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 스타트업] 에이파마 "당뇨병 신약 개발을 통해 선택권 확장을"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스타트업 창업은 이제 새로운 흐름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ICT 산업을 이끌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 미국 상장 기업 중 상위 10개 기업 안에 포함되어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등 선진국들이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안정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대학들도 스타트업 육성과 사업화 지원, 보육 등을 위해 힘을 쏟는다. 특히,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는 '창업' 육성에 힘써 창업 선도 대학으로 성장하고 있다. 1999년 창업지원단을 출범, 중소기업청(現 중소벤처기업부, 이하 중기부)으로부터 서울창업보육센터(BI사업) 신규 지정 받은 바 있고, 2004년 산학협력단을 출범시키며 지원을 활성화했다.

이어 2009년 일산바이오메디캠퍼스에 BMC창업보육센터 설립, 2011년 중소기업청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주관기관 최초 선정 이후 지난 2019년까지 9년 연속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2019년 대학 내 여러 조직으로 분산 운영하고 있던 창업지원, 보육 및 교육 기능 등을 '창업원'으로 통합해 ‘창업진흥센터’, ‘창업교육센터’, ‘창업보육센터’, ‘BMC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동국대는 ‘예비창업패키지’와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 예비창업자 30명과 청년창업자 26명을 선발해 지원했다. 이에 IT동아는 동국대 BMC창업보육센터를 찾아 입주 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자 한다.

에이파마 “당뇨 관리, 최종 목표는 완전한 치료”

에이파마 이상길 연구소장
에이파마 이상길 연구소장

ㅡ본인과 회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에이파마는 2019년 11월 말에 설립한 바이오스타트업이다. 대사질환을 타깃으로 하면서, 새로운 작용 기전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에이파마의 연구소장을 맡은 이상길이라고 한다”

ㅡ지금 개발하고 있는 신약은 어떤 약인가?

“당뇨 치료제다. 지금 동국대 김상건 교수와 협업해서 약을 개발 중인데, 김 교수가 낸 특허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당뇨는 1·2형으로 나뉘는데, 2형 환자가 가장 흔하다. 1형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췌장에 문제가 있어 인슐린이 안 만들어지는 거고, 꾸준히 인슐린을 맞으면 된다. 치료제를 이용하는 건 보통 2형 당뇨인데, 2형 당뇨는 ‘인슐린 저항성(체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 때문에 생긴다”

인슐린은 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포도당을 세포 안에 들여보내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에 대한 반응이 정상 기준보다 감소한 걸 뜻하는데, 저항성이 커지면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핏속에 머물러 만성적인 고혈당 상태가 된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당뇨병에 이르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과음, 과식,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 당뇨병을 대사질환(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생기는 질환)이라고 부른다.

당뇨가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당이 쌓이면 혈액과 관련된 손상이 늘어나는데, 당뇨병은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합병증의 대부분을 두 배 이상 늘린다. 또,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발이나 손에 혈액이 도달하지 못해 세포가 죽어 신체가 손상되거나, 실명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대개 젊은 사람은 합병증을 피할 수 있지만, 초기 관리를 하지 않아서 손상이 누적되면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세계 주요 시장의 당뇨병 유병률, 출처=에이파마
세계 주요 시장의 당뇨병 유병률, 출처=에이파마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4억 3천만 명 정도다. 이 중에서 90%가 2형 당뇨고, 일반 성인 인구로 치면 7~8%쯤 된다. 세계적으로 매년 200~500만 명이 당뇨병으로 사망하는데, 그에 따라 당뇨병 치료제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시장 규모는 600억 달러쯤 되고, 치료제 종류도 많다. 약이 작용하는 타깃(이 연구소장은 이를 ‘카테고리’라고 말했다)을 기반으로 거칠게 분류해보면, 시중에 있는 약은 5~6종 정도로 추려진다. 선택지가 많은 것 같지만, 동일한 단백질이나 신호를 타깃으로 한 약물이 많기 때문에 사실 선택지의 폭은 좁다.

당뇨는 짧으면 10년 길게는 30년 이상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완치가 어렵다. 같은 약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계속 약물을 바꿔야 한다. 카테고리 자체가 적으니 약물A에서 B, B에서 C 이렇게 바꾸다 보면, 결국엔 남는 선택지가 없다. 게다가 특정 카테고리의 약엔 반응하지 않는 환자도 있다. 카테고리는 계속 확장돼야만 한다. 에이파마는 당뇨 치료의 타깃이 될 수 있는 ITIH1(Inter-Alpha-Trypsin Inhibitor Heavy Chain 1)라는 새로운 분자를 찾아서, 그걸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 중이다.

지금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이 단백질 치료제인데, 먹을 수 있는 약이 아니고 주사제로 진행된다. 주사를 스스로 맞아야 하니까 환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약은 저분자 치료제로(단백질 치료제는 고분자 약물) 먹을 수 있는 약이다. 지금 당뇨는 완전한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최종 목표는 당뇨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다”

ㅡ지금 개발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나?

“신약을 개발하는 기간은 상당히 길다. 에이파마 내부에서 신약후보물질이라고 판단한 건 이미 개발됐고, 특허도 곧 나온다. 에이파마는 리드(특정한 생물학적 타깃에 대해 원하는 활성을 가지는 물질)가 4~5개 정도 있고, 후보로 생각하는 약이 2개 있다. 보통 임상시험 전에, 신약후보물질을 추리고 이 약이 독성이 있는지 혹은 약으로 사용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전임상 실험을 한다. 전체 시장에서 특정 질병의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리드물질이 200개 정도라면, 후보물질이 50개 나오고 그중 10개가 임상을 들어간다”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발견단계’와 ‘개발단계’로 나뉜다. 발견단계에선 치료할 질병을 선정하고, 치료 가능성이 있는 질병 원인과 타깃을 규명한 후 동물시험 등을 통해 치료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한다. 개발단계에선 사람에게 후보물질을 사용할 수 있는지, 치료제로서 유효한지 등을 확인한다.

임상시험의 단계, 출처=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임상시험의 단계, 출처=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임상시험은 3상에 걸쳐 진행되는데, 1상은 소규모(20~100명)의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의약품이 사람에게 안전한지 여부를 확인한다. 2상(100~500명)은 의약품이 기대되는 작용기전에 따라 작용하는지 검토하고, 최적 용량과 투약 방법을 분석하며, 3상은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서 대규모(1000~5000명)로 실험을 진행한다.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결정하는 핵심단계가 3상 실험이다.

ㅡ당뇨 외에 다른 질환 치료제 개발을 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후보군에 있는 질환이 있나?

“보통 치료제는 1~2가지 장기를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신 트렌드는 장기간에 크로스되는 지점을 함께 다루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을 두고 보면 간, 췌장, 근육, 지방조직 이렇게 모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씩만 타깃으로 하는 것보다, 여러 장기를 다 함께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 중이다.

비알코올성간질환의 가장 낮은 단계는 지방간인데, 지방간이 될 때 우리가 발견한 새로운 분자 타깃인 ITIH1이 간에서 혈액으로 나온다. 이게 근육이나 지방 조직으로 이동하면서, 당뇨의 초기 증상인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난다는 걸 발견했다. 지방간에서 발생하는 타깃을 조절하면 간 전체의 질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동국대 병원 산부인과 교수님들과 협업해서 임신성 당뇨와 다낭성 난소증후군 이런 질환에도 현재 약물 또는 타깃이 유효한지 검토 중이다”

ㅡ학계의 연구와 기업의 제품 개발은 많이 차이가 날 것 같다. 어떤 차이가 있나?

“학교에서도 좋은 연구를 많이 하지만, 이를 상용화하는 건 쉽지 않다. 독점성의 문제 때문이기도 한데, 보통 약물 타깃이나 후보물질이 나오면 특허를 낸다. 그때부터 25년간 독점권이 생긴다. 근데, 특허를 내고 신약 개발을 끝내려면 최소 10년은 생각해야 한다. 실질적인 독점 기간이 짧으니 상용화에 뛰어드는 일이 쉽지 않다. 게다가 학계에선 연구 실적을 위해서 특허나 연구결과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독점성도 사라진다. 그래서,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와도 신약으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결과는 거의 없다.

에이파마도 최소 임상1상까지는 개발을 진행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보통 스타트업은 국내외의 제약업체에 라이선스 아웃(지식 재산권이 들어간 상품의 생산과 판매를 타사에 허가)을 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를 받아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큰 제약사도 임상시험을 버거워하는데 규모가 작은 곳에선 이를 끝까지 진행하기가 어렵다”

ㅡ이 분야는 연구원들의 전문성이 특히 중요할 텐데, 인력 충원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동국대 BMC창업보육센터의 도움을 받아, 동국대 병원의 연구진들과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는 에이파마 외부 고문으로 재직 중인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김상건 교수의 연구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동국대 병원에 있는 내분비내과 교수나 산부인과 교수들과도 협업을 할 수 있다. 동국대는 종합병원도 있고, 한의과 대학 약학대학 등이 있어 인프라가 좋다. 고가의 장비도 이용할 수 있고, 약물실험에 필수적인 동물 실험을 위한 최적의 환경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스타트업에선 구축하기 어려운 인프라다.

ㅡ동국대의 지원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고 싶다.

에이파마는 2020년부터 동국대 BMC창업보육센터에서 지원을 받았다. 2020년 입주기업 사업화지원 사업 및 IR 컨설팅 사업 덕분에 2020년 경기지방 중소벤처기업청에서 개최한 ‘혁신기술 스타트업 투자 IR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2021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권역별 특화산업과 연계한 대학 창업지원사업’을 BMC 창업보육센터와 함께 참여해 4천만 원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이를 신규 선도 물질 합성 과정에 쓸 수 있었다.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받으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었고, 바이오메디컬 기술 사업화, 바이오기업 특화 맞춤형 IP컨설팅을 통해 현재 특허전략 수립 및 신규 출원도 진행하고 있다.

ㅡ이야기를 들어보니, 바이오스타트업은 성장을 하기가 굉장히 힘든 거 같다.

에이파마는 동국대 BMC창업보육센터와 함께 권역별 특화 산업 대학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에이파마는 동국대 BMC창업보육센터와 함께 권역별 특화 산업 대학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신규 약물 물질 1종을 한번 합성하는 것에만 비용이 3~400만 원 들어간다.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권역별 특화 산업 대학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받은 지원금이 큰 도움이 됐다. 사실 처음 1년은 회사를 ‘회사화’하는 데 집중했다. 2020년에 중소기업 인증과 부설 연구소 인증을 받고, 벤처기업 등록까지 끝냈다. 약물을 만들고 평가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다. 초기 투자도 꽤 많이 받았는데, 전임상 시험이나 임상에 돌입하기 전인데도 신약 물질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ㅡ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다.

“현재까지는 동물 실험이나 연구실 레벨의 평가를 진행해왔다. 후보 물질이 어느 정도 나온 상태다. 앞으로는 좀 더 큰 규모의 연구들이 진행돼야 한다. 후보물질을 대량 생산해서, 약물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도 되는지 평가하는 전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투자를 받으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