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KIRA) 기라성 대표, "빛, 소리, 사물인터넷으로 살아있는 감성가구 만든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2014년, 지역 창업가 역량 강화와 창업 생태계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2021년 현재 전국에 공공 17개, 민간 2개로 총 19개의 기관이 설립돼있다. 각 지역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창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허브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지역 균형 발전에 꾸준히 이바지하고 있다.
그중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에서 최초로 출범한 센터로서 지금도 예비 창업가 및 초기 창업 기업 지원, 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기관 프로그램 및 연계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해만 해도 기업 지원 391건으로 매출 1천367억 원, 투자 유치 307억 원, 신규 고용 1천111명을 창출하는 성과를 이뤄내며 대구 지역 경제 활성화에 물꼬를 트고 있다.
지난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러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센터가 보육한 유망기업들을 소개하는 '2021 스타트업 미디어 밋업 데이'를 개최했는데,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앞두고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6개 스타트업이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이에 IT동아는 이날 만난 유망 스타트업의 얘기를 전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빛, 소리, 움직임 특성 활용해 사물인터넷으로 독창적 가구 선보여
키라(KIRA)의 기라성 대표는 홍익대학교 프로덕트디자인 학과 출신의 제품 디자이너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을 활용해 살아있는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을 선보인다. 기 대표는 본인의 이름과 브랜드 이름에 대한 뜻을 차근차근 소개했다. "제 이름인 기라성(綺羅星)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는 뜻이며, 큰 이름의 좋은 뜻을 담기 위해, 이름 앞부분을 따 ‘키라(KIRA)’로 브랜드 이름을 만들었다. 실제 서양권에서도 키라가 '반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브랜드 이름처럼 키라(KIRA)는 사람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사용자에게 따뜻함을 주고, 사용자 내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가 가구 업계에 발을 내디딘 계기는 졸업 작품으로 선보인 'Milky Way 0_ 소통하는 사물들'이었다. Milky Way 0_ 소통하는 사물들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미디어 아트의 요소를 가구에 접목한 제품으로, 홀로 사는 현대인들이 쓸쓸하지 않도록 빛과 소리, 움직임 등을 통해 집의 빈 공간을 감각적인 효과로 채워주는 협탁과 거울이다. 단순히 졸업 작품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그대로 결과물이 묻히는 게 아쉬워 공모전에 출품한 게 전시회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기 대표는 “졸업을 앞두고 창업과 취업의 갈림길에서 고민했다. 그때 당시 졸업 작품이 졸업 전시로만 끝나는 게 아쉬워 2019년에 디자인하우스의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공모를 신청했고, 여기에 선정돼 2019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전시할 기회까지 얻게 됐다. 그때 처음 소비자들 반응과 제품 사용 경험을 지켜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바이어 미팅이나 입점 제안까지 받으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물론 졸업하고 바로 창업을 준비하다 보니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나 대구 지식재산센터, K-ICT 등 다양한 창업 기관의 도움을 바탕으로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녀의 작품이자 제품인 Milky Way 0_ 소통하는 사물들은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감성적인 가구다. 일반적인 사물인터넷 제품은 스마트폰 앱으로 켜고 끄거나, 예약을 하는 등 제품 기능을 조절하는 것에 그치지만, Milky Way 0_ 소통하는 사물들은 다양한 센서를 통해 제품이 사용자에 반응하여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제품과 제품 또는 제품과 사람이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한다. 가령 거울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빛의 색깔과 빛 효과로 상호작용하고, 월넛으로 만든 협탁은 절의 풍경 소리, 장작 타는 소리 등 나무와 관련된 자연의 소리로 사용자의 반응을 끌어낸다.
제품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기 대표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 컨설팅 그룹 인사이터스에 의뢰해 확인한 유사 서비스 제품과의 유입률 및 구매 전환률 기준에 따르면,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키라(KIRA)의 제품을 노출했을 때, 타사의 유사 제품 대비 약 4배 높은 관심(유입률)을 보였다. 또 구매 전환률도 3배 정도로 높았다. 비슷한 다른 제품과 비교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내년 초 예비창업 패키지를 앞두고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부처의 도움을 받고 있다. 우선 대구 여성 창업융합 패키지를 통해 사업화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특허 외 사업 고도화에 대한 조언도 받고 있다. 또 시제품 테스트와 관련해서는 레이저 컷팅이나 3D 프린터, CNC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달구벌 여성인력개발센터의 여성창업지원 등도 받고 있고, 사업화 중간에 필요한 지식재산권은 대구 지식재산센터에서, 기술 고도화 관련 자문은 K-ICT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덕분에 기 대표는 2021년 동안 대구 여성창업스타전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돼 대구 시장상을 받은 바 있으며, 클럿 지(Clut G)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장상,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우수상 등을 수상하는 등 떠오르는 신예로 평가받고 있다.
떠오르는 ‘아트 홈 퍼니싱’ 시장 노린다
기 대표가 노리는 시장은 지금 막 떠오르는 ‘아트 홈 퍼니싱’ 시장이다. 예술적인 가구를 뜻하는 아트 홈 퍼니싱은 단순히 기성 가구의 틀을 넘어서, 예술품처럼 거래하고 심미감을 줄 수 있는 가구를 뜻한다. 최근 구매력 있는 MZ세대의 등장과 예술 시장 및 인테리어 시장의 확대로 성장 가능성이 크고, 도전할만한 가치도 분명하다.
이 때문에 기 대표는 제품과 사용자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 경험 설계를 통해 사용자의 정서적 만족감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 대표는 “아직 제품 간의 연계가 알고리즘에 의존하는데, 이 부분에 개발력을 집중해 자사 앱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소리나 빛 패턴, 빛 효과 등을 조정할 수 있는 단계를 준비 중이며, 제품 사용을 통해 정보가 쌓일수록 인공지능으로 사용자 맞춤형 상호작용을 하고, 결과적으로 단순한 가구가 아닌 사용자와 교감하며 집 안에서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제품이 되기를 원한다”라면서, “앞으로도 키라(KIRA)는 살아있는 가구로 사용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일렁이는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가구와 예술을 결합하고자 하는 기 대표의 노력은 분명 국내 가구 생태계에 주목할 만한 도전 사례가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