2,104시간에 걸쳐 교육을 수료하였다.
이 중에서도 ‘기업 수요연계 프로젝트 교육’은 실감콘텐츠가 적용되는 5대 산업 분야(교육·이러닝, 산업안전, 의료복지, 국방)와 연계하는 프로젝트 실무 교육으로, 실무에 활용가능한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제작해 산업 현장 실무형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으로 운영된다. 5대 산업분야와 15개 기업이 각각 100시간의 교육을 참여하였으며, 과정별로 20명 내외의 인원이 참여해 교육을 수강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함께 기업 수요연계 프로젝트 교육을 추진한 라이크코퍼레이션의 최강배 대표를 만나 교육 과정과 이수 기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라이크코퍼레이션은 2013년 3D 게임 엔진 교육 기관인 유니티 러닝 센터로 시작해 게임, VR, AR, 메타버스 등과 관련된 교육 콘텐츠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2016년부터 국방·산업 분야 XR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관련 업계 전문가인 최 대표에게 국내 XR 시장 현황부터 먼저 물어봤다. 최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XR 시장은 기업 대 개인(B2C)와 기업 대 기업(B2B) 시장으로 양분돼있다. 하지만 B2C 시장은 콘텐츠나 규모에 비해 VR 기기 확산이 더뎌 몇 년째 시장 정체를 겪고 있는 반면, B2B는 제조업체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의료, 제조, 국방, 안전 분야에서 가상 현실을 통해 시뮬레이션이나 훈련을 대체하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고 정리했다.
실무 중심의 XR콘텐츠 교육, 현장 반응 뜨거워
최 대표는 현장에서 어떻게 VR 콘텐츠가 활용되고 있는지 간단한 예를 들었다. 그는 “참여 기업 중 하나인 알파메디칼은 실리프팅 주사기 사용법과 시술 가이드를 VR 콘텐츠로 제작했다. 실리프팅은 의료용 특수 실을 피부 아래 삽입해 조직을 당겨주는 미용 시술인데, 실제 교육에 쓰이는 주삿바늘 삽입 각도나 깊이, 시술 장면 등을 3D로 구현하고 직접 조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습 전 교육과 시술 가이드 콘텐츠는 물론 홍보 용도로도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프로세스 및 ICT 시스템을 개발하는 DSME정보시스템은 제조 분야로 참가해 ‘산업 현장의 비전 피킹(Vision Picking)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XR 콘텐츠 제작 과정’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해당 교육은 MR 환경에서 협업용 도면을 마킹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내부 교육용 자료로 활용하고 이후 단계적인 시스템 고도화를 거쳐 협력사와 관련 산업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관련 부서를 이끈 소승욱 상무는 “이번 개발한 XR 콘텐츠는 기존에 LNG 선주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교육 시스템을 XR로 대체해 반응이 좋았다. 역량 확보 차원에서 설계 및 경영 등 다양한 부서에 관련 내용을 공유했고, 앞으로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체계적인 콘텐츠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거제라는 지리적 한계에도 온오프라인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업안전 분야로 참가한 LIG넥스원은 ‘복합형 드론 운용 및 정비 안전 훈련체계 개발과정’을 진행했다. 해당 교육은 산업 안전 용도로 쓰이고 있는 드론을 VR로 운용하고, 정비 안전훈련 체계를 경험하기 위한 시뮬레이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제작된 콘텐츠는 가상 지형에서 드론의 위·경·고도 정보와 기상 정보를 구현하고, 무선 컨트롤러와 연동해 사용자가 직접 드론 조종에 나선다. 아울러 정비 시나리오에서는 프로펠러 교환 절차나 배터리 교환 등을 VR로 구현해 실제 훈련을 보조한다.
특히 LIG넥스원은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협력사인 윈텍, 뉴빛테크놀로지와 함께 교육을 수강함으로써 협업의 길을 열어놨다.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기원 팀장은 “현재 산업 레벨의 XR 교육은 비용이 비싼데, 기업 수요연계 프로젝트는 무료로 진행되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됐다. 특히나 강사가 교육생 눈높이에 맞춰 엔진 기초부터 상세하게 가르치기 때문에 교육 과정도 쉬웠고 만족도도 높았다. 또한, 강의는 끝났어도 강의 데이터가 남아 복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종합 방산업체인 만큼 LIG넥스원이 설계를 맡고 협력사가 제작을 하는 등의 일이 많은데, 함께 수강할 수 있어서 전반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LIG넥스원은 VR 드론 운용 안전훈련 시뮬레이터를 향후 드론을 활용하는 업체 및 기관 등에 교육용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는 사용자가 대당 1천만 원 이상의 드론을 조종하기 전에 충분한 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제품 파손의 위험은 낮추고 경제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리라 보고 있다.
기업 눈높이에 맞는 교육··· 타이밍은 지금이다
기업 수요연계 프로젝트는 DSME정보시스템이나 LIG넥스원같은 산업 분야 이외에도 육군사관학교나 공군 정보체계관리단 같은 국방, 한국전력기술이나 한국조선해양, EBS 등 다양한 방면의 기업 및 기관에서 추진되었다. 15개 기업이 참여한 이번 교육의 만족도는 전체 과정 평균 96.3점으로 매우 높았는데, 이러한 비결에 대해 최 대표는 기업이 필요한 수요에 딱 맞는 눈높이의 교육을 제공한 것을 이유로 꼽았다.
최 대표는 “기업에서 XR 콘텐츠 교육을 진행할 경우, 산업 눈높이에 맞는 수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 수요연계 프로젝트 중 30~40시간은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기업 소재지를 직접 방문해 교육을 진행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본 교육 이외에도 교육생들이 자기 시간을 투자해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참여 기업의 특정 부서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넘어서, 기업 전반에서 시스템적으로 교육 과정을 도입한다면 XR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